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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우리집도 선거 열풍에 휩싸여 보냈다.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 벽보가 거리마다 붙고, 지지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리면서 유세차량이 요란한 음악을 흘려가며 동네를 돌기 시작하자

세 아이는 매일 식탁에서 그날 본 유세차량과 후보들과 거리 선거전의 풍경을

신이 나서 전하기 시작했다.

녹색당 당원인 나와, '정의당' 당원인 남편에게도 아이들은 관심을 보였다.

엄마는 왜 '녹색당'을 지지하고, 아빠는 왜 '정의당'을 선택했는지 궁금한 것이다.

 

선거철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정치' 교육을 시키기에 아주 좋은 시기다.

선거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후보는 어떤 과정을 통해

선출되었는지, 그 과정속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각 당과 후보들의

정책은 또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고

각종 자료들이 넘치게 쏟아져 나오는 것을 함께 읽고 얘기해보기도 좋기 때문이다.

 

 

투표1.jpg

 

선거 홍보물이 우편으로 도착하자 아이들은 모두 달려들어 홍보물을 꺼내 놓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열네 살 큰 아이는 자기 나름대로 후보들을 판단하기도 했다.

"엄마, 정의당 후보는요,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데 벌금도 물었구요,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데 후보가 되는게 옳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큰 아이는 각 후보들의 재산, 병역, 범죄 사실 여부를 꼼꼼히 살펴보고

각 당의 정책도 관심있게 읽었다.

"기독당은 이슬람, 동성애 척결이 목표라는데 이건 너무하지 않나요?"

"그러게... 주장하는 내용이 편파적이면 유권자들이 선택을 안 하겠지"

"학교에서 투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리해서 써 오라는 숙제를 내 줬어요.

왜 이런 걸 숙제로 내주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좋은 숙제네. 네 나이 정도면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지. 독일에선

열네살이면 정당가입도 가능하다고...

선진국에선 유치원 아이들부터 선거와 투표에 대해 배운다잖아.

어렸을때부터 자연스럽게 선거가 무엇인지, 투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각 정당과

후보들은 어떤 주장을 하는지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받고 모의 선거도 해 보면서 자라니까

미국의 여덟살 아이가 '빈민에 관심이 많은 센더슨 후보를 지지해요'라는 자기 생각을

가질 수 있는거야.

정치는 어른들이나 하는 것이란 생각은 정말 틀린거야.

정치는 모든 사람들의 일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잖아.  당연히 아이도, 학생들도

관심을 가져야지.

엄마는 니들 이성문제에 개입할 생각은 없지만 투표에 관심없는 여친, 남친들은

절대 곤란해"

"당연하죠.. 투표 꼭 하는 여친 사귈께요. 히히"

 

"윤정아, 이번 선거가 뭐하는 사람들을 뽑는 선거야?"

"국회의원?"

"그래, 맞아,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뭐하는 사람들일까?"

"음.....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요?"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인데 더 정확히 말하면 국민들을 위해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야.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법들을 국민 모두가 의논해서 결정하기는 어려우니까

우리대신 국회의원들을 뽑아서 국민들의 생각을 모으고 법으로 정해달라고 맡기는 거야.

그런니까 정말 그 일을 잘  할 사람을 뽑아야지"

"근데 엄마, 엄마가 지지하는 녹색당 국회의원 후보는 우리 동네에 없잖아요"

"그래, 그래서 아쉬워. 대신 다른 후보를 선택해야지. 그렇지만 지지 정당을 표기하는

 곳엔 당연히 녹색당을 찍을꺼야"

"엄마는 녹색당이 왜 좋아요?"

"음... 엄마는 원자력 발전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녹색당은 탈핵을 목표로 뛰고 있거든.

동물복지에 관심있는 것도 좋고, 그리고 여러가지가 있는데 녹색당 홈페이지 한 번 들어가볼까?"

자연스런 관심을 보일때 배움은 제일 잘 일어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마주한 일들을 놓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주면 된다.

 

선거날 온가족이 함께 투표장으로 갔다.

투표 절차를 설명해주고, 투표인명부를 같이 보고, 투표 용지도 보여 주었다.

기표소엔 함께 못 들어갔지만 기표를 하고 투표함에 넣는 것 까지 아이들은 곁에서 지켜보았다.

투표장에 온 가족이 같이 가서 투표를 마치고 인증샷을 함께 찍는 것은 어느덧 우리집의

중요한 전통이 되었다.

 

필규는 출구조사에서부터 개표방송에 큰 관심을 보였고, 선거 다음날 조간신물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나름대로 이번 선거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이틀은 당선, 혹은 낙선한 후보들과 당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들이 식탁에서 오고 갔다.

 

아이들은 정치를 몰라도 된다거나, 그런것은 어른들한테 맡기고 공부나 하라는 말, 제일 싫다.

그런 어른들은 정작 아이들이 청년이 되어 투표를 할때 제대로 하라느니,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느니 하며 야단을 친다.

열 아홉살 까지 온통 대학입학을 위한 공부에만 몰아붙이며 제대로된 정치 교육에선 배제해놓고

청년이 되자마자 올바른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나이에 맞게 눈높이에 맞는 정치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

정치는 우리의 일상 모든 것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평소에 이런 교육이 어렵다면 선거때 만이라도 아이들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정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친절한 설명을 해주고 아이들의 생각도 물어보자.

아이들도 나름대로의 판단을 가지고 선거를 지켜본다.

 

선거는 지나갔지만 불법선거에 연류된 120여명의 당선자들에 대한 조사가

또 큰 관심사다. 룰을 지켜가며, 정당하게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아이들과 나눠볼 좋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공부는 교과서에만 있는게 아니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모든 일에 소중한 배움이 있고, 정치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서 스며들듯 배울 수 있다.

 

한바탕 열풍은 지나갔지만 여전히 큰 아이는 미국대선이 관심사고

어느 당선인이 무효 판정을 받을지 궁금해 한다.

나는 다시 4년 후에 희망을 걸며 녹색당 당원으로서 좀 더 열심히

녹색당을 알리는 일에 몸과 마음을 써 보자고 결심한다.

 

선거도, 투표도 아이들과 함께 즐기자.

과정도 결과도 함께 놓고 이야기하자.

지금은 우리 아이들이지만 머지않아 유권자가 된다.

 

취미도, 재능도 다 다른 세 아이들이지만

투표에 대한 의무는 소중히 여기고, 유권자가 되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잘 행사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소망한다.

현명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져야 이 사회도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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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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