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 뒤, 복직 이후의 삶을 꾸준히 쓰기로 마음 먹었다. 개인적으로는 `곤란해도 괜찮아 시즌2'라고 명명하고 싶다. 되도록 솔직하게 쓸테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 모두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 바꿔야 한다, 는 뜨거운 동지애와 열정으로 글을 시작한다.##

 

   지겨웠다. 먹는게 지겨웠다. 두툼한 뱃살도 지겨웠다. 뱃 속 아기 줄거라며 먹고 먹고 또 먹고, 모유수유 중이니 잘 먹어야 한다고 또 먹고 먹고 먹고. 그렇게 나는 2년의 시간을 끊임없이 먹었고 무럭무럭 살쪘다. 복직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을 때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아니, 빼고 싶었다.


 기준점이 복직은 아니였다. 모유수유를 끊는 시점을 디데이로 삼았다. 나는 딱 1년동안 모유수유를 했고 아기 돌 즈음에 젖을 뗐다. 젖돌이였던 아기는 너무나도 씩씩하게 젖과 빠이빠이를 했다.(예쁜 것!) 오로지 모유만으로 건강하게 아기를 키워냈다는 자부심이 몰려왔다. 동시에 젖을 핑계로 앉은자리에서 커다란 팥도너츠를 세 개까지 먹어치우는 내 식욕에 대한 근심걱정이 몰려왔다.

 

  아기를 낳고, 모유 수유를 마치고, 혹은 복직을 앞두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 몸무게까지 다 공개해가며 솔직하게 이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으로 베이비트리가 폐쇄 커뮤니티였다면, 싶다 ㅠㅠ) 그러니 웃지 마시라. 어허 거기, 쉿! ㅎㅎ

 

  내 키는 169.3cm 이다. 그보다 좀 더 나올 때도 있지만 난 항상 내 키를 169cm라고 말한다. 키 큰 분들은 공감하시리라. 암튼 이 키에 55kg 정도가 나가면 몸이 매우 가뿐하고 날씬하다는 소리도 들을 정도가 된다. 입사 이후 수직 상승하던 몸무게는 임신 직전, 사회부에서 사건 현장을 구르며 술에 찌든 생활을 했더니만 어느덧 60kg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갑자기 임신을 했고 이후 내 몸무게는 25kg이 불어나 85kg을 넘어섰다.

 

  말이 25kg이지 정말 무섭게 쪘다. 가뜩이나 양수도 많아 배가 많이 불렀는데 살까지 찌니 한 선배는 내게 “정말 크다”고 했다. 만삭에는 걷기도 숨쉬기도 힘들었다. 요즘 산모들은 어찌 그리 마른 몸에 딱 배만 예쁘게 나왔는지, 산부인과를 갈 때마다 부끄러웠다. 애 낳고나면 좀 빠지려나. 그런데 아기를 낳고보니 허망했다. 3.9kg짜리 아기를 낳고난 다음날 몸무게를 재보니 고작 4kg이 빠진 것이다. 아기 몸무게만 빠졌고 띵띵 불은 몸은 그대로였다.


 날씬한 김희선이 텔레비전에 나와 “산후 다이어트의 비결은 모유수유”라고 하기에 믿었다. 다행히 젖이 잘 나와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지 않고 오로지 젖만 먹이며 1년동안 모유수유를 했다. 그런데 왜 왜 왜 안빠집니까?!! 나는 허공에 대고 김희선과 수도없이 싸움을 했다. 살은 참으로 서서히, 그래서 얼핏보면 정지한듯한 속도로 빠졌다. 출산 직후 80kg이었던 몸무게는 발가락이 안보일정도로 부어오른 몸의 붓기를 빼주자 서서히 70kg대로 내려갔다. 여름을 지나며 (애 보기 힘들어서) 좀 더 빠졌다. 모유수유를 끝냈을 때는 67kg 정도가 됐다. 여전히 든든한 몸매였다. 기존에 입던 옷은 단 한 벌도 맞지 않았다. 


