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 3.jpg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로 시작되는 시가 있다.

이 시를 우리집 버전으로 바꾼다면

'우리집 6월은 앵두가 익어가는 시절'이 될 것이다.

앞마당 뒷마당이며 산비탈에 족히 일곱 여덟 그루의 앵두나무가 있는데

가지마다 빨간 보석같은 앵두 열매가 주렁 주렁 달려있다.

이토록 날이 가문데도  어디서 물을 끌어 올려 빛나는 앨매들을 맺고 있는지

볼때마다 고맙고 기특하다.

 

같은 베이비트리 필자이면서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분이기도 한,

일본에 사시는 영희님의 큰 딸은  우리 큰 아들과 동갑이라 늘 마음이 가는데

생일도 똑같은 6월이란다.

같은 달에 각각 아들과 딸을 낳은 우리는 6월도 각기 다른 것으로 기억하는 모양이다.

영희님에겐 수국이 이쁘게 피어날때 태어난 이쁜딸과 수국옆에서 매년 사진찍는

행복이 있다면 내겐 앵두가 익을무렵 태어난 아들에게 매년 앵두를 올린

생일 케익을 차려주는 기쁨이 있으니 말이다.

 

마당있는 집에 이사오고 나서 꼭 다섯번째 6월을 맞이하고 있다.

변함없이 빨갛게 익어가는 앵두를 기다리고 설레이며 맛보고 즐겁게 따 먹는

큰 기쁨도 누리고 있다.

앵두는 봄에 피는 연분홍 꽃도 정말 이쁘지만 초록색 잎사귀도 정말 사랑스럽다.

꽃이 진 자리마다 단단한 초록  열매가 맺혀서 나날이 붉은 빛으로 익어가는데

초록빛 사이에서 빨갛게 익은 앵두를 볼 때마다 '이렇게 이쁜 열매가 다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보석같다... 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그냥 따서 먹기도 하고 설탕에 재워 효소도 만들지만 그냥 두고 보기만해도

흐믓해지는 열매다.

 

앵두 2.jpg

 

며칠 전 식물 한 가지를 선택해서 설명하는 글을 써가는 숙제로 아홉살

딸 아이가 '앵두'를 선택했길래 숙제를 하는 동안 나는 앵두 열매를 따 왔다.

선생님과 반 아이들과 나누어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다.

수줍어하는 딸 대신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신 교탁위에 앵두가 담긴

통과, 앵두가 주렁 주렁 달린 가지를 놓아두고 왔는데

오후에 선생님으로부터 정말 감동이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수업시작하기 전 반 아이들과 함께 차 마시는 시간에 앵두 세 알씩 모두가

맛을 보았다는 것이다.

소박한 선물을 이처럼 멋지게 써 주시니 내가 더 고마왔다.

 

자주 가는 마을 카페의 마음씨 좋은 여주인에게도 앵두 담긴 병을 선물하고

아이들과 숱하게 들리는 마을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에게도 앵두를 가져다 드렸더니

다들 정말 좋아하신다.

내게 넉넉하게 있는 것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으니

참 좋다.

 

앵두 5.jpg

 

어제는 오후에 앵두를 아주 넉넉히 따서 잘 선별한 다음 작은 병에 담아

마을 조합 밴드에 올려 팔기도 했다.

누가 사는 사람이 있으려나.. 싶었는데 금새 열병이나 팔렸다.

아홉살 여섯살 두 딸들은 앵두중에서 덜 익거나 벌레 먹은 것들을

골라내는 일을 도왔다.

 

앵두 4.jpg

 

앵두처럼 이쁜 딸들이 정성껏 담은 앵두위에는 싱싱하고 이쁜 초록 앵두 잎사귀로

장식을 했다.

갓따서 담은 앵두는 병에 담아 마을 식당 냉장고로  배달했고, 주문한 사람들은

그곳으로 와서 한 병씩 사갔다. 덕분에 용돈도 벌고, 조합에 수익금의 일부를

후원할 수 도 있었다.

우리집 앵두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기꺼이 돈을 내고 사 먹는다는 사실에

두 딸들은 신이 나서 일을 도왔다.

큰 돈은 아니지만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앵두.jpg

 

곧 열세번째 생일을 맞이할 아들은 메르스로 인해 월요일부터 맞은 휴교기간 내내

양주에 있는 이모네 집에서 보내고 있다.

매일 맛있는 고기 반찬을 해주고 달달한 간식을 챙겨주는데다 컴퓨터 게임과

텔레비젼 시청을 하게 해주는 이모네 집이 천국이라며 당최 올 생각을 안 한다.

월요일에 지방으로 출장갔던 남편도 내일 돌아오고

일요일 오후에 이모네로 갔단 아들도 내일 돌아온다.

주말엔 다음주에 있을 열세번째 결혼 기념일과 아들의 생일을 겸한 작은

가족 파티를 열 생각이다.

생크림만 얹은 케익을 주문해서 앵두를 듬뿍 올린 케익을 만들고

13년동안 잘 커준 아들과, 13년 동안 잘 살아온 우리를 서로 축하하는 따스한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실컷 따 먹고 인심좋게 선물하고 팔기도 하고,  친구들 이웃들 불러 따게도 하고

친정 부모님도 잔뜩 따가서 두고 두고 드시고, 남은 앵두는 열심히 효소를 만들고 있다.

무더운 여름엔 새콤한  매실쥬스와 더불어 색이 이쁜 앵두 쥬스도 사랑받겠다.

 

이다음에 이다음에 정말 시골에 우리집을 가지면

마당엔 꼭 앵두나무를 심어야지... 생각하고 있다.

 

앵두의 시절이 가고 나면 다음달엔 감자를 캔다.

사는게 험해도 땅은 쉼없이 귀한 것을 내어주니 감사한 마음으로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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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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