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 100일 차
젖을 부여잡고
요즘 손으로 뭐든 잡으려고 하는 바다는
젖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먹는다.
입도 제대로 못 갖다 대던 아기가
자기 밥통을 스스로 잡고 먹는 것이다.
기적의 현장이다.
모유 수유 110일 차
한 대야의 젖
친한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에 가야되는데
먹이고 돌아서면
다시 차오르기 시작하는
나의 혈기 왕성한 젖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수동 유축기를 구입해서
유축을 하면서 다니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에 도착해 점심 때 까지는
짬짬이 유축을 하다가
오후가 되자 나는 모든 것을 잊고
친구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며 놀았다.
젖이 무겁게 차서
찌릿찌릿 아파올 때 쯤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했고
밤 11시 쯤 집에 와서
나의 젖과 대면을 했는데
옴마야!
9시간 동안 차오른 젖은
무기로 써도 될 만큼
거대하고 딱딱한
바위가 되어있었다.
분명히 보통 양이 아니다 싶어
큰 대야를 가져다 놓고
유축을 하기 시작했는데
짜도 짜도 끝이 없었다.
30분이 넘도록 짜낸 젖이
큰 대야를 가득 채우며
뽀얗게 찰랑거렸고
그때서야 젖은
말랑말랑한 엄마 젖의 면모를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