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남편분,

혹시 있다면 아내에게 약간의 미안함을 느끼거나 찔린 적이 없나?

이미 집에서 살림하는 육아아빠들을 만나보았고

그들과 다른 위치에서 돈을 벌면서도 살림을 챙겨야 했던 직장맘들도 만났다.

그들 중에 살림하는 육아아빠라는 이름표를 달고 방송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내인 직장맘에게 집안일을 맡기는 남편도 있었으리라.

 

아내에 대한 잘못으로 치면 나는 원죄가 있는 사람이다.

아무도 도와줄 줄 사람이 없었던 제주로 3년전 이주하게 된 것은 전적인 나의 의지였고

또 1년전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하며 아내를 생활전선으로 내몰았던 것도 나때문이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밤늦게 일하고 들어오는 아내.

그 시간동안 아이는 내차지라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저녁시간을 빼고는 거의 집에 있다보니 밥을 해먹을 일이 많은데 먼저 밥 지으러 일어서는 횟수도 아내가 많다.

 

운전을 하고 컴퓨터로 일을 하고 업무 관련 통화를 하고..

이러저러 하다보면 조금 피곤할 때도 있는데 아내는

"피곤하니까 좀 쉬었다 하세요"라고 한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낮에 쉰다는 핑계로 침대에 누워 낮잠을 청해야 할때는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평소에 잠잠하던 아내도 서로 일이 많을 때는 신경이 조금은 날카로울 때가 있는데

둘이 갈등을 빚게 되는 것은 한 명이 일하는 동안 한 명이 아이를 봐야 한다는 것.

일하는 시간을 보장받기 위해 아이돌보기를 미루는 상황까지 오게 되는데

대부분은 내가 컴퓨터를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아내의 일하는 시간은 부족해 지는지라

"베이비트리에 내가 아내자격으로 고발칼럼 쓰고 말겠어요"라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하지만 이내 작업실 문밖으로 밥짓는 소리.

찔리고 미안한 마음이 쓰나미로 몰려온다.

 

생각해보면 결혼하고 흘러온 모든 것이 남편인 나 중심으로 왔는데

나는 왜 지금에야 손톱만큼의 양심을 갖게 된 것일까?

제가 알아서 각성했다기 보다는 아내의 표현이 문을 두드렸겠지.

 

그리고 며칠 뒤 낯선 아내의 모습에 한번 더 마음이 짠해졌다.

올레걷기 축제에서 음악에 맞춰 열심히 춤을 추는 아내.

평소 낯가림이 있어 춤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아내가 세 살 아이를 업고 춤이라니.

 

'아내가 이제 아이엄마가 되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무엇이 아내를 춤추게 하는가'가 궁금해졌다.

일상에 지칠만도 한데 무엇이 그녀를 이끌어가게 하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인지.

아내가 참 고맙고 대단하다.

 

*수미씨의 춤추는 모습을 보실려면 아래 사진을 클릭해주세요.

뽀뇨와 춤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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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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