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뇨가 보고싶어 하루에도 열 두번 영상통화를 거는 외할머니.

마침 단체여행이 있어 제주로 오셨다가 집에 며칠 묵으셨다.

첫 손자다보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으신듯 자연스럽게 ‘뽀뇨 천재만들기’ 작업에 들어가신다.

 

아빠인 내가 봐도 신기하긴 한데 동화책을 펼쳐놓으면 모르는 동물이 없고 모르는 과일이 없다.

한번쯤은 손가락을 짚어 알려주긴 하였을 텐데 어떻게 그 이름을 모두 기억하는지.

할머니는 뽀뇨와의 대화를 110% 복원하여 “천재났다”며 하루에도 몇 번을 그대로 전해주신다.

장모님 이야기만 들으면 분명 뽀뇨의 천재기가 느껴지는데

실제 두 명의 대화를 옆에서 들으면 내 귀에 안들리는 것이 장모님께는 들리나보다.

천재 만들기는 대화를 넘어 뽀뇨의 잔머리(?)굴리기에서 빛을 발하게 되는데

잠을 안자기 위해 할머니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할머니,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 애교투로 한번 던지고 나면 모든 것이 게임셋이다.

 

며칠 동안 할머니와 뽀뇨 사이에 핑크빛 분위기만 돌았을까? 그렇지 않다.

뽀뇨가 음식을 흘리고 먹거나 옷을 아무렇게나 옷장에서 꺼내 어지러거나 하면

엄마아빠는 그냥 지켜보고 넘어갔는데 할머니는 있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았다.

요즘은 부모앞에서 아이를 심하게 혼내면 그러지 말라고 조부모를 제지하게 되는데

(나또한 작년에 엄마가 뽀뇨에게 언성을 높이며 혼을 내어서 그 자리에서 제지한 적이 있다)

장모님은 어떤 부분에선 우리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부분에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해주셨다.

 

예를 들면 계단을 오를 때나 조금이라도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할 때 더 이상 뽀뇨를 안아주지 말라는 것.

혼자서도 계단을 잘 오르고 잘 뛰어다니는 뽀뇨인데 어찌된 일인지 며칠 전 할머니와 계단을 오를 때는

안 올라가겠다며 울고 섰다.

절대 안아주지 말고 앞서가라는 장모님과 그 자리에 서서 울며 버티는 뽀뇨.

모르는 채 하고 올라오기를 기다리는데 건물이 떠나갈 정도로 큰 소리를 울다가 결국엔 스스로 걸어 올라왔다.

 

주저앉아 펑펑 우는 아이를 보며 어릴 적 나도 저렇게 서글프게 울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

이제 안고 다니는 때가 지났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기도 하다.

안아달라고 할 때 많이 안아줘야 된다고, 그 이후에는 안아 줄려고 해도 도망간다고 하던데..

아이에게 정색을 하고 목청 높이되 화를 내지 않는 기술을 연마해가는 아내를 보고는

귀엽기도 하고 제법 엄마가 되어감을 느낀다.

 

할머니라는 또 한명의 가족이 며칠 동안 함께 한 사이

아빠놀이에 스스로 푹 빠져서 지낸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아빠는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데

그 역할에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닐까?

 

할머니 표현에 따르면 “말도 잘 하고 말도 잘 듣지 않는” 뽀뇨를

잘 키워보고 싶다.

 

<거의 처음으로 밖에서 떼를 쓰는 뽀뇨. 장모님은 모른체 하고 앞으로 가 있으라고 하셨다.

뽀뇨 "떼쓰기 기술"을 뽀로로앞에서만 하지 말아다오 ^^;>

*사진을 클릭하시면 "엄마 말타기"동영상을 보실 수 있어요.

떼쓰는 뽀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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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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