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너무나 당연한 상식으로 알고 있었는데 매를 들었다.

요즘 세 살아이의 고집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뽀뇨.

마음에 안드는 것이 있으면 떼를 쓰고 펑펑 울면서 방바닥에 눕는다.

어떤 부모라도 난감해할 상황.

 

지금까지라면 '안되는 건 안되는 거에요'라며 강한 메시지를 날리게 되는데

오늘 상황은 이걸로 부족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아내가 뽀뇨의 젖은 기저귀를 벗기려고 하다가 1차 실패로 끝,

오래 놓아두면 피부가 아플테고 아빠가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할까, 아니면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는 말로 구슬려야 하는 걸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떤 것이 필요할까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빠 팔에 안긴 뽀뇨는 몸을 뒤로 젖히며 울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생각하고 튀김용 나무젓가락을 하나 들었다.

 

"뽀뇨, 기저귀를 갈아야지 왜 엄마말을 안듣는거에요. 빨리 손내세요"하며

손바닥을 펴고는 한 대를 때렸다.

더 크게 울며 뒤로 넘어가는 뽀뇨.

아빠는 아이 눈을 맞추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려는데 이미 선을 넘겨버렸다.

 

머릿속으로 '화가 매를 더 부를 수도 있으니 스스로 경계하자'라며 매의 효과(?)를 살폈지만

뽀뇨가 울음을 그치거나 아파하는 것 이외의 어떤 반응도 없었다.

이어서 두 세대를 더 때리고 놓아주니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 아빠가 뽀뇨 때렸어요"라고 일러바친다.

일이 있어 급하게 집을 나왔지만 사실 그 자리를 뜨고 싶었다.

아이가 눈앞에서 아파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잘못했다거나 울음을 그친다거나 하는 최소한의 변화도 없을뿐더러

혹여 이 일을 계기로 뽀뇨가 아빠와 거리를 두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집에서 나와 있는 내내 마음이 힘들고 뽀뇨가 많이 생각났다.

아내가 어떻게 생각했을까 싶어 숨고 싶었는데 센스쟁이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 뽀뇨가 아빠 바꿔달래요.",

 

"(뽀뇨가) 아빠 아이스크림 사오세요"

 

밖에서 서성대던 나는 "네. 지금 갈게요"하며 얼른 전화를 끊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가족은 원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오늘 뽀뇨를 왜 때렸어요? 지금 뽀뇨 나이때는 왜 맞게 되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아빠가 때렸다'는 것만 기억하게 되요"

아내의 이야기에 백번 공감한다.

아이에게 매를 들어보니

"만약 매 한 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때려야 하나"라는 생각과

"매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무능함으로 인해 부모 또한 마음속 상처를 많이 받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또 스스로에게 매를 드는 일이 없기를.. 상처받기 않기를.

 

 <매를 든 아빠의 모습을 재연했습니다. 푸야, 고마워 ^^;>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이번주 금요일(12월 28일) kbs2 굿모닝대한민국에 출연할 뽀뇨의 영상을 보실수 있어요. 많이 시청해주시길..

 

매를 들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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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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