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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둘째 부추김에 팔랑귀 엄마는 흔들려



육아 지원없고 조기 퇴직 넘쳐나는 사회에서 둘째는 사치






" 선배 둘째 낳을 결심하면 꼭 연락해"



아직 첫째도 나오지 않았는데 출산휴가 들어가는 내 뒷통수에 후배가 던진 말이었다. 두돌 지난 첫아이를 키우는 그녀는 지금 둘째를 고민중. 낳고도 싶고 막상 갖자니 이 팍팍한 세상에 자신이 없고 갈짓자로 흔들리는 마음을 확 휘어 잡아줄 자극은 주변 친한 사람들의 둘째 출산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녀를 비롯해 주변 일하는 친구나 선후배들이 대부분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어서 둘째는 고민도 하지 않았지만 엄마와 식구들은 뱃속 아기가 쌍둥이가 아니라는 소식이 다들 조금씩 아쉬워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시험관 아기시술을 하면 일반 임신에 비해 다태아가 많이 생겨 은근히 '한 큐'에 두 아이를 해결하기를 바랬다. 그래서 나도 좀 아쉽긴 했지만 쌍둥이는 출산도 어렵고 또 아기를 키워보니 육아도 너무 힘들어 쌍둥이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가 이제 기어다니면서 주위 사람들도 알아보고 예쁜 짓을 조금씩 하자 엄마는 다시 "생기면 후딱 하나 더 낫는 것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우리 엄마나 언니들은 '애는 둘은 있어야 한다' 주의자인데다가 아이가 갈수록 순둥이가 되면서 동네 노인정 인기스타가 되어가니 "요런 녀석 하나 더 키우는 건 일도 아니겠다"로 슬슬 부채질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 둘째는 고딩때까지 무상 교육 어쩌구 하는 육아지원 개편안이 나오니 더 부추긴다. 무념무상인 남편 역시 요새 유난히 잦은 동료들의 둘째 소식을 듣고 오면 "우리도 하나 더 낳을까"고 운을 뗀다.



팔랑귀인 나는 이런 말이 반복될수록 은근히 마음이 흔들린다. 아기를 만들기는 힘들었지만 임신 기간에 큰 고생을 안했고 또 출산과정도 내가 예상한 최악의 고통보다는 가벼웠으니 뭐 다시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역시  '노'다.  '서른 다섯살만 됐어도...'가 둘째 포기에 대한 나의 답변이다.



물론 마흔 넘어서도 아이를 낳아 잘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이트에 칼럼을 쓰는 신순화씨도 막내아이는 마흔 넘어 낳아서 예쁘게 키우는 것 같다. 그런데 현재 나의 처지를 생각하면 '에효'다. 아무리 서른 넘어가면 애 낳고 이전의 몸을 완전히 회복하기는 힘들다고 하지만 '노산이 아니었으면 이랬을까'라고 생각드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두달 넘게 병원을 다녔으나 전혀 차도 없는 허리 통증. 아기를 안거나 내려놓을 때면 할머니처럼 '아이구구구'소리가 절로 나는 데다 세수를 하기 위해 세면대 앞에서 허리를 구부렸다가 펴는 것만으로도  밭매는 할머니들의 자세가 나온다. 생전 터지거나 거칠어진 적 없던 입술을 비롯해 피부가 홀랑 일어나고, 아침이면 땅바닥에 대기도 힘들 정도로 발이 아프고 등등 이곳 저곳 삐걱거리는 몸상태를 절감하면서 '이것이 노산의 서글픔인가'하는 청승에 종종 빠진다.



이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양육과 교육비 걱정이다. 농담 삼아 "애 중학교 들어가면 희망근로 나가야 된다구" 말하지만 속으로는 '이거 정말 희망근로 나가야 하는 거 아냐?' 수시로 불안이 엄습한다. 아이 초등학교 때 벌써 나이 오십이 훌쩍 넘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과연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어떤 이들은 '다 욕심 때문에 그렇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비판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수십만원 수백만원하는 사교육비는 예산에 넣지도 않았다. 그런 걸 빼고도 아이를 키우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드는데 과연 이 험난한 한국사회에서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먹여살리는 아빠나 엄마 노릇하는 게 가능할까.



첫째를 좀 더 키우다가 둘째를 고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년이면 마흔. 아이가 서너살 되서 고민을 하다보면 실제로 임신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는 나이다. 그래서 결정도 빨리 실행도 서둘러야 한다는 게 노산 엄마의 또 하나의 어려움!



둘째를 가져볼까 하는 한개의 욕심과 둘째는 불가능한 백가지 이유 사이에서 갈짓자로 걷다가 최근 도착한 곳은 신포도 아래다. 다자녀 가정을 보면 그렇게 샘이 날 수가 없다. 특히 종종 티브이에서 어려운 형편으로 사는데 아이가 서넛씩 있는 집을 보면 이상한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코멘트는 아이가 없던 옛날과 같다. '저렇게 먹고살기 힘든데 왜 애는 줄줄이 낳은 거야?" 그런데 속마음은 180도 바뀌었다. 전에는 무책임한 부모라는 비난이었는데 지금은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럽다. 내가 이렇게 재면서 둘째 가질 시기를 놓치는 동안 저 사람들은 대범하게 일을 저질렀다는게 그렇다. 게다가 아이가 다 큰 뒤 대화 제로에 찬바람 감도는 우리집과 하하호호 재잘재잘 수다 소리가 피어날 다자녀 가정을 상상하면 질투심은 이글이글 끓어오른다.



"그런 생각이면 조만간 둘째 갖겠어"라고 주변에서 이야기한다. 그래도 아직은 영 자신이 없다. 세수하다가 발견한 흰 머리를 뽑으면서 "둘째는 뭔 둘째냐" 자조한다. 그래도 만약 생기면? 상상해본다. 그럴 리가 없잖아. 깨닫는다. 둘째 고민에 중요한 거 하나를 까먹고 있었다.  육아에 지쳐 아이 제조 공정 따위 시도도 안하고 있었는데 뭔놈의 둘째 고민 타령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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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기자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은 팔랑귀를 가지고 있는 주말섹션 팀장. 아이 키우는 데도 이말 저말에 혹해 ‘줏대 없는 극성엄마가 되지 않을까’,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이라는 ‘꽉 찬’ 나이에 아이를 낳아 나중에 학부모 회의라도 가서 할머니가 오셨냐는 소리라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엄마이다. 그래서 아이의 자존심 유지를 위해(!) 아이에게 들어갈 교육비를 땡겨(?) 미리미리 피부 관리를 받는 게 낫지 않을까 목하 고민 중.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여주고 입혀주기 위해 정작 우는 아이는 내버려 두고 인터넷질 하는 늙다리 초보엄마다.
이메일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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