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뽀뇨.

이모는 외계어라 하고 삼촌은 러시아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뽀뇨의 외계어와 행동을 대충이라도 알아듣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우리 어머니들이다.

 

하루 종일 뽀뇨와 있어도 뽀뇨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욕구가 있는지,

왜 우는지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엄마아빠와 달리,

할머니는 뽀뇨의 마음을 읽듯이 잘 알아차린다.

 

이사한 후에 장모님이 다녀가시고 농번기라 어머니가 교대로 오셨는데

두 할머니는 뽀뇨와 둘이 있으며 일어난 일을 마치 눈에 보이듯이 자세히 설명한다.

그 설명에선 손녀가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할머니에게 표현하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이가 초등학교 가도 될 정도의 사고와 소통능력을 가진 듯 하다.

 

할머니가 손녀 귀여워서 과장한 것이겠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교감하는 능력은 엄마, 아빠를 뛰어넘는 듯 하다.

 

언어를 초월한 표현능력을 가진 우리 어머니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려 한다.

결혼 전 엄마와 일본 여행을 할 일이 있었는데 아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이 기분이 좋은지

엄마가 종업원을 붙잡고 한국어로 설명을 한다.

 

“(나를 가리키며) 우리 아들, 아들하고 같이 여행왔어요”

 

하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본인 여성에게 한참을 설명하여

처음엔 부끄러워 딴청을 피웠는데 그 종업원이 마치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국어, 듣는 사람은 일본어를 쓰는데

어떻게 서로 소통이 되는 걸까?

 

외국인에게 외국어도 아니고 한국말로 말을 거는 용기도 대단하지만

그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것을 보고는 언어는 수단에 불과하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요즘 언어라는 수단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 뽀뇨.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오늘 들은 노래를 한번씩 반복하여 부르다 잠이 든다.

아빠가 불러주는 노래 가사와 책 속의 글귀를 열심히 따라한다.

‘뭐라 뭐라’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할 때면 ‘그래요?’, ‘맞아요’하며 맞장구를 쳐준다.

 

아이와 대화할 날이 곧 올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뽀뇨도 답답하고 엄마아빠도 답답하지만 외계어마저도 통하는 할머니들의 소통능력을 빌린다면

이 마저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요플레를 손가락으로 드시는 외계인 뽀뇨.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외계어의 실체를 들으실수 있습니다.>

 

사본 -외계인 뽀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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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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