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ab3c62cfd804dd3991333e4cdc7852b. » 덕수궁에서 첫째 수아와 둘째 아란이

“양육비를 돌려달라!” 슬하에 4남1녀를 둔 아버지가 장남을 상대로 냈던 양육비 청구소송을 최근 취하했다. 지금껏 아들을 애지중지 키워 다국적기업 고위간부까지 오른 아들에게 문전박대를 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는데, 아들의 사과를 받아들여 소를 취하한 것이다.



아버지의 인생은 요즈음 ‘한국 엄마, 부모’의 모습과 크게 다를바 없었다. 아들을 사립초등학교 보내고, 강남8학군을 옮겨다니며 개인과외를 시켰으며, 호주와 미국 유명대학에 유학까지 보내는 엄청난(?) 뒷바라지를 했다. 그러나 장남은 결혼한 후 2005년부터 가족들과 연락을 끊었고, 결국 아버지가 유학비용, 결혼비용, 주택구입 비용 등 6억9천만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이 부자의 불미스러운 관계는 아들의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씁쓸한 마음까지 씻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얼마 전에 만난 한 선배가 내게 한 조언이 생각났다. “요즘 부모들은 너무 자식 교육에 목을 매는 것 같아. 아들이 좋은 대학에 나오고, 좋은 곳에 취직을 해서, 돈을 잘 번다고 해서 그게 부모한테 뭐가 좋은 거지? 과연 그 자식들이 나중에 부모 공양을 그만큼 할까? 한달에 번 돈 대부분을 교육비로 지출할 게 아니라, 정도껏 하고 차라리 남은 그 돈으로 노후준비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부모로서 자녀의 교육을 책임지는 게 의무이자 도리가 아닐까?” 그때 내 생각은 그랬다. 그런데 이번 양육비 청구소송을 보니, ‘경제적 뒷바라지’가 결과적으로 아이를 품성을 망치는 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사건의 배경에 부모의 잘못된 교육관, 즉 인성이나 품성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경제적인 지원’과 더불어 한번쯤 자녀의 ‘인성·품성 교육’에 부모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였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큰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같은반에는 장난꾸러기로 소문난 남자아이가 있다. 귀엽게 잘 생긴 얼굴인데, 남한테 절대 지기 싫어해 동성친구들과 곧잘 싸우고, 여학생들을 미는 등 괴롭히기도 잘 하는 아이다. 우리딸 수아도 “**가 화장실 가는데 밀어서 넘어져서 울었어.” “내가 유치원에서 책을 읽는데 자꾸 **가 뺏어가” 등의 말을 여러번 한 적이 있다. “네가 좋은가 본데? 그러니까 자꾸 장난치지. 그러니까 넌 더 그 아이한테 잘 해줘야 해...” “으~응.”



그런데 그 아이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한다. 소심해지고,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친하게 어울리는 친구도 없다고 한다. (지난번 상담 때 들어보니, 그나마 수아는 짝꿍이어서인지 잘 챙겨준다고 한다. 기특하게... 물론 수아 역시 소심해서 친한 친구가 없기도 하지만) 그 이유인 즉, 같은반 아이들 엄마들이 “그 아이를 혼내주라” “다른 모둠(책상배열)으로 옮겨달라”고 선생님께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고, 부모들이 자녀들한테 “**랑 놀지 말라”고 대놓고 강요하자 마지못해 같은반 친구들이 그 아이를 멀리했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와 그 아이를 함께 놀지 말라고 한 직접적인 계기는 두어 달 전 유치원 앞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와 **가 치고박고 할 정도로 대판 싸운 뒤부터다. 그날 ## 할머니와 ** 할머니가 공개적으로 싸웠고, ## 할머니는 ** 때문에 ##가 맞았다며, ##한테 “너 **랑 놀지마. 너 **랑 놀면 할머니한테 혼날줄 알아. 알았어?”라고 ##를 나무랐다. 그리고 곧장 유치원에까지 와서 선생님께 **의 행동을 나무라며 교육 좀 잘 시키라고 훈계했는데, 그게 소문이 돌았는지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아이들이 **를 대하는 태도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자연스럽게 ##와 **의 사이는 멀어졌다. 이 두 친구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항상 볼 때마다 놀이터에서 단짝친구처럼 붙어다니며 친하게 놀았는데, ## 할머니가 놀지 말라고 혼낸 뒤부터 (표정에는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 곁에 잘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 표정에는 정말 **와 함께 놀고 싶다고 쓰여 있다. 



결국 **는 왕따가 되었고, 자신만만했던 성격도 잃게 되었다. 여섯살 **가 받았을 상처, 특정 친구와는 놀지 말라는 ‘이해할 수 없는(?)의 간섭’ 때문에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아이들의 가치관이 못된 아이를 ‘왕따’시켜도 된다는 식으로 바뀌게 된 셈이다. 



6살 아이가 뭘 안다고, 누구랑 놀고 누구랑을 놀지 말라고 부모가 가르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최근에는 자신의 자녀한테 편부모이거나, 엄마가 이주여성인 친구들과 놀지 말라고 하는 일도 학교에서 빈번하게 있다고 한다. 사는 곳이 주택인지, 아파트인지, 아파트라도 시세가 얼마나 되는지, 임대아파트인지 등에 따라 친구를 사귀라거나 사귀지 말라고 하는 일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반에서 심한 말썽을 피우는 아이가 아예 ‘왕따’가 되는 일은 정말 흔하다고 한다.



과연 이런 교육 속에서 아이의 인성이, 품성이 올바를 수 있을까?  특정 친구와 놀지 않는 게 당연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며, 힘없는 아이나 장애가 있는 아이와 친하게 지내지 않게 가르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부모’를 공경하고, ‘스승’을 존경하며, ‘남’과 ‘약자’를 배려하는 심성을 갖게 될까? 공부만 잘하면 되고, 좋은 대학에 가서 부와 명예를 얻으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 될 것이고, 이런 교육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은 교육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아이의 장래를 망치는 교육이다.



나도 요즘은 교육관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다.(물론 나도 엄마이기에, 쉽지는 않다...) 아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육은 뭘까. 공부도 좋지만, 나보다 약한 사람을 도우려는 선한 마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금부터 갖도록 하자는 쪽으로 말이다.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는 것은 쉬운데, 진정한 부모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다. 아이가 커 갈수록 나는 ‘부모의 자격이 있나’라는 고민을 다시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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