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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친구가 신기한 색연필을 줬어~ 진짜 신기해! 엄마한테 너무 보여주고 싶어~ 빨리 와요~ 엉?”

“그래? 어쩌지…. 엄마도 너무 보고싶은데 엄마 일때문에 오늘 좀 늦는데…. 그럼 민지가 엄마가 퇴근해서 볼 수 있게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어때? 어떤 색연필인지 편지써서. 엄마가 퇴근해서 꼭 볼게~”

“진짜? 와~ 그거 좋겠다~ 엄마~ 내가 엄마 밥 먹는 식탁 위에 올려놓을테니까 꼭 와서 봐야해~ 진짜 신기해~ 꼭!”
 
자정을 넘어 집에 도착했다.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터덕터덕 가던 중, 식탁 위에 고이 놓인 편지가 눈에 띈다. 신기한 색연필과 함께.

 

 자신에게 신기해 보이는 물건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한 딸. 딸의 그런 마음이 너무 이뻐서 내 입가에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예쁜 보자기 싸듯 편지를 곱게 싸서 가운데 접힌 곳을 유리 테이프로 붙이고 ‘엄마에게’라고 적었다. 테이프를 조심스럽게 뜯어보는데, 첫 사랑이 보낸 편지를 뜯어보는 마냥 가슴이 설렌다. 퇴근하면서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새로 나온 곡인 ‘가을 밤’과 ‘처음엔 사랑이란게’를 들어서였을까, 아니면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를 읽고 남은 여운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을 밤 정취에 취해서였을까. 사랑스런 딸과 가을 밤, 버스커버스커, 교육자 전성은의 메시지 등이 뒤섞여 감성이 충만한 상태에서 나는 딸의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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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편지를 형형색색 색연필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썼다.

“엄마 이거 신기한 색연필이고 색연필 블럭이애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 정말로 에뻐요 엄마 사랑해”라고.
 
아~ 이 사랑스런 딸을 어찌할꼬. 이렇게도 절절한 사랑 고백으로 엄마의 마음을 흔들어 놓다니. 편지를 읽고나니 야근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행복감이 물밀듯 밀려온다. 나에게 너무 소중한 존재, 내가 내 목숨만큼 아끼는 내 아이로부터 듣는 사랑의 속삭임처럼 달콤한 것이 어디 있을까.  나는 이런 편지를 쓰는 딸이 너무 사랑스럽고 이쁘다. 
 
나도 이면지에 딸처럼 형형색색으로 글자를 꾹꾹 눌러쓰며 답장을 썼다. 내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뜯어볼 딸의 모습을 상상하며.

 

“민지야 정말 신기한 색연필이네. 엄마도 너무 놀랍고 신기하다. 선물해 준 친구에게 꼭 고맙다고 말해. 나의 소중한 보물 민지. 엄마도 민지 사랑해. 정말로 정말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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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말이 너무 흔해빠졌고,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딸의 편지를 읽으며, 또 딸에게 편지를 쓰며 사랑이란 말이 너무 좋아졌다. 사랑이란 말처럼 좋은 말은 없는 거 같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서로 사랑할 때, 순수해지고 착해지고 맑아지고 상대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더 자주 “사랑해”라고 말해줘야겠다. 앞으로 자주 “사랑한다”는 고백의 편지를 써야겠다. 이 느낌 그대로를 살려서, 진심을 담아.

 

우리 아이들이 사랑을 알고,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베풀고, 사랑이 충만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이 글을 읽으실 때 버스커버스커의 `가을 밤'을 들으며 읽어보시는 건 어때요? 사실은 제가 `가을 밤'을 들으며 이 글을 썼거든요. 사랑 가득한 가을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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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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