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622fd3cf98526e66f5e02c200716f9. » 녀석의 입을 거쳐간 이 수많은 공갈 젖꼭지. 몇 개는 분실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우리 아이가 달라졌다. 엄마·아빠보다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것, 꿈속에서도 그리워했던 바로 그것, ‘공갈 젖꼭지’를 전격적으로 뗀 것이다.

“월요일 밤에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또 공갈 달라고 울더라고. 그런데 공갈 대신에 장난감 자동차를 손에 쥐어줬더니 다시 자버렸어. 그날로 공갈과 빠이빠이 한 거지.”

전화기 너머 아내의 목소리는 마치 승전보(?)를 전하듯 들떠있었다.

“밥도 잘 먹고 하루에 똥을 세 번이나 눠. 컨디션 아주 좋아. 빨리 내려와.”

엄마와 먼저 외가에 내려가 잘 놀고 잘 먹고 잘 지내는 모양이었다. 그래, 이번 휴가 땐 제대로 놀아보자꾸나.






‘가슴 아픈’ 휴가



계획했던 대로 수요일에 부모님을 모시고 처가로 내려갔다. 성윤이의 양가 할머니·할아버지를 한 자리에 모시는 원대한 휴가 구상이었다. 성윤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큰 그림의 첫 목적지는 공룡 유적지로 유명한 경남 고성.

수요일 오후 온 식구가 그곳으로 향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녀석은 갑자기 차 안에서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몸에서는 열이 났다. 자지러지는 녀석을 진정 시키고는 야간진료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체온은 38도가 넘어갔고 급한 대로 해열 주사를 맞혔다. 웬만하면 아픈 티를 안 내는 녀석인데, “성윤이 어디 아파?”라고 물으면 “응” 하며 가슴을 가리켰다. 가슴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다음날 아침 소아과에서 장염 진단을 받았다.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안정이 필요했기에 사천을 중심으로 한 남도 유람에서 성윤이와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는 제외됐다. 유람 중간 중간 녀석의 상태를 물어보면 “밥도 잘 안 먹고 짜증만 낸다”고 했다.

장염 치료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기에 금요일에 부모님만 모시고 상경했다. 일요일 밤 비행기로 엄마와 성윤이를 오게 하고 그때까지 충분히 몸을 추스르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이별 후유증



그런데 내가 올라온 뒤 이틀 주말 동안 ‘만만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상대로 한 녀석의 짜증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누워있으면 앉게 하고 앉아 있으면 서게 하고, 장난감 자동차를 탁자 밑으로 밀어 넣고는 할아버지한테 계속 꺼내달라고 하고, 제가 움직이는 대로 할머니를 질질질 끌고다니고... 일요일 오후에는 저녁을 먹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버티자, 할머니·할아버지는 아예 자리를 피하셨고 성윤엄마가 녀석을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침대에 앉혀놓고 밥을 먹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설득을 했다고. 그러니까 슬금슬금 눈을 내리깔더니 얌전히 밥을 먹었다나. 

“내가 정말 미안할 정도였다니까. 그런데 엄마 말이, 니가 저렇게 땡깡 부렸으면 몇 대는 쥐어박았을 걸? 그런데 손자한테는 못 그러겠더래.”






녀석의 짜증은 단순한 병치레로 인한 것으로 보기에는 정도가 너무 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금단 현상’. 녀석은 신나게 놀다가도 피곤하면 공갈을 찾아서 입에 물고는 침대 위에서 뒹굴며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걸 할 수 없으니 무한짜증을 부린다는 것이 장모님의 추측이었다. 음, 그럴 듯하다.






어쨌든 녀석은 9일간의 휴가동안 공갈 젖꼭지를 버리고 집으로 개선했다. 그리고 집에는 언제나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아빠가 있다. 오냐, 잘 왔다. 녀석의 탈선, 간단하게 제압해주마. 



▼ 경남 고성의 공룡박물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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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서른두살 차이 나는 아들과 마지못해 놀아‘주다가’ 이제는 함께 잘 놀고 있는 한겨레 미디어 전략 담당 기자.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친구 같지만 권위 있는 아빠가 되는 게 꿈이다. 3년 간의 외출을 끝내고 다시 베이비트리로 돌아왔다.
이메일 :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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