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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아이가 바로 뽀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10년전의 일이다. 한 수다모임에서 우연히 전업육아를 하는 남자분을 만났다.

아내가 돈을 벌고 본인은 몇년째 집안일과 육아를 담당해오고 있다는 말에 '참 특이한 사람이 다 있구나~ 했는데' 그것이 나의 10년 후 모습이라는 걸 그 당시엔 알지 못했다. '어떻게 전업육아를 하게 되었나요?' 뻔한 질문을 했는데 "(역할을 바꾸는 것이) 서로의 적성에 맞아 역할분담을 그렇게 했다"는 남자분의 대답. '정말 이성적인 부부'로구나' 라는 생각 한편엔 '아빠가 육아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은 것도 사실이다. 


10년 전의 그 의심이 나에겐 이제 현실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조금 과장일수도 있겠지만 살떨리는 현실이다. 아내가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을때 딸아이인 뽀뇨가 달려오면 '겁부터 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어떻게 엄마가 아이를 겁낼 수 있을까?'라며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몇 일전 3주 동안 처가에 맞겨둔 뽀뇨를 찾아오려고 하니 덜컥 겁부터 났다. 물론 아내는 정말 몸으로 반응하는 살떨림이고 나는 마음 한 곳이 무거워지는 살떨림이다. 


나에겐 10년전과 지금을 비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으니,  바로 제주이주이다. 10년전 워크숍 때문에 잠시 제주에 왔다가 돌아간 적이 있다. 그 때는 여행을 단 한시간도 못하고 호텔방에만 갇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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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간드락소극장에서 연 돌잔치. 

몇 일간 연습한 대금으로 '아리랑'을 부는데 10분 동안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장모님은, "다음 부턴 절대 대금 분다고 하지마라"며 엄포를 놓으셨다.



서부산업도로를 통해 공항으로 돌아오며 본 갈대가 오버랩되어진다. 과연 그때 내가 10년 후 제주에 와서 살게 될 거라는 걸 꿈에라도 상상할 수 있었을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나는 강산이 변할시기에 육아와 이주를 같이 하게 되었다. 누구의 의지도 아닌 나의 의지로..


우리 부부는 제주에 이주한지 5개월만에 딸아이인 뽀뇨를 얻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로 이주하여 부른 배를 안고서 내가 다니던 회사근처 사거리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아내를 보고는 어찌나 미안하고 또 반갑던지 눈물이 날 뻔했다. 당시에 아내는 빨간 외투와 노란 지갑을 들고 신호등앞에 서 있었는데 나는 너무나 반가워 뛰어가 아내의 손을 잡아줬던 기억이 난다. 아기의 태명을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제주섬에서 태어난 아이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기도 해서 "뽀뇨"라는 이름으로 정했는데 그 이름이 이제 아이의 정체성일뿐 아니라 '뽀뇨아빠'라는 내 정체성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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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에 모기물린 자국. 새벽에 잠깨서 얼굴을 보니. ㅠㅠ


딸바보 아빠라는 정체성으로 '뽀뇨아빠의 제주정착일기'를 쓰기도 했고 블로그에 매일 육아일기를 쓰고 있다. 새로 만든 이메일, 소셜미디어 아이디는 pponyopapa 로 통일했다. 뽀뇨가 태어나고 아직 채 2년이 안되었지만 딸아이는 아빠에게 많은 추억들을 안겨주고 있다. '**유업'에서 100일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일기를 쓰면 준다는 육아다이어리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하루를 빼먹어 70여일의 노고를 날려버린 기억(돌잔치 선물로 줄려고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ㅠㅠ)  동네 소극장을 빌려 아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보냈던 돌잔치의 기억(대금 공연을 준비했는데 소리가 안나와 10분이 넘게 손님들 앞에서 쪽을 팔아야 했던 기억), 새벽에 모기한테 얼굴을 물려 뽀뇨는 펑펑 울었고 아빠는 모기와의 전쟁 을 선포했던 기억, 텃밭가서 잠시 한눈 파는 사이 흙을 맛있게 먹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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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을 집어먹는다고 옷을 다 버렸다. 그래도 마무리는 요플레.


이제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비하면 이러한 기억들은 약과다. 지난 4월 회사를 그만두고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을 하고 싶다는 다짐과 함께 맡게 된 일이 바로 '육아'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아이보면서

'전업육아'의 행복을 누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는데 회사 그만두자마자 아내는 뽀뇨를 나에게 안겨주고 훌훌 선녀처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내가 날지 못한 이유가 아이때문이었나 싶을 정도로 평소 듣고 싶었던 강좌도 듣고 모임도 나가고.. 물론 '먹고 사는 문제'또한 아내가 해결했다. 


이렇게 어설프게 시작한 전업육아가 5개월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 동안 파트타임 일거리도 생겨 아이도 돌보고 일도 병행하고 있다. 모든 가정이 그렇겠지만 엄마아빠의 육아분담에서 볼때,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부담을 질 뿐이다. 아빠도 전업육아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시작한 블로그. 앞으로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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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짓을 해도 이쁘지만 그래도 더 이쁜 건 역시 자는 거 photo.php?fbid=186700331378875&set=a.135263909855851.20788.100001167295779&type=3&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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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블로그 : http://plug.hani.co.kr/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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