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노키드 부부, 아기를 갖다' 연재를 했다.

음, 아시다시피, 애 안낳고 자유롭게 살려다가 아기를 갖게돼 낳아 키우는, 말그대로 좌충우돌 이야기였다.

그러다 복직을 즈음해 몸과 마음이 바빠지면서 글쓰기를 한동안 중단했다.

오늘 아침 출근길, 운전을 하는데 갑작스레 어떤 깨달음이 뒷통수와 이마를 팍! 쳤다. 어엇!

 

왜 지금 이야기를 쓰지 않는거지?

 

복직을 하고, 진짜 어린 아기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가 되고 나서, 그 뒷얘기를 독자들은 알고 싶어할텐데.

어쩌면 정말 궁금한 이야기는 지금부터인데(애 두고 일하기 괜찮아? 누구 도움 받아? 일은 잘 돼? 해보니 힘들지? 후회도 좀 하지?)

비교적 여유로운 시절인 육아휴직기의 이야기만 남겨둔채

왜 지금, 이 찬란한 전쟁같은 나날의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거지?

 

대상은 없지만, 어쩐지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짬짬이 다시 기록을 하려고 한다.

기록을 다시 시작하기에 앞서 다소 비장한 마음으로 얼마전 내가 쓴 기사를 첨부한다.

내가 앞으로 하게될, 하고싶은 말의 많은 대목이 이 책 <린 인>에 담겨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기사를 통해 임지선 기자가 한겨레신문 문화부 책지성팀으로 복귀했다는, 뒤늦은 신고도 해본다.

 

앞으로 자주 글 올리도록 노력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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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두려움 대신 기회를 움켜쥐라

 

   

    올해 초 미국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린 인>은 책의 서두에서 지은이가 예견했듯 ‘남녀 모두의 심기를 건드리며’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자녀와 저녁을 함께 먹기 위해 오후 5시30분에 퇴근하고, 비즈니스 회의에 두 아이를 데려가고, 유모를 고용할 수 있는 것은 엘리트이자 고액 연봉을 받는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쯤 되니까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게다가 가사일을 절반씩 분담하는 남편이라니! ‘보통 여성’들은 상상도 못할 조건을 가진 그가 여성들에게 건넨 “더 당당해지자”는 말은 곱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그와 빈곤여성노동자의 일상을 비교하며 샌드버그의 주장을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흥분 말고 내용부터 보자.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은행, 재무부를 거쳐 구글에서 일하게 된 샌드버그는 임신 기간, 9개월 내내 입덧을 하면서도 하루 12시간씩 사무실에 박혀 일을 했다. 출산휴가 3개월 동안에도 일을 쉬지 않았다. 복직 첫날에는 차를 몰며 앞으로 아기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슴아파 울었다. 여기까지, 학력과 경력은 차치하고 그의 고민은 ‘보통 여성’과 다르지 않다.

 아기가 잠잘 때 집을 나와 잠들면 집에 가는 생활을 반복하던 어느 날 그는 선택을 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30분에 퇴근해 아침저녁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겠다고 말이다. 일벌레이던 그가 5시30분에 퇴근하며 느낀 불안감은 엄청나다. “줄어든 근무시간을 들키면 직장에서 신임을 잃거나 자리 자체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려 “퇴근할 때마다 주차장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한 뒤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고 한다. 아이가 잠들면 다시 업무를 시작했고 새벽 5시에 일어나 회사 이메일을 확인했다. 구글에서 페이스북으로 이직을 할 때는 밤샘 회의도 불사하는 회사 문화 때문에 전전긍긍했다. 그럼에도 그는 “일찍 퇴근해 가족과 저녁을 함께한다”고 원칙을 고수했다.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삶’은 한국 여성들과 얼마나 가까울까. 떠밀리듯 결혼하고, 아기 낳고 살면서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 숱하게 널려 있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회사를 그만두려 하거나 너무 바쁜 부서에 가려 하지 않거나 중대한 프로젝트를 맡길 주저하곤 한다. 부장님 눈치보며 종종걸음으로 퇴근해 집안일이며 시댁 김장까지 다 해낸다. “어쩔 수 없이” 하고있는 일들은 어쩌면 내 안에 있는 불안감 때문에 내가 선택한 것일지 모른다. 샌드버그는 그 지점을 정확히 찌른다. 때문에 아프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리더가 되려는 야망이 적다”거나 “여성들은 중요한 기회가 왔을 때 머뭇거린다”는 샌드버그의 ‘돌직구’에는 괜한 반감이 생기기 쉽다. 샌드버그는 여성들에게 좀더 당당하게 협상 테이블에 가서 앉아 기회를 ‘움켜쥐라’고 말한다. 그리고 남성은 식탁 테이블에 더 많이 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과 가정이라는 두 개의 풀타임 직업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고 강요받는 여성들이 죄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기업이, 사회가 인지해야 하며 여성 스스로 남성 중심의 세상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의 절반을 여성이 운영하고 가정의 절반을 남성이 움직이는 세상을 꿈꾸는 샌드버그의 바람은 조롱받을 이유가 없다. 당장 오늘, 퇴근시간을 결정짓고 남편과 육아 분담을 의논할 용기가 지금 그대에게는 있는가?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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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선 기자
<한겨레21> 기획편집팀, 사회팀, <한겨레> 사회부 24시팀을 거쳐 현재 오피니언넷부에서 일하고 있다. “결혼 생각 없다”더니 한 눈에 반한 남자와 폭풍열애 5개월만에 결혼. 온갖 닭살 행각으로 “우리사랑 변치않아” 자랑하더니만 신혼여행부터 극렬 부부싸움 돌입. 남다른 철학이라도 있는양 “우리부부는 아이 없이 살 것”이라더니 결혼 5년만에 덜컥 임신. 노키드 부부’로 살아가려던 가련한 영혼들이 갑자기 아기를 갖게되면서 겪게되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나누고자 한다.
이메일 : sun21@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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