 이때 내 고민을 알아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으니, 컴퓨터를 전공한 뒤 대학을 다시 들어가 한약 공부를 하고 얼마전 개인 한약국을 차린 똑똑하고 착한 친구 승용이였다. 친구는 내가 아기를 낳고 나서부터 기력 보강용으로 한약을 챙겨주곤 했다. 그러면서 몸매 걱정을 하는 내게 “젖 떼고부터 빼면 되니 마음 편히 가지라”고 격려해주곤 했다. 젖을 떼자마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에게 내 식욕과 비염 등을 다스릴 한약을 지었다. 그리고 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일생에 단 한 번도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이 없는 나이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다만 빼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간절한 적은 처음이었다. 아이를 낳은 뒤 살이 많이 찐 친구들의 경우 삶의 만족도와 자신감이 떨어져 우울감을 더 많이 느끼고 짜증이 늘어나는 모습을 여러차례 목격했다. 여떤 면에서든, 불만스런 엄마로 살고싶지 않았다. 누굴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 복직 전에 살을 빼고 싶었다.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인지 한약이 도착하기도 전에 나는 식욕을 내려놨다. 아기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남은 찌꺼기만 먹었다. 간식, 특히 빵을 딱 끊었다. 물처럼 마시던 사이다도 끊었다. 저녁 시간이 되면 그냥 안먹었다. 아기때문에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내긴 힘들었다. 그래도 짬짬이 스트레칭을 했다. 일단 속으로 “먹는 것, 지겹다”는 생각을 반복했다. 폭식할만한 자리는 되도록 피했다.


 복직 한 달 전에는 아기를 어린이집에 두 시간씩 적응시키면서 시간이 생겼다. 당장 동네에 있는 댄스 학원의 수강증을 끊었다. 고막이 터질 듯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몸을 흔드는 한 시간은 ‘내가 원래 이런거 좋아하는 애였음을 일깨워주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는 주변의 ‘언니’들을 따라서 보다 예쁘고 야한 댄스복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큰 거울에 비치는, 춤 추는 내 모습이 좋았다. 땀도 엄청 많이 흘렸다.


 딱 두 달동안 먹는 걸 멀리했다. 그랬더니 드디어 지긋지긋한 60kg대를 벗어날 수 있었다. 회사에 출근할 때는 58kg이 됐다. 임신 중, 출산 뒤에 입던 옷들을 모두 주변에 나눠 줬다. 다시는 이런 옷 안 입겠다는 다짐으로. 요요 따윈 겪지 않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그리고 몸에 딱 맞는 새 옷을 샀다. 보다 더 직장 여성처럼 보일만한 옷을 골랐다. 어쩌면 일터로 복귀한 뒤에 “애엄마 같지 않게 보이고 싶은” 내 욕망의 발현이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나를 포함해 그런 생각 하게되는 애엄마 노동자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어쨌든 나도 믿을 수 없는 변화에 주변 사람들, 특히 만삭 때 내 몸매를 기억하는 회사 사람들이 많이 놀랐다. 그랬더니만 자신감이 생겼다. 복직하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힘든 일도 생기겠지만, 어쨌든 나는 해낼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이었다. 아주 별 거 아니지만 내게는 힘들었던, 그리고 너무나 보람찼던 생애 첫 다이어트 성공기. 아이를 낳았지만 일에 있어서는 ‘00 엄마’가 아닌 여전히 ‘임지선’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 이 욕망을 잘 다스려야겠다. "애 낳고 나면 어떻게 된다"는 식의 세상의 편견에 휘청거리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 그렇게 나의 첫번째 복직 준비는 꽤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일단 시작은 좋았다.

 

 비포애프터.jpg

덧붙임: 사진은 만삭 때의 모습과 복귀 후 출근 첫 날의 내 모습. 첫날부터 너무 정신이 없어 뛰어다니다가 기념으로 한 컷은 남기고 싶어 엘리베이터에서 셀카질을 했다. 얼굴도 안습이고 사진도 별로지만 의미가 있는 첫출근 사진이기에 올린다. ㅎㅎ 그래도 사진 올리는 거 꽤 용기낸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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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선 기자
<한겨레21> 기획편집팀, 사회팀, <한겨레> 사회부 24시팀을 거쳐 현재 오피니언넷부에서 일하고 있다. “결혼 생각 없다”더니 한 눈에 반한 남자와 폭풍열애 5개월만에 결혼. 온갖 닭살 행각으로 “우리사랑 변치않아” 자랑하더니만 신혼여행부터 극렬 부부싸움 돌입. 남다른 철학이라도 있는양 “우리부부는 아이 없이 살 것”이라더니 결혼 5년만에 덜컥 임신. 노키드 부부’로 살아가려던 가련한 영혼들이 갑자기 아기를 갖게되면서 겪게되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나누고자 한다.
이메일 :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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