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핸드폰 거부, '레알'만 좋아하는 아기



애고 어른이고 금기에 대한 욕망은 똑같애





ed17f7f5bdbeeb906234b85e2a59f87d. » 장난감과 실물을 용케 구분하며 지저분한 실물만 좋아하는 아기



 지난 주에 정성 가득한 이유식은 죽어라 안먹고 빵과 치즈 같은 ‘불량식품’만 좋아하는 아기의 걱정스런 식생활에 대해서 썼다. 누가 줘 버릇한 것도 아닌데 아기 치즈를 줄 때는 미처 입에도 넣어주기도 전에 저 알아서 치즈 조각 붙은 엄마 손가락으로 입이 달려가면서 고기 야채, 육수 넣고 정성스레 끓인 죽 앞에서는 입을 꼭 닫는 아기를 보면 똥 된장 구별 못하는 ‘하룻강아지’도 ‘길티 플레저’의 쾌락은 아는지 ‘정말~미스테리’(개콘 박영진 톤으로) 하다.



 따져 보니 길티 플레저의 쾌락은 아기의 식생활에만 있지 않다. 아기가 좋아하는 놀이도구들은 한술 더 뜬다. 우리 아기는 장난감이 제법 많다. 돈주고 사준 건 중고로 산 플레이매트와 얼마 전 산 천원짜리 탱탱볼 하나가 전부인데 백일 날 식구들에게 선물 받거나 주변에서 물려 받은 장난감들이 빨래통 하나로 가득이다. 헝겊공이며 오뚜기, 불 들어오는 공, 곰인형, 딸랑이 등등...



 그러나 우리 아기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리모콘과 핸드폰. 티브이 리모콘과 핸드폰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전광석화처럼 달려(배밀이로 기어) 간다. 하루가 리모콘과 핸드폰 치우기 찾기 실랑이로 훌쩍 갈 지경이다. 얼마 전 친구에게서 장난감 리모콘을 선물받았다. 색깔도 알록달록 누르면 소리와 노래도 나오고 불도 들어온다. 그러니까 티브이 리모콘보다 훨씬 재미난데 한나절 가지고 놀더니 시큰둥. 꼬질꼬질한(게다가 소리도 안나는데!!) 진짜 리모콘에 다시 올인이다. 왜 그럴까. ‘정말~ 미스테리’ 하다. 



 리모콘, 핸드폰에 이어 좋아하는 건 전깃줄. 특히 전기 플러그에 꼽는 부분과 노트북에 끼우는 ‘꼬다리’ 부분은 아기의 ‘완소 아이템’이다. 행여나 전깃줄이 목에 감길까, 감전되지 않을까 불안해서 쫓아다니면서 뺏거나 치우느라 바쁘다. 화장품, 그중에서도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립스틱 종류와 각종 샘플류, 그리고 파우더 팩트도 아기가 사랑하는 장난감이다. 뚜껑이 열리면 쏟아질 화학약품 덩어리가 꿀맛이라도 되는양 쪽쪽 소리가 나게 빤다. 그밖에도 눈에 찔릴까 불안불안한 긴 젓가락, 깨질 수도 있는 어른들이 쓰는 유리컵 등등이 아이가 사랑하는 장난감들이다.



 빨기 시작하면서는 치발기 딸랑이와 치발기 인형을 사줬다. 하지만 절대로 빨지 않는다. 신고 있는 양말을 벗어 빨거나 어른들이 신고 있는 양말을 빨거나 새까만 가방이나 지갑 모서리를 빨거나 닦은지 백년 된 가구 다리 등을 쪽쪽 빨아댄다. 한마디로 치발기 빼놓고 다 빤다고나 할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살까 말까 고민했던 자외선 소독기 안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릇, 장난감 백날 소독해주면 뭐하나. 그 안에 식탁도, 양말도, 가방도 넣을 수가 없는 걸.



 어떤 아동 심리학에서 본 내용 중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있다.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부드럽게 금지한 애들은 나중에도 그 행동을 하지 않지만 강하게 금지시키면 나중에 감시의 틈이 생기면 꼭 그 행동을 한다고 한다. 내가 너무 ‘안돼!’ ‘안돼!’를 연발하기 때문일까. 이제 말귀를 좀 알아들어서인지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내가 좀 큰 소리로 “안돼!” 하면 움찔하거나 나를 쳐다보고는 주저하는데 좀 있다가 다시 리모콘이나 지저분한 물건을 찾아내 빨아대는 거 보면 확실히 금지 또는 금기는 도리어 아기를 유혹하는 강렬한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금기에 대한 열망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이제 고작 7개월 넘은 아이가 이토록 금지된 장난을 사랑하니 앞으로 평생동안 그의 앞에 얼마나 많은 유혹들이 나타날까 싶다. 그래도 모범생 엄마, 아빠에게서 태어난 아이니 하지 말란 것 안하면서 자라지 않을까 했는데, 벌써부터 하는 행동을 보니 '아이는 절대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 선배 부모들의 경구를 참을 인자 옆에 오롯이 새겨놔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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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기자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은 팔랑귀를 가지고 있는 주말섹션 팀장. 아이 키우는 데도 이말 저말에 혹해 ‘줏대 없는 극성엄마가 되지 않을까’,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이라는 ‘꽉 찬’ 나이에 아이를 낳아 나중에 학부모 회의라도 가서 할머니가 오셨냐는 소리라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엄마이다. 그래서 아이의 자존심 유지를 위해(!) 아이에게 들어갈 교육비를 땡겨(?) 미리미리 피부 관리를 받는 게 낫지 않을까 목하 고민 중.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여주고 입혀주기 위해 정작 우는 아이는 내버려 두고 인터넷질 하는 늙다리 초보엄마다.
이메일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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