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무시하게 아팠다.
온 몸의 관절이 들쑤시고 무릎은 시리고
걸을 때 마다 발바닥이 찌르는 듯 아팠다.
손과 손목과 팔꿈치가 다 같이 아픈 날에는
팔을 접거나 드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아이들 밥을 뜨고 양치질을 하고 옷을 벗고 입는 작은 일들이
하염없이 힘들었다.
목은 점점 더 뻣뻣하게 굳어가서 돌리기가 힘들고
음식을 먹을 때 마다 턱에 날카로운 통증이 꽂혔다.
어디 하나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신체 부위가 없을 뿐더러
통증은 점점 더 넓고 깊게 몸의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비참하고 답답하고 슬프고 무서웠다.
그 와중에 곁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더 힘들었다.
부모님께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렸다고 커밍아웃을 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생활이 불편한지는 말씀드리지 않았다.
멀리 계신데 얘기해봐야 걱정만 잔뜩 하실 것 같아서였다.
지금도 무리해서 손을 쓰거나 조금 쌀쌀한 곳에 있었던 다음 날은
팔꿈치부터 손가락까지 떨어져나갈 듯이 아파서
“바다야, 엄마 이것 좀 도와줘.”
“바다야, 엄마 저것 좀 갖다 줘.”
“바다야, 엄마 물!”
하고 바다의 손을 빌리며 한나절을 보낸다.
왜 자꾸 자기를 시키느냐고 뭐라고 하더니
저번에는 자다가 일어나서 내 몸에 이불을 살포시 덮어줬다.
이불을 안 덮고 자서 관절이 너무 아프다고 남편한테 했던 말을 듣고.
아파서 불편하고 아파서 못 하는 게 참 많다.
제주도에 살면서 지금까지 바다 수영 한 번 제대로 못 했고
한 여름에도 관절이 쑤셔서 긴 팔, 긴 바지를 입고 다녔다.
아름다운 오름과 올레 길도 실컷 못 걸었다.
아이들 맛있는 간식도 못 만들어주고
신나게 춤도 못 춘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집에서 쑥 찜질을 하는 시간에 고마운 것들을 하나씩 찾기 시작했다.
남편이 집 안의 살림을 도맡아서 해주는 덕분에 그야말로 호강을 하고 있고
내 삶이 느려진 덕분에 아이들을 더 많이 바라보게 되었고
늘 할 일이 많아서 진득하게 읽기가 힘들었던 책을 마음 모아 읽게 되었고
지금 여기에 조금 더 온전히 집중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쑥 치료를 받으면서 몸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래,
고마운 것이 이렇게나 많다.
어제는 내 나이 30대, 바다와 하늘이가 한참 자라고 있는 지금
나에게 찾아와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류마티스 관절염이 고마웠다.
.
나는 오늘 또 고마움을 찾을 것이다.
그래서 놓치기 쉬웠던 내 삶의 소중하고 빛나는 것들을 발견하고 즐길 것이다.
참, 아파서 고마운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