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ff30118607b641f185e85cb38418fa8. » 아란이는 파마중. 아이 쑥스러워라~




26개월 된 딸이 벌써부터 몸단장에 부쩍 욕심 내어




예뻐지고 싶은 건 연령을 불문하고 타고난 본능인듯




여자들이 ‘멋내기’에 관심을 보이는 건 본능인가! 이제 막 26개월 된 둘째 딸내미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아란이는 인물도, 제 언니보다 나은 편인데도, 자신을 꾸미는 일에 부쩍 신경을 쓴다. 오래 전부터 엄마나 할머니의 화장품에 손을 대어(파운데이션을 얼굴에 잔뜩 바르고, 심지어 펜슬로 눈썹을 그리며, 입술을 붉은 립스틱으로 칠하기까지 한다) 망가뜨려놓기 대장이었다.




그것뿐인가. 빗으로 수시로 머리를 빗지 않나, 매일 아침 어린이집에 갈 때 자신이 선호하는 옷과 신발을 입히지 않으면 울면서 나자빠지기 일쑤다. 어제도 어린이집에서 실내놀이터로 소풍을 가는데, 운동화를 신겼더니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결국 요즘 딸내미가 꽂힌 빨간구두를 신겨 보내야 했다.




집안에서도 반드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작은 가방(백)을 반드시 어깨에 두르며, 실내에서도 늘 신발을 신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아란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는 것인지. (마음 같아선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이 되었으면... ㅋㅋ)




아란이한테 파마를 해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뽀글뽀글한 머리스타일을 한 어린 꼬마들을 보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큰딸은 파마를 해주지 못했다. 일단 나를 닮아 머리숱이 무척 많다. 7살인데, 성인 머리숱을 능가할 정도여서 아침마다 머리를 묶어줄 때마다 내가 애를 먹을 정도다. 무엇보다 큰 딸은 미용실에 가는 것을 지금도 두려워한다. 큰딸 수아가 미용실에 간 건 지난해 딱 한번뿐. 지금껏 모두 내가 집에서 직접 잘라주었다. 지금은 지난해 미용실에서 자른 단발머리를 기르고 있는 중이다... ^^))




작은애는 얼굴도 동글하고 앞머리도 내린 상태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문제는 파마를 하는 동안 진득하게 잘 참고 견디느냐인데... 지금껏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를 때는 “예쁘게 해줄테니까 가만히 있어라”라고 하면 잘 참아냈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지난 주말 경기도 이천에 있는 사촌여동생네 집을 방문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전업주부 신세지만, 전직 미용사. 다행히 집에 파마약과 도구가 있다고 한다.




“그럼 이참에 아란이 파마나 좀 해줘~”




“잘 참을까? 그게 걱정이네.”




“지금껏 머리를 자를 때는 잘 참았어. 아마 잘 참을거야.”




“아란아~ 머리 예쁘게 해줄께. 곱슬곱슬하게. 우리 머리부터 감을까?”




오호라~ 평소에는 머리 감는 것을 죽기살기로 싫어하던 아이인데, 반항하지 않는다. 머리를 감는 동안에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심지어 “곰 세마리가 한집에 있어~ ” 노래까지 흥얼거린다.




“아란이 예쁘게 하니까 좋아?” “응~”




머리를 다 감긴 다음에 식탁 의자에 앉혔다. 사촌동생이 수건으로 물기를 털어내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파마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파마약 냄새가 불쾌할 법도 한데 딸아이의 표정은 싱글벙글이다. 머리 마는 것을 다 끝내고, 다시 파마약을 한번 바른 뒤 비닐캡을 씌웠다. 역시나 “예쁘게 하려면 참아야 한다”고 하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그리고 한시간이 흘렀다. 파마할 때 씌운 비닐캡 때문에 머리에서 열도 나고, 파마약 냄새에다 갑갑함 때문에 고역이었을텐데, 단 한번도 칭얼거리지 않고 잘 논다. 30분 중화제를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파마를 풀고 머리를 감길 때조차 싱글벙글~




파마를 풀고 난 뒤 거울을 보여줬다. 그 모습이 자신도 맘에 드나보다. 손거울을 이리저리 비춰가며 자신의 달라진 머리스타일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마치 다 큰 성인여성처럼...




“아란이 예뻐? 맘에 들어?” “응. 이~~뻐~”




“안 예쁜데?”라고 장난을 치니,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다.




“아니야. 예뻐. 머리가 곱슬거리니까 더 이쁘네~ 세상에서 가장 예뻐!”




여성이 자신을 꾸미는 것에 관심을 갖는 건, 본능이라고들 한다. 그런 본능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생기는 것 같다. 우리 아란이를 보면 말이다. 오늘도 아란이는 서랍장에 있는 옷들 중에서 자신이 맘에 드는 옷으로만 골라입고 어린이집에 갔다....




‘멋내기’는 본능일지라도 스스로 부지런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다. 멋을 잘 낸 여성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이유는, 그들의 모습이 어여쁘기도 하지만 ‘부지런함’ 때문이다. ‘게을러서’ 멋을 내지 못하는 엄마와 달리, 내 딸들은 ‘부지런한’ 여성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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