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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2010년 1월 31일, 밤 아홉시 반에 집에서 셋째 이룸이를 낳았다.

태어난 후 이틀을 밤새 울어서 아이 낳은 몸을 추스리지도 못하고 안고 서성이며 밤을 새곤 했다.

그땐 정말 이렇게 힘든데 언제 100일이 될까 아득했다. 첫 돌이 된다는 건 상상할 수 도 없을만큼

먼 일처럼 느껴졌다. 1년만 지나면... 돌까지만 고생하면... 늘 그 생각으로 살았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기에 이러다가 내가 먼저 쓰러지지 않을까 늘 조마조마했는데

이룸이도 나도 건강하게 첫 돌을 맞이했다. 눈물나게 감사한 일이다.

1월 29일 토요일에 새로 이사한 집에서 친정 식구들끼리 모여 소박한 돌잔치를 했다.

제대로 상을 차리고 돌잡이를 하는 잔치는 구정에 시댁인 강릉에 가서 할 예정이다.



간소하게 차려도 대식구가 모이니 청소하고 음식 장만하는 일로 밤 늦게까지 주방에서 애를 썼다.

첫 아들인 필규 때는 근사한 장소를 빌려 꽤 거창한 돌잔치를 했었다. 남편이 서른 일곱에 결혼을

해서 그 이듬해에 얻은 첫 아이이기에 초대할 사람도 많았고 그만큼 축하도 크게 받았던 자리였다.

둘째 윤정이부터는 집에서 차렸다. 윤정이 때 만 해도 첫 딸이고 거창하게 잔치를 했던 오빠에 비해

집에서 소박하게 해주는 게 조금은 미안해서 내가 떡 케익도 직접 만들어가며 정성을 들였는데

이번 이룸이의 첫 돌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인데다가 그 사이

집들이를 하느라 큰 손님들을 여러 번 치룬 직후라 너무 고단해서 별다른 걸 해 줄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식구들 대접할 반찬 몇 가지 장만하느라 종종거렸을 뿐이다.

그래도 마음은 너무나 행복했다.



무엇보다 따듯한 아파트에서 살다가 잘 때 방안의 온도가 겨우 13도 안팎인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왔는데도 오히려 오래 앓던 감기를 싹 떨쳐내고 방글방글 웃으며 건강해진 이룸이가 고마왔고

이룸이의 1년을 곁에서 같이 지켜보며 친 동생처럼 이뻐해 주었던 큰 아이 학교 친구들의

축하도 고마왔다. 이룸이 낳고 돌보느라 갓 입학해서 손이 많이 가는 첫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할 때 내 대신 아이를 챙겨주고 살펴준 이웃 엄마들도 너무 고맙다.

이룸이를 낳은 건 나였지만 이룸이를 키운 건 수많은 이웃이었다.



셋째 낳아서 장하다고, 큰 일했다고, 복 받겠다고 이름 모를 내 손을 잡아주며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던 어르신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그냥 아이가 좋아 낳은 것뿐인데 애국자라고

귀한 엄마라고 인정해주시고 힘을 주시는 그런 말씀들 하나 하나가 이룸이 키우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었다.

아이 셋을 낳아 이만큼 키우고 보니 아이는 엄마 혼자 키우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겠다.

내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는 모든 사람들의 애정이 있어 키울 수 있는 것이다.



큰 신세를 졌던 큰 아이 학교 엄마들과 친구들을 불러 돌 떡을 나누었다. 둘째 윤정이 손에

떡을 들려 이사온 집 이웃들을 방문해서 돌 떡을 돌렸다. 날이 추워서 동네 어르신들을

제대로 찾아 뵙지 못하고 있는데 새 봄이 오면 넉넉히 떡을 하고 세 아이들을 앞세워

마을 회관을 찾아가 정식으로 인사를 드려야겠다.



첫 아이 돌 때 부모로서 내 아이의 첫 생일을 축하하는 귀한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며칠 고민하다가 월드비전에 문의해서 에티오피아에 살고 있는 형과 결연을 맺어 주었다.

아이 이름으로 지금까지 9년째 매달 3만원씩 후원금이 나가고 있다.

쓰면 낡아지고 없어지는 물건 대신 평생 누군가를 돕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삶을 살기를 바랬던 남편과 내 선물이었다.

둘째 윤정이 돌에도 역시 월드비전을 통해 우간다에 사는 남자 형제와 결연을 맺었다.

그리고 이번에 이룸이의 돌을 맞아 케냐에 사는 이쁜 언니와 자매 결연을 맺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먼 아프리카에 세 명의 형제 자매들을 둔 것이다.

그 아이들 모두 내 아이들로 여기고 있다.



아이를 낳고 기를수록 내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집의 아이들이지만 우리 마을의 아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을의 삶에도 관심과 정성을

들이자고 다짐하고 있다. 내 아이가 소중하고 귀한 만큼 아프리카의 아이들도 행복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결심한 것처럼 말이다.

이런 지혜를 아이들에게 배웠다.

아이 하나를 낳을 때마다 삶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가고 배워가는 게 생기는데 나는 아이 셋을

두었으니 그만큼 더 풍부하고 충만한 삶을 살게 되었음을 늘 생각한다.



마흔에 낳은 셋째가 첫 생일을 맞았다.

죽을 것처럼 힘들게, 꿈처럼 행복하게 지냈던 1년이었다.

그 1년이 나를 얼마나 강하고 열정적으로 거듭나게 했던가.

첫 돌을 맞고보니 모든 것이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부족한 엄마인 나를 늘 격려해주고 응원해 주는 한겨레와 베이비트리 독자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를 보낸다.

세 아이와 열심히 살면서 더 뜨겁게, 더 의미있게, 더 건강하게 나날들을 채워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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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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