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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6일은 흐렸다.

찬 바람이 불고,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밤새 찬 비가 내렸다.

아이들과 함께 안산 화랑유원지를 찾았을때, 시민들의 행진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그 속에서 함께 걸을때 이룸이가 말했다.

 

"엄마.. 이렇게 바람불고, 막 비도 오고, 오늘처럼 날씨가 안 좋을때

세월호가 빠진 거죠?"

"진짜, 꼭 그날 같다, 날씨가..."

그리고 우리는 말이 없었다. 모두 2년전의 그날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몸이 안 좋아서 학교를 빠졌던 큰 아이가 뉴스 속보를 보고 소식을

전해주었을때만 해도 설마.. 했던 기억이며..

서둘러 돌아와 텔레비젼을 보며 구조는 다 되겠지... 기도하던 마음이며

끝내 세월호가 완전히 가라앉았을때의 그 끔찍한 충격까지 생생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이없는 대처며, 안이한 변명들, 밝혀지는 비극들은

2년이 지났어도 고스란하다.  벌써 2년이나 흘렀는데도 여전한 제자리다.

 

세월호 참사가 나기 몇 달 전, 나는 세 아이들을 데리고 세월호를 탔었다.

해군기지가 세워지는 강정마을을 위한 시민 프로젝트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인천항에 정박되어 있던 세월호를 보고 그 엄청난 크기에 환호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갑판이며, 식당이며, 선실이며, 하다못해 화장실까지 신기하다고 들락거리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파도와 엔진의 진동을 느끼며 8인실 좁은 침대에서 잠을

청하던 기억, 갑판에서 바라보던 불꽃놀이, 까슬한 담요의 느낌까지 너무나 생생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얼마나 자주 그 배를 타고 가라앉는 꿈을 꾸었던가.

꿈에서 깨어났을때마다 여전히 살아있다는 실감이 사무치게 가슴을 조여오던

날들이었다.

 

세월호2주기 2.jpg

 

아이들과 함께 단원고등학교를 향해 걸으면서 우리는 우리가 탔던 세월호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본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엄마는 유족들이 다 엄마 같애. 우리가 세월호에 탔을때 그 배가 가라앉았다면  아빠가 유족이 되서 진실을 밝히려고 모든 걸 다 걸었겠지. 너희들이 희생됬다면 엄마 역시 그 모습이었을 거고...그러니까 어떤 모습에서도 다 엄마 모습이 보여. 엄마 마음이 보이고...국민 누구나 세월호에 탔다가 희생된 아이들같은 자식이 있고, 조카가 있고 손주가, 이웃이 있잖아. 그러니까 모두 똑같이 느낄 수 있어. 어떤 마음인지 모두가 알 수 있다고..그 마음으로 지켜봐야지. 내 일로 여기고, 올바로 해결되게 마음을 모아야지."

 

"그런데 엄마, 어디까지 걸어가야돼요? 다리 아픈데..."

얇은 신발을 신고 왔던 이룸이가 칭얼거렸다.

 

"다리 아프지? 엄마도 그래. 그런데 저기봐. 너 보다 어린 아이도 걷고 있어. 저 아줌마는 애기를 안고 걷고 있고....휠체어에 탄 사람을 밀어주면서 걷는 사람도 보이지? 외국 사람도 있고... 모두 다 힘들꺼야, 다리도 아프고... 그런데 걷는거야. 마음을 모으고 싶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상의 나쁜 일들을 고치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서.. 우린 살아있잖아. 살아있으니까 다리도 아프지. 그래도 함께 걸어주는 거야. 서로 용기 주고, 서로 힘도 얻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세월호에 탔다가 희생된 사람들의 억울함과 슬픔이 잘 풀릴 때 까지.."

 

 

세월호2주기.jpg

 

처음으로 단원고를 들렀다.

늘 텔레비젼에서 보던 풍경속을 아이들과 걷고 있자니 직접 와서 보는 느낌은

얼마나 다른지 가슴이 저려왔다.

 

윤정이는 언니, 오빠들이 공부했던 교실을 둘러보는 내내 표정이 어두웠다.

"엄마.... 살릴 수 있었는데, 다 죽게 내버려둔거잖아요. 움직이지 말라고 해서...

배가 기울면 당연히 높은 곳으로 나와야 하는데요..."

"그러니까... 정말... 얼마나 기막힌 일이니.., 그러니까 몇 십년이 걸려서라도

진실을 다 밝혀야지. 책임을 지게 하고..."

 

돌아오는 길은 찬비가 내렸다.

안산 행사를 끝나고 광화문으로 향했을 유가족들이 빗속에서 추모 모임을

가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렸다.

 

세월호 4.jpg

 

필규가 산울학교에 다닐때 교실 칠판 한 구석에 매일 새로 새겨 넣던

숫자들이 기억났다. 기울어진 노란배와 노란리본을 그린 옆에

그날로부터 며칠히 흘렀는지 적어 넣던 아들의 마음도 헤아려본다.

 

그 마음이다.

매일 매일 새롭게 새겨넣는 그 마음 말이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그 기억에 새 힘을 보태서 때로는 서명도 하고

목소리도 내 주고, 과정을 지켜보고, 응원도 보내고, 같이 걸어주는

그 마음들이 있어야 한다.

 

2년이 흘렀다.

앞으로 얼마가 더 흘러야 진실이 밝혀질지 알 수 없지만

언제까지라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지켜보겠다고 생각한다.

생각만 하지 말고, 필요할땐 행동도 하자고 다시 다짐한다.

 

4월이 슬프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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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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