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a15a9b540aae6d375f4634d344768.



이 지면을 빌어 남편의 금연을 공개한 지 한달이 되어간다.

처음엔 정말 담배를 끊을까, 혹시 출장가서 피는거 아니야, 의심하기도 했지만

담배라는 게 그렇다. 한번만 피워도 속일 수 없다. 입에서 냄새를 없애도 머리칼에, 옷에

체취에 스미는 건 막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남편은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예상했던대로 ‘금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군것질이 늘고, 짜증도 늘고, 신경질도 나타나고, 예민해지고, 화도 잘 내고, 식탐이 생기고

등등 다양한 금단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특히 군것질이 늘면 체중도 같이 늘 수 있다고

경고해 주는 지인들도 있어서 나름 각오는 하고 있었다.

집에도 차에도 껌통들이 있고 수시로 껌을 씹고 과일을 먹어대는 거야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남편의 몸은 그간 쌓아둔 니코틴을 한꺼번에 배출하기로 결심한 것처럼 잔기침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곳 저곳 알아보니 그것도 일종의 치유현상이란다.



담배가 주는 독으로 짓눌려 있던 몸이 이제 살만해지니까 그동안 쌓여있던 독성들을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일 리 있다.

수십년 쌓여있던 담배 독이 하루 아침에 빠질까. 몇 달이 가도 당연하겠다.



이런 금단현상이야 다 이해도 할 수 있고, 받아줄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게 아니다.

주말만 되면 남편은 그야말로 병든 닭이 되 버린다.

늦잠에서 일어나 아침 먹고 다시 눕고, 깨워서 점심 먹으면 또 방 구석에 가서 누워 버리고,

꾹 참고 다시 깨워 저녁을 먹이면 일찌감치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어디가 아픈 거냐, 그렇게 피곤하냐 물어도 대답이 없다. 멍하니 나를 쳐다만 본다.

애들한테 갔다가 다시 와보면 여지 없이 구석에서 꾸벅 꾸벅 졸고 있다. 차라리 침대에라도 가서

제대로 누우라고 등을 밀고 만다.

아무런 재미도 의욕도 없는 사람 같다. 담배를 필때는 주말에 집에 있어도 수시로 현관 밖으로 나가

한 대씩 피우고 돌아오던 사람이다. 담배 냄새 난다고 핀잔을 해도 빙글거리며 곁으로 와서

말도 걸고, 애들도 봐주던 사람인데 그렇게 이뻐하는 아이들이 매달려도 귀찮은 듯 마지 못해

몸을 일으키고, 잠시 후에 가보면 애를 곁에 앉혀 놓고 또 자고 있다. 복장이 터진다.

엄마  떨어진 아이처럼, 굶주림에 지친 사람처럼, 남편은 무기력하게 잠 속으로만 도망간다.

꿈 속에서 아쉽게 한 대 피우고 있는건지, 꿈이라도 꾸어야 견딜 수 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



수십년 동안 하루에도 수없이 피워 오던 담배를 끊는 일이 수월하게 되리라고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담배를 끊자마자 원기충천해서 운동도 시작하고, 집안일도 적극적으로 돕고, 활기 넘치게

생활하는 것을 기대했던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당연히 힘들겠거니, 쉽지 않겠거니 짐작하고

예상하고 있었다. 갑자기 몸이 아프기도 하려니... 이런 예상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무기력하게 반응이 없이 잠만 자려고 하고, 움직이려고 하지 않으니 곁에 있는

사람도 정말 힘들다.

다 큰 아이 하나만 있다면 그래도 참을 수 있다.

한 살, 네 살 딸아이들이 번갈아가며 열 감기에 콧물, 기침 감기를 앓는 통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지내고 있는 나는 그나마 남편이 종일 있는 주말만 고대하며 지내는데 정작 주말이 되면

금단현상 겪고 있는 남편까지 봐줘야 하니 이러다가 내가 쓰러질 지경이다.



짜증내지 말아야지,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조금만 참으면 지나가겠지... 해도

당장 내 몸이 너무 고달프니까 인내심도 바닥이 난다. 마음으로 참을 인자를 수없이 써가며

꾸욱 참고 도를 닦고 있다. 이렇게 도를 닦다간 머지않아 공중부양 하겠다.



담배를 끊고 좀비가 된 남편...

정상적인 인간으로 되돌아오려면 얼마나 걸릴라나.

그래도 응원해야지. 금연은 성공해야 한다.

공중부양을 하게 되더라도 조금 더 참아주자!

막내가 조금 더 크면 내가 몽땅 데리고 나가 산에도 오르고, 운동도 시키리라.

좀비 남편이여...

바다 같은 마음으로 봐 줄테니 기운내시라!!!!!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태그
첨부
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18318/2d2/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16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의 첫 제주 글램핑 체험기 imagefile [4] 홍창욱 2017-04-28 6625
164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복 받아라! imagefile [6] 최형주 2016-04-01 6625
163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하늘이의 웃음을 기다려 imagefile [2] 최형주 2015-05-20 6619
162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큰 힘에 몸을 싣고 흐르면서 살아라 imagefile [2] 최형주 2017-03-14 6593
161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더위 앞에서는 사랑도.... imagefile [2] 신순화 2018-07-31 6589
160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imagefile [3] 정은주 2018-04-19 6588
159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육아와 살림은 부모의 양 날개로 난다 imagefile [2] 홍창욱 2017-05-07 6565
158 [너의 창이 되어줄게] 힘든 시절, 내 아이의 가장 예쁜 시절 imagefile [3] 임경현 2017-07-12 6563
157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7년의 사랑, 그리고 이별 imagefile [4] 신순화 2017-11-28 6560
156 [박수진 기자의 둘째엄마의 대차대조표] ‘유예’는 언제까지? imagefile [2] 박수진 2017-04-18 6547
155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좋은 한 끼 imagefile [8] 신순화 2018-03-20 6519
154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의 피아노 배우기 imagefile [5] 홍창욱 2018-02-13 6515
153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욱하지 말자, 그냥 화를 내자 imagefile [3] 케이티 2017-03-26 6504
152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더 키워봐야 안다 imagefile [2] 신순화 2017-07-19 6502
151 [아이와 함께 차린 글 밥상] [아이책] 한 아이 imagefile [3] 서이슬 2017-08-10 6499
150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상담 받아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imagefile [2] 정은주 2017-04-24 6488
149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딸아이와 바닷가 자전거 타기 imagefile [2] 홍창욱 2018-05-16 6478
148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막내 손을 부탁해^^ imagefile [1] 신순화 2018-11-21 6458
147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해피 버스 데이 투 미 imagefile [4] 최형주 2017-03-29 6453
146 [즐거운아줌마의 육아카툰] [육아카툰51편] 4.13 꽃구경이나 가야지~ imagefile [2] 지호엄마 2016-04-07 6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