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왜 아이에게 화를 낼까?

 

어린 아이는 부모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다만 떼를 쓰거나 울음을 거치지 않을 뿐.

 

2년 전에 첫째에게 처음으로 매를 든 적이 있다.

최근에 다시 매를 든 적이 있었으나 때리지는 않았다.

변명을 할 생각이 아니라 왜 내가 매를 들게 되었고

매를 들었을 때의 심정은 어떠하였으며

왜 매를 들어서는 안되는지에 대해 차분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한동안 내가 재웠다.

 

둘째가 어려서 둘을 함께 재우는 것이 버거웠는데

나는 일을 하고 들어와 아이와 놀아주고 잠들기 전 책을 읽어주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았으나

잠을 자지 않는다거나(억지로 재우는 일) 자다가 깨서 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하나 난감했다.

 

요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둘째 때문인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적응하기 어려워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다가 벽을 발로 찬다거나 큰 소리를 우는 버릇이 생겼다.

 

윗층 아저씨가 한숨 쉬는 잠버릇까지 침대에서 잘 들리는지라

아이가 큰 소음을 낼 때는 아이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당장 조용히 하라는 말부터 나온다.

내 집의 안방인데도 마치 한 방에 여러 가구가 사는 것처럼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물론 아이는 울며 벽을 발로 차고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든 이를 멈추고 싶은데 잠결에 일어난 나는

안아준다거나 아내를 부른다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아이에게 겁을 주는 방법(?)에 익숙해져 있다.

 

아내가 있는 자리에서 매를 들어본 적은 2년 전에 딱 한번 있었고

그런 후에 아내와 한참을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거꾸로 아내가 첫째에게 화를 낸 적이 있는데

때리는 것이 아니라 베란다로 쫓아내고 들어오지 말라며 겁을 준다.

물론 아이는 운다.

잘못했다고 비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닌 듯하다.

아내의 이런 모습을 보면 당황스러운데 평소에 정말 너그러운 엄마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항상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쫓기거나

주위에 피해를 주게 될 때 화를 내게 되는데

화는 입는 사람도 아프지만 내는 사람도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은 주위의 환경을 무시하고

오로지 상대와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하는 것인데

이때 곁에 있는 사람이 화가 고조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아주며

 

“엄마가 뽀뇨 어린이집 안 간다고 하니까 속상해서 그러는 거에요.

아빠가 이쁜 양말 신겨 줄거니까 얼른 가자”.

 

부모도 인간이기에 늘 똑같이 자애로운 모습으로 아이를 대할 순 없다.

아빠와 엄마의 양육철학과 경험이 달라서 문제가 생길수도 있겠지만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우다보면 스스로 깊어지는 분노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첫째와 격이 없이 지내다 보니 ‘너’라고 말하며 친구처럼 놀기 일쑤인데

언제부터인가 나를 때리기도 한다.

분명히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또 다시 시작되는 장난.

근데 맞는 사람은 장난에도 아프다.

결국 똑같이 돌려줘서 때리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일이 좀 커졌다.

 

처음엔 장난으로 꼬집기를 되돌려주었는데 폭력이 폭력을 양산한다고

결국엔 서로 세게 꼬집기가 되었고 첫째는 정말 오랜만에 진심으로 울었다.

꼬집는다는 것이 매를 드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긴 하지만

아이가 울며 아내에게 안기는 것을 보고는 내가 잘한 일인가 생각이 들었다.

 

꼭 폭력을 되돌려주기가 교육적이었나 싶기도 하고

이와 별개로 근절의 효과가 있나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이가 아파하며 우는 모습을 좋아하는 부모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매로 엄벌하는 것이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라는 부모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매를 드는 순간 내가 이런 방법으로밖에

아이와 관계맺을 수 밖에 없는건가라는 자괴감을 느꼈다.

또한 그 이후에 반응이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아이와의 관계를 풀어나갈 것인가,

매에 굴복하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바로 내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화를 통해 상처를 입는 것은 아이혼자가 아니라 가족 모두인 것이다.

 

우리 집엔 매가 없지만 매를 찾게 만드는 상황,

즉 화를 내는 감정의 상태는 존재한다.

어찌보면 반복적이기도 할텐데 이를 다차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즉시즉시 해결하려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매를 들지 않는 집안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고리를 풀어야 하고

이는 부모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의외로 아이에 대한 화는 부부사이의 갈등에서 많이 나온다고 한다.

육아를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미루거나,

희생을 강요하거나 서로의 처지를 모른채 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많이 있는데

힘들수록 한번쯤 안아주고 ‘고생이 많아요’라며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가족의 평화를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듯하다.

 

화의 과속 페달을 멈춘다는 것, 육아를 함께하는 아빠 엄마만이 가능하다.        

 

<결혼기념일때 찍은 가족사진. 2명의 아이를 2명의 부모가 키우는데도 늘 버겁다>

결혼기념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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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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