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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3년째 살림 다이어트 중이다.
살림 다이어트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결혼 10년차를 넘어가면서 집안에 쌓이는 짐과 물건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만큼 어마무시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 둘이 만나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보낸 30대는 그야말로 물욕과 지름신의 포로가 된 나날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잘 살고 싶은 욕망이 가장 들끓는 때가 바로 30대 같다.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도 어찌나 그리 많았던지
내 것과 남편 것은 물론, 아이들 것, 우리 모두를 위한 것,
늘 그 뭔가를 사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며 30대를 보낸 것만 같다.

왜 그랬을까.
잘 살고 싶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고,
나나 남편도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싶고,
남들보다 더 낫진 못하더라도, 남들만큼은 살고 싶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어떤 조급함.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결핍이 늘 따라다녔다.
거기에 10년 결혼생활과 육아에서 오는 만성피로와 불안까지 더해질 때면
판단력이 흐려져 자주 물욕의 노예가 되곤 했다.

그 결과는 뻔했다.
쓸 돈은 늘 빠듯하고 얼마 없으니, 사다 모은 건 죄다 싸지만 부피는 큰 물건들 ..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정리해야지.. 하는 핑계로 10년 가까이 버티다
결국 이사를 계기로 3년 전부터 살림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거다.
그 무렵부터 정말 지겨울 만큼, 집 정리에 대한 자료들을 많이 읽었다.
공통적인 이야기는 역시 버리고 줄여서 일상의 효율을 높이자. 하는 것이었는데
소심한 내가 보기엔 저자들의 정리정돈 방법은 좀 과격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집안의 한 공간씩, 해체를 시작하면서
벌써 정리하고 버렸어야 하는데.. 싶은 물건들은 과감하게 정리했지만
그래도 머뭇거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 마음 먹은 게, 바로 이 살림 다이어트였다.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하나씩 한번 해보자 싶었다.
집안 물건 뿐 아니라, 소비, 시간, 인간관계 등
우리 가정의 살림 전반을 재정비하고 심플하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게 벌써 3년.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 개인은 물론 우리집, 우리 가족 모두가 참 많이 달라졌다.
정리정돈 관련 저자들이 왜 그리 한 목소리로
인생이 리셋된다고, 빛난다고, 했는지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실감하고 있다.
앞으로 생생육아에 틈나는 대로 이 <살림 다이어트> 이야기를
몇 부분으로 나누어 써 볼까 한다.

3년동안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요요현상을 겪으며
살림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버리는 게, 무조건 안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버려야 할 것과 아닌 것
사야할 것과 안 사도 되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잘 구분하고 판단할 수 있으면 된다는.

모든 일의 기본은 결국 정리라는 말이 맞나 보다.
공부도 인생도 살림도 육아도
일단, 지금 내게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분류해서
순서를 정하고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걸 잘 하려면 일단 좀 비워내야 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비워내고 여백이 생겨야, 내가 지금 진짜 필요로 하는 것과
쓸모없는 것들 틈에 가려져 있는 소중한 것을 비로소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지난 가을에 있었던 일이다.
마당에 있는 작은 단풍나무가 가을과 함께 아름답게 물들더니
햇살이 드는 오후만 되면 어찌나 이쁘게 빛나던지
아이들과 함께  "꼭 크리스마스 트리같이 반짝이네." 하며 감탄하곤 했었다.

그런데 물든 단풍잎들이 하나둘 떨어지면서
앙상한 가지가 드러나기 시작하던 어느날,
아이들이 "어, 엄마 나뭇가지에 뭔가가 있어요." 그런다.
잎들이 우수수 더 떨어지고 난 며칠 뒤 보니,
놀랍게도 가냘픈 단풍나무 가지에는 작은 새집이 지어져 있는 거였다.

세상에.. 심은지 2년 좀 넘은 이 작은 단풍나무에 어찌 둥지를 틀었을까..
그러고 보니 작년 봄과 여름동안 유난히 새 소리가 많이 난다 .. 싶어
어디 옆집이나 앞집 처마에 새들이 집을 지었나 하고 말았는데
그게 우리집 나무였다니..
단풍나무가 잎을 다 떨구지 않았다면 이런 새집이 있는줄도 모르고 살았겠구나..

살림 다이어트도
사람의 내면도
어쩌면 같은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좀 비워내야 그 안에 들어있는 진짜를 발견하는 것.
내 안에 이미 가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밖에서 찾느라 엉뚱한 돈과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2016년 새해에는 좀 더 광범위하게 살림 다이어트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살림이 어렵다면, 육아가 잘 안 풀린다면
일단 물질과 마음을 먼저 가볍고 단순하게 재배치해 보자.
그 다음에 보이는 것은 이전과는 좀 다를 수 있다.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살이,
나부터 집안부터
좀 가볍게 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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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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