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이불속이나 뽀뇨집(소형 칠판위에 이불을 덮어 씌운 곳)에 숨어버리는 뽀뇨.

잠을 늦게 자서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그런 거라는 판단을 엄마가 내리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내가 일하러 가기 싫듯 뽀뇨도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것이다.

추석 때 고향집에 가서 누나들과 애들 이야기를 한 참을 했는데 조카들 4살, 5살 때는 어린이집에 가는 둥 마는 둥 했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가끔은 뽀뇨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 진다.

 

아빠도 요즘 아침 잠이 많아서 어떨 땐 배웅을 하고 어떨 땐 아침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일을 하러 가야 하는데

가기 싫은 뽀뇨와 보내려는 아내 사이에서 마음의 갈등이 인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이라면 “뽀뇨 내가 볼게요. 오늘은 집에서 놀지 뭐”하면 되는데

근래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뽀뇨의 등을 밀게 된다.

바지를 쫓아가 입히고 물 묻힌 손수건으로 얼굴을 딲고 가방 찾아서 챙기고 신발까지 억지로 신겨서 가야 하는데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아침부터 언성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아내가 둘째를 가져서 몸이 힘들다보니 더 그런 듯 한데 뽀뇨에게 자유를 주고 싶은 마음은 충만한데 책

임을 질 수 없는 처지가 가끔은 안타깝고 내가 제대로 아빠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우리가 어린이집에 보내는 이유는 “부모의 시간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울 수 있는 다른 것이 있어서”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전자 쪽으로 기우는게 아닌가 싶어서다.

 

어린이 집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을 자세히 살피고 선생님과 피드백하며, 아이에게 일과를 물어보거나

친구 사이가 어떤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딱 그 정도까지인데 어린이집(학교)을 가기 싫어도 가야되는 제도적(?)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 진짜 아빠인지,

아이가 정말 가기 싫어할 때는 자유를 주는 것이 아빠의 역할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예전에 홈스쿨링을 하는 아빠를 만나 인터뷰를 한 적도 있고

아는 누나가 몇몇 동네분들과 모임을 조직하여 직접 아이들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참여하는 얘기도 듣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보통 정성으로는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4살인데도 하루 어린이집 못 보낼까봐 전전긍긍인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앞으로 그렇게 할 용기와 자신이 있을까?’라는 소심한 아빠가 된 것이다.

 

아내와 아이를 어린이집에 자연스럽게 보내기 위해 ‘밴드’도 붙여주고

새로 꺼낸 ‘떡볶이 단추 달린 코트’도 입혔는데 예상한 것보다 바로 반응이 와서 한참을 웃었다.

봉고차를 타자마자 바로 자랑을 시작했다는 뽀뇨는 딱 그 나이, 4살인 것이다.

아빠도 딱 그 나이에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데 날씨 탓인지 몰라도 어린이집 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눈에 밟힌다.

 

생각해보면 유년시절 기억이 참 별로 없다.

유치원을 다니지도 않았고 1학년 때는 학교 가기 싫어 늦게 갔다가 복도에 한참을 서 있어야 했다.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4~5살 때부터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얼마나 가기 싫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또 다시 아빠의 눈높이겠지만 아내와 내 마음에게는 “뽀뇨 내가 볼게요”하며 책임지는 아빠가 되고,

뽀뇨에게는 “아빠, 심심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는 친구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아끈 다랑쉬 오름을 뽀뇨와 찾았다. 아직 뽀뇨는 오름보다 친구가 좋은 나이 ㅎㅎ>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올챙이송 돌림노래"가 ㅋㅋ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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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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