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2_10_yang_2.JPG » 젖떼기 하루만에 성공한 민규와 엄마.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젖 떼기. 민규가 태어나자마자부터 시작된 모유수유를 1년이 넘게 지속했다. 젖양도 충분했고 민규가 젖병은 빨지 않고 엄마 젖만 빨려고 해 모유만 먹였다. 작은 입으로 오물조물 내 젖을 빨며 내 머리카락을 만지며 내 품에 꼭 안겨있는 아들의 모습은 그저 예쁘기만 했다.

젖을 주고 있을 때의 그 안정감과 포근함, 그리고 아이와의 끈끈한 유대감 그런 것들이 젖 떼고 싶은 마음을 자꾸 미루게 만들었다. 또 젖은 만병통치약이었다. 아이가 아플 때도, 잠을 자지 않을 때도, 칭얼거릴 때도, 누나가 괴롭혀 울때도 젖만 물리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이었다.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건 젖을 물리면 울음을 뚝 그쳤고 안정감을 되찾았다.

한편으로는 젖을 떼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민규는 한밤 중에도 계속 젖을 먹으려 자주 깨 지난 1년 동안 단 하루도 3시간 이상 자보지 못했다. 잠버릇을 잡으려고 울려도 보고 업어주기도 했지만 젖을 기필코 먹겠다는 아이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밤중 수유의 고통은 해 본 사람만 알리라. 잠을 푹 자지 못하면 얼마나 사람이 피곤하고 짜증나는지도…

회사 복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또 최근 민규가 부쩍 젖을 많이 찾으면서 이유식 먹는 양이 줄어 체중이 줄어들자 동네 소아과 선생님께서 “이젠 젖을 끊는 것이 좋겠다”고 권한 것도 젖떼기를 결심하게 된 동기 중 하나다. 민지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지난주 금요일 밤부터 민규에게 젖을 주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아니 사실은 지난주 금요일 낮에 커피를 많이 마신 뒤 잠이 오지 않고 카페인의 효과로 기력이 펄펄 남아돌아 ‘오늘 한번 젖떼기 시도해봐’하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젖떼기에 돌입했다.

민지를 1년 모유수유하고 젖을 뗄 때 아이가 밤에 너무 울어 가슴이 아팠다. 민지는 적게는 30분, 많게는 3시간 가량 울어대며 엄마 젖을 달라고 보채고 울었다. 민지는 젖을 끊고도 한밤 중에 꼭 깨서 우유라도 빨대 컵으로 먹고 자야했고, 젖을 끊고도 한동안 한밤 중에 한두 번은 꼭 일어났다. 한번도 깨지 않고 밤에 푹 자게 된 것은 최근 들어서부터다. 민지는 완벽하게 젖떼고 수면리듬을 찾는 데는 2주 정도 걸렸다.

그래서 민규도 젖떼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아이가 울어도 젖을 주지 않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하고 젖떼기에 돌입했는데…. 이게 웬 일? 민규는 하루 만에 적응버렸다. 젖떼기 첫날 1시간 반가량 울고 잠들었지만 그 다음날 부터는 밤에 깰 때마다 물로 목을 좀 축여주고 잠깐 업어주면 많이 울지 않고 칭얼대다 잠이 들었다. 물론 약간의 칭얼거림은 한 번씩 부활한다. 엄마 젖을 원할 때면 간절한 목소리로 “엄마~엄마~”를 외치며 내 무릎에 누워 젖 먹는 자세를 취한다. 가슴에 코를 가져다대며 울기도 한다. 그럴 땐 아이의 관심을 장난감 등 다른 곳으로 돌렸다. 또 아이가 배고픔을 느끼지 않도록 계속 먹을 것을 줬다. 밥은 물론이고 바나나, 치즈, 고구마, 감자, 요플레 등 계속 입이 궁금하지 않게 만들어줬다. 젖을 먹지 않자 이유식도 너무 잘 먹고, 똥도 하루에 네 번씩이나 싸주고, 밤에도 자주 깨지 않고 잠도 잘 잔다.

민규가 밤에 자주 깨지 않아 모처럼 꿀맛 같은 잠을 푹 자니 내 컨디션도 한결 나아졌다.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금방 좋아졌고, 애들 재우고 난 뒤 내 시간이 생겨 보고 싶었던 영화를 인터넷티비를 통해 보기도 했다. 젖을 주지 않아 퉁퉁 불어있던 가슴도 조금씩 조금씩 젖양이 줄어들면서 고통은 줄어들고 있다. 돌덩이처럼 가슴이 딱딱해졌지만 아프지 않을 만큼만 짜주고 너무 아프다 싶으면 냉동실에 얼린 양배추를 가슴에 얹어주니 그럭저럭 참을 만하다. 젖뗀 첫날엔 가슴이 너무 아프다 싶어 유축기로 양쪽에서 100cc 정도의 젖을 짰다. 둘째날엔 참고 참다 70cc의 젖을 짰다. 셋째날엔 40cc 정도로 짰다. 이렇게 조금씩 젖 짜는 양을 줄이며 견디니 넷째날과 다섯째날은 젖을 짜지 않고도 참을 만 했다. 이렇게 서서히 젖을 말리면 될 것 같다.

아~ 이렇게 해서 젖을 하루만에 뚝딱 떼버렸다. 그동안 민규는 젖을 뗄 준비가 돼 있었나보다. 젖을 떼니 그동안 죄책감 가지며 마셨던 커피도 마음대로 마실 수 있고, 매운 음식도 술도 인스턴트 음식도 맘 놓고 먹을 수 있으니 너무 좋다.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영양학적으로 너무 좋다는 모유수유. 정말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내가 민규에게 주고자 했던 생애 첫 선물. 그 선물을 주인공에게 잘 전달했고, 임무를 완성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고 시원하다. 그런데 젖을 떼고 나니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민규에게 젖을 줄 때의 그 충만함, 아이가 젖을 빨 때의 그 간질간질한 행복감 같은 것을 더는 못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런 것 같다.

어렵고 힘들거라 생각했던 젖떼기. 금방 적응해준 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젖떼기는 엄마에게서 독립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하지 않던가. 민규가 자립심 강하고 밝고 건강한 아이로 커주길 바랄 뿐이다. 민규가 이렇게 젖떼기도 수월하게 했으니, 한달 뒤 엄마가 출근하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젠 한달 남은 육아휴직 기간. 그동안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어야겠다.

양선아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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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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