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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아이 하나만 키울 생각이었다.

 

당연히 셋 정도는 낳아야지! 하고 생각했던 신혼초기와 달리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장르로 따지자면 하드코어 육아?라고 할까

완전고립감에 우울증과 홧병을 세트로 달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게다가 나의 첫아이 딸은

예민하고 섬세하기 그지없는, 내성적인 성격의 표본같은 아이였다.

입맛도 까다로워 잘 안 먹고

먹는 게 없으니 나오는 것도 없는지

똥도 잘 못 싸고

게다가 잠까지 안 자는

 

그런 아이지만, 내면은 활화산이 불타고 있는 듯한 아이였다.

사람들 앞에서만 조용하고 얌전할 뿐

뭐든 직접 해 봐야 하고 만져봐야 하고 보고 듣고 놀고 싶어했다.

아침을 제대로 안 먹고도 눈만 뜨면 어디로든 밖으로 나가

하루종일 놀아야 하고 집에 가는 걸 그렇게 싫어했다.

친구집에서 공원에서 수영장에서 실컷 놀다

어두워져서 돌아올 때도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근처 놀이터 미끄럼틀이라도 한번 타야하고

그렇게 돌아와서도 더 놀고 싶어 신발을 들고 엉엉 울 정도였다.

 

그렇게 한 5년을 보내고 나니

다시는 이 노릇을 못할 것만 같았다.

내 나라에서라면 벌써 몇이라도 더 낳았을테지만

외국에 계속 사는 한은 더 이상 낳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어느날 둘째를 갖게 되었다.

원치않는, 이 아니라  계획된 임신이었다. (이유는 다음 기회에^^)

누나와는 달리, 너무 잘 먹고 잘 자는 아이여서

안 먹는 아이를 둔 엄마의 한을 지금도 풀며 살고 있다.

그런 둘째를 키우며 한참 젖먹이던 시절.

늘 들리던 한겨레 사이트에서 신기한 제목(내게는)의 글들을 발견했다.

아! 이제 드디어 육아를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기 시작하는구나!

놀랍고 반가웠다.

 

진정한 의미의 학습력은 놀이에서 나온다는, 내 마음에 꼭 드는 교육론이나

유아심리를 감성적인 언어로 표현해 엄마 마음을 흠뻑 적셔놓으시는

서천석 선생님의 글...  이런 전문가 분들이 계시다니!

그림책을 읽는 소아정신과 의사라니!

사교육이 판치는 한 편에서는 이런 육아문화도 싹트는구나 싶어

날마다 들어와 위안을 얻곤 했다.

가끔 바빠서 한동안 베이비트리를 읽지 못하는 날은

00네 엄마는 직장에 잘 복귀했을까?

00네 아이는 전학간 대안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있을까?

또 00네 아이는 장염에 걸렸다더니 다 나았을까?  ... ...

 

온라인에서. 그것도 나는 댓글 참여 정도도 일절 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가까운 이웃집 안부를 걱정하듯

한동안 소식을 모르면 궁금하고 그립고... 그랬다.

 

자주, 몇 번 나도 온라인 공간 속으로 들어가 볼까 마음먹으려는 순간엔

어김없이 아기가 깨서 울거나 밥할 시간이거나 그랬다.

더구나 나는 온라인 세상에 의심이 많은 소심한 사람이고

나의 이야기가 제대로 소통되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지고 말까봐,

평생을 비주류와 마이너로 살아왔건만

육아마저 이렇게 철저히 비주류로 겪어온 이야길 누가 들어줄까

번번이 마음을 접었드랬다.

그러다, 어떤 일+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이렇게 나와 있다.

 

베이비트리가 3주년을 맞았다며 새로운 시작과 시도들을 하는 게

여기 멀리까지 전해져온다.

내가 아이를 키우며 도움받고 위로를 받은 것처럼

많은 분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발전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우리의 삶과 일상의 냄새를 찾을 수 없는 외국의 수많은 교육론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식 육아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늘 소리지르고 야단치느라

우리집이 젤 시끄럽다고 소문나면 어떻하나 걱정하는 나에게

남편은 벌써 소문 다 났을거라 할 정도로

나는 성질이 급해 늘 아이들에게 소리지르고 살지만

그래도, 선물이 얼른 받고 싶어 산타할아버지를 벌써부터 기다리는,

할아버지, 우리집 열쇠가 없어 어떻게 들어오나 날마다 걱정이 태산인

그런 어린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게 너무 좋다.

그런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이곳에서 함께 나누었음 좋겠다.

 

육아가 잘 안 풀릴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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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라도 한 잔 하며 숨 돌리고

 

달콤하고 따끈한 것도 한 조각 먹고

 

그러다 또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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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감상으로 육아의 영감도 얻으면서^^

 

그렇게 재미나게 아이 키우며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 주는 것도 좋지만

엄마들이 즐거운 일상, 그런 육아이야기를

앞으로도 더 많이 읽고 싶다.

 

P.S 요즘 베이비트리에 아빠들이 너무 열심이신 것 같습니다.

      엄마들, 우리도 분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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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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