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사이,

저의 정신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세 사람이

모두 아파트를 벗어나 마당과 텃밭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했습니다.

나름의 기대와 꿈을 안고 시작한 새 공간에서의 삶은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머리속에서만 꿈꾸는 일을 현실로 만들어 가며

식구들과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그들이 부러웠죠.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그들의 삶을 곁눈질하면서도

꼭 이사를 해야만 뜻을 이루는 건 아니야

아파트라는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더 많이 찾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공동부엌에서 주민들과 모임을 갖고

인스턴트 텃밭같기는 해도 베란다에서 열심히 꽃이나 채소를 키우며

지금 아파트에서 8년을 꼬박 살았습니다.

 

<<아파트 베란다 벽을 비좁아하는 나팔꽃들..>>

 

 

아파트의 편리함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큰아이가 학교 옮기는 걸 끔찍히 싫어해, 이사에 대한 계획은 늘 생각에만 머물고

막상 집을 보러가도 이런 저런 조건이 안 맞아 금방 포기하며 지내던 중.

어느날, 베란다에서 초록빛의 위엄을 뽐내며 무성하게 자라던 나팔꽃을 보고 있자니

이대론 안 되겠다 싶더군요.

나팔꽃 곁에는 오이나 토마토도 자라고 있었는데

쟤들을 한 뼘밖에 안 되더라도 땅에 심어 길러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30대에서 40대로 넘어오면서 어쩌다가 저는 일상의 괴로움을

식물과 흙 냄새로 힐링하게 되었는데

남편에게 그런 얘길했더니, 자기도 요즘 아파트가 상자같아 너무 답답하다는..

그리고 한참 자라는 두 아이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자라게 하고 싶다는 것에 의기투합.

 

그때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에 지난 해 연말, 아이가 전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 집에서

가까운 동네에 마음에 드는 집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집을 사고 파는 과정이 한국보다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어

결정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그래도 이번 달 안에는 어떻게든 결정이 날 거 같습니다.

살면서 많은 일이 그렇듯

결정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데 마음먹는 과정이 늘 복잡@@하고 심란하네요.

뭐 이번이 아니면 더 천천히 준비하면서 찾아봐도 되고

이미 지금까지 준비하면서도 배우고 느낀 게 많으니 그걸로도 충분하지만

올 봄에 주택으로 이사가 가능하다면 우리 네 식구, 사는 이야기가 더 풍성해질 건데^^

 

새해엔 머리와 마음 속에 담고 있던 것들을

좀 더 현실화해 보려 합니다.

베이비트리에서 새롭고 다양한 육아 이야기들에 자극받은 것처럼

저도 저만의 살림과 육아세계를 좀 더 체계적으로? 구축해보고 싶네요.

봄이면 4학년이 되는 큰아이는 변함없이 '학원 ZERO'의 일상을 보낼 거구요

학원에 빼앗기는 시간 대신, 외발자전거를 매일같이 연습해 자유자재로 타는

딸을 보면 완전 부럽습니다.

열살 즈음의 딸아이가 폭이 5센티 될까말까한 외바퀴에 올라타 신나게

겨울바람 속을 누비는 모습은 마흔이 넘긴 엄마 가슴을 얼마나 흔들어 놓는지요..

아, 살아있다는 건 저런 거야. 나도 열살 때로 돌아가고 싶어!! - 마음 속으로 외치곤 합니다.

 

몇 달을 오래 연습하다 2학년 가을 쯤이었나, 제대로 타게 되었을 때 딸아이가 쓴 일기가 있어요.

한국어로 직역해서 좀 어색할 수도 있는데 그대로 옮겨볼께요.

 

오늘도 외발 자전거를 타고 놀았습니다.

몇 번이나 넘어져 무릎도 다쳤지만

이제는 정말 외발 자전거를 잘 타게 되었습니다.

탈 때의 요령을 가르쳐 주겠습니다.

심장이 두근... 두근...하는 타이밍에 맞춰 달려나가면 됩니다.

타이밍을 잘 모를 때는, 손을 가슴 위에 얹어 확인하고 달립니다.

 



심하게 주관적인 이 외발자전거 타기 요령을 읽고 남편이랑 얼마나 웃었던지요.

아이의 일기장에는 세상과 사물에 대한 자기만의 발견이 이런 식으로 가득합니다.

이 이야기의 세계가 언제까지 깨어지지 않고 유지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어요.

2013년. 흙과 마당이 있는 집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물과 곤충들, 작은 동물들을 키우며

저도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희망을 가져봅니다.

 

아직 보진 못했지만, <학교2013> 드라마에서

한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는군요.

"날 때부터 스무살이었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그전까진 없는 인생이니까."



 

태어나서 스무살까지의 삶을 우리 아이가 어떻게 이야기하게 될 지,

그 어떤,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해도

우리 아이의 삶과 교육은 부모인 우리가 선택하게 된다는 거.

모두가 가는 하나의 길 말고도

여러 다른 길을 나부터 스스로 실험하고 만들어 가다 보면

아이와 함께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새해에도 우리 신나고 알콩달콩 육아이야기 많이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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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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