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 57일 차
밤 젖
밤에 바다가 울면
겨우 눈을 뜨고 기어가서
젖을 물린다.
졸음은 쏟아지고
몸은 쑤시고 꼬이고 난리다.
낮의 힘듦과는 다른,
밤의 고통이다.
두 달이 다 되어도 적응이 안 되고
힘들기만 하다.
어느 날은 깜빡 졸다가 깨어나 보니
바다도 나도 고개를 뒤로 젖히고
곯아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새벽을 보내고 맞는
몽롱한 아침에는
‘어젯밤도 해냈구나.
자, 또 시작이다!’
하는 비장함이 있다.
모유 수유 60일 차
젖 집중
요즘 몇 번 젖을 물려놓고
드라마를 보느라
바다가 젖 먹는 것에
관심을 못 쓰고
얼렁뚱땅 수유를 마치곤 했다.
드라마는 재미있었지만
바다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다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음식의 기운이
달라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젖을 주는 데에도
정성이 필요하겠구나 싶어
앞으로
드라마를 보면서
젖을 주지는 않기로 했다.
귀로 듣는 것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