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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어 달 전쯤이던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만 3살 이상에서 취학전 유아 2527명을 상대로 조사한 ‘유아 사교육 실태조사’ 결과가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된 적이 있다. 자료를 보면, 조사대상의 99.8%인 2521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었고 . 이 사교육비 부담이 둘째·셋째아 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원인이 되어 결국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현재 나는 이 조사 결과에 100%, 아니 200% 이상 공감한다. “맞아! 맞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무상교육 되어야 하는 거 아냐? 초등학교, 중학교는 해주면서 왜 안되는 건지.”



조사 결과에서도 나왔듯, 미취학 아동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 때문에 부모들의 허리가 휠 지경이다(‘사교육비 부담 느낀다’ 응답이 74.3%, 1879명이었다.). 사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다니는 것 역시 (의무교육이 아니기에) 실질적으로는 사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 재원을 대서 하는 의무교육이 아니라 원하는 이들만 하는... 실제 사교육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비중이 각각 42.8%, 47.3%에 이른다. 경제적 형편이 안되면 안보내거나 못보내는 거고,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남들이 보내니까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보내는 비용이 부담 안되면 다행인데, 지불해야 하는 금액도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유치원 1인당 교육비는 월 40만4천원으로,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보다 10~43%나 높은 게 현실이다. 즉, 유아 사교육비 부담은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할 뿐 아니라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제공하는 원흉이 되고 있는 셈이다. 



각설하고.



여튼 직장맘인 탓에 두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덕분에 한달에 100만원 남짓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학원에 보내거나, 학습지를 시키거나, 과외를 하거나 하는 별도의 사교육말고, 100% 유치원과 어린이집 비용만 투자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내게도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감 압박이 점점 현실이 되었다. 7살 큰딸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피아노를 배우게 해달라” “태권도를 배우게 해달라” “미술학원에 다니게 해달라”고 막무가내로 조랐더랬다. 유치원 종일반인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 최소한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최소한 학원에 보내는 것은 안하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복병이 생각지도 않게 너무 서둘러 나타난 것이다.



“초등학교 들어가면 수업이 일찍 끝나고 시간이 많으니까, 그때 배우자.”



“다른 친구들도 다 다닌단 말이야. $$는 피아노를 배우고, @@는 태권도를 배워. 나도 배우고 싶어.”



“지금은 유치원 종일반인데 언제 다니게? 너 혼자 다닐 수도 없잖아.”



“아냐. 갈 수 있어. 엄마 나 다른 건 몰라도 피아노는 꼭 배우고 싶어. 엉~엉~”



그동안 나는 단호하게 안된다는 뜻을 밝혔다. 내 단호한 태도에 결국 수아는 눈물을 터뜨리며 속상해했지만, 수시로 피아노와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 그때마다 난 딱 1년만 참자고 사정사정했지만, 수아한테는 이것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제안이었던 것이다. 속타는 마음은 표현 못하고 그때부터 수아는 집에 있는 작은 장난감 피아노와 멜로디온을 하루종일(심지어 늦은 밤까지!) 쳐대기 시작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어디서 계명을 배웠는지 <나비야> <젓가락 행진곡> 같은 노래 연주도 한다. 수아 말로는 유치원 선생님한테 노래의 계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얼마나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으면... 갑자기 수아가 참 측은해졌다.



아무리 피아노를 부모가 가르치려고 해도, 본인이 뜻이 없으면 교육 효과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수아는 반대다. 부모의 의지와 상관 없이 본인이 너무 배우고 싶어한다. 본인이 그렇게 배우고 싶은데, 못하게 막는 것은 부모의 도리가 아니다. 더군다나 사교육의 효과는 이럴 때 극대화된다. 본인이 원할 때, 그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해주는 것. 결국 남편과 상의 끝에 피아노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알아보니, 피아노 학원비는 대략 월 10만원 남짓이었다. 이런~ 다른 생활비를 줄인다해도 내 형편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저렴하게 가르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수소문 끝에 동네에 있는 구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어린이 피아노교실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교육비는 학원의 꼭 절반 수준. “오케이! 이거다!”



(찾아보면 각 지역마다 복지관이나 동사무소, 도서관, 보육정보센터 등에서 미술, 피아노, 발레, 독서, 가베 등의 프로그램을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에 제공하는 곳이 많다. 많은 엄마들은 자녀의 교육을 생각할 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원부터 떠올리는데 주변에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에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곳이 있는지부터 수소문해보자.)  



한달을 망설인 끝에, 지난 4월1일 등록을 하고 수아가 첫 수업을 받았다. 수아가 너무 좋아라 한다. 매사 더 긍정적이고 밝은 아이가 되었다. 걱정인 것은 오후 4시 혼자 어린이집에서 나와 50미터 남짓 떨어진 복지관에 가서 수업을 듣고, 다시 50미터 남짓을 걸어 어린이집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인데, 다행히 그 겁이 많던 수아가 “혼자 잘 다닐 수 있다”며 오히려 부모를 안심시켰다. 지난 일주일동안 아무 사고 없이, 즐겁게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고 있다. 집에 와서는, 오늘 무엇을 배웠고, 어떤 음을 쳤으며, 무엇이 재밌고 어려웠는지 재잘재잘 털어놓는다. 아직은 피아노 배우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모양이다. 



덕분에 나도 여느 엄마들처럼 사교육 시장에 첫발을 떼었다. 아마 수아는 자라면서 태권도, 미술, 발레, 영어 등등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하거나 아니면 내가 수아한테 ‘이것’을 배우자고 강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할 겉이다. 7살 아이한테 벌써부터 사교육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남들이 하니까... 다른 아이와 수준을 맞추기 위해... 사교육을 반드시 해야 하는 분위기인 탓에, 무엇보다 아이가 원하고 있기에 전적으로 내 고집만 내세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나를 비롯한 엄마들이 사교육에 올인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수아에게



수아야, 요즘 네가 피아노를 배우며 너무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도 흐뭇하단다. 내 고집을 죽이고, 진작부터 가르쳐줄 걸... 하는 후회도 든다.



엄마는 언제든, 네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란다. 다만 네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을 망설였던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도 부정할 수 없지만 너무 일찍부터 ‘배움’이라는 공간에 떨궈놓는 것은 아닌지, 그것 때문에 네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점차 엄마도 ‘사교육’에 목메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단다. (기왕이면 네가 무엇이든 잘하는 ‘엄친딸’이 되었으면 하는 게 부끄럽지만 솔직한 마음이기에...)



하지만 무엇보다 네가 좋아하면 그만이다. 네가 행복해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지금은 피아노를 즐겁게 배우고 있지만, 혹시나 싫어지거나, 피아노를 배우는 일이 힘들어지거나, 아니면 다른 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주저하지 말고 엄마에게 말하렴. 그때는 네 뜻을 최대한 존중해 주마. 피아노를 비롯한 “모든 공부나 학습은 네가 하고 싶을 때, 네가 원할 때 하게끔 해야 한다”는 게 엄마의 평소 생각이다. 그럼 오늘 하루도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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