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다엘

입양부모를 죄인 취급 말라

입양가정 아동학대 바로잡으려면…

제1199호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다엘. 정은주

 

얼마 전 다엘과 함께 국회의 입양법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입양가정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입양특례법 전체를 개정하자는 토론의 자리였다. 아동학대 사건이 입양가정에서 일어나면 모든 입양부모는 죄인이 되곤 한다. 입양 절차가 더 엄격해야 학대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을 거듭 듣기 때문이다.

 

입양법을 전면 개정해 절차를 더욱 까다롭게 하면 아동학대를 피할 수 있을까? 현행법상 입양 절차는 결코 허술하지 않다. 수많은 서류와 면접, 가정조사가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신청자가 입양을 포기한다. 그럼에도 입양가정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면 기다렸다는 듯 ‘입양을 활성화하지 말고 절차를 더 엄격히 하라’는 보도가 이어진다. 아동학대는 가족 형태와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며 오히려 생부모에 의한 학대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묻힌다. 입양가정의 아동학대를 특별하게 다루는 건 정당한 일일까?

 

아동학대라는 주제를 탁월하게 다뤄 저자가 대통령의 편지까지 받았던 책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으며 나는 이 현상의 원인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아동학대의 원인은 가족 형태가 아님에도 이를 부각한다면, 특정 형태의 가정에 대한 편견이 커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의붓어머니의 학대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재혼가정 차별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는 친권의 과도한 행사와 체벌을 당연시하는 사회 인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합리적 논조는 입양 주제에 이르면서 달라진다. 그야말로 ‘후진’ 입양제도 탓에 입양된 일부 아이들이 사지에 몰렸고 입양가족은 사회가 만들어준 ‘대안’가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혈연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에 매몰되는 자기모순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많은 사람이 입양가족을 외형적으로는 정상가족이라 하지만 혈연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비정상가족으로 바라본다. 나는 뛰어난 책의 저자가 왜 입양에는 유독 모순된 견해를 가졌는지 알고 싶다. 이 자리를 빌려 그에게 입양가족과 진지한 대화를 하자고 요청한다.

 

저자는 ‘입양은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전 생애의 과정’이라는 말을 인용해 입양가정을 평생 관리가 필요한 특수가정이라 보았다. 나는 타인이 규정하는 전문적 도움이 아니라 내가 원할 때 스스로 선택해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고 싶다. 진정 입양가정의 아동학대 문제에 현미경을 대고 싶다면 덜컥 법 개정부터 들고나오지 말아야 한다. 섬세한 인프라 마련과 사회 인식의 지난한 개선 과정이 먼저다. 지금 필요한 건 선언이 아니다.

 

정은주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웰다잉 강사

 

(* 이 글은 한겨레21 제 1199호(2018. 2. 12)에 실린 글입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정은주
딸이 뇌종양으로 숨진 후 다시 비혼이 되었다. 이후 아들을 입양하여 달콤쌉싸름한 육아 중이다. 공교육 교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시민단체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의 상담원이자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산지역의 입양가족 모임에서 우리 사회의 입양편견을 없애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으며 초등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대안교육 현장의 진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이메일 : juin999@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heart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31778666/3db/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2065 [아이가 자란다, 어른도 자란다] 엄마 미안해, 내 딸들을 더 사랑해서 imagefile [3] 안정숙 2017-12-01 49243
2064 [아이가 자란다, 어른도 자란다] 육아가 그렇게 힘든가요? imagefile [17] 안정숙 2016-05-03 49184
2063 [아이가 자란다, 어른도 자란다] 지저분해서 좋은 집 imagefile [8] 안정숙 2017-01-13 49117
2062 [김외현 기자의 21세기 신남성] 남편이 본 아내의 임신 - (3)입덧 image [3] 김외현 2012-05-07 48968
2061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남자의 매력, 남편의 매력 imagefile [15] 신순화 2016-06-07 48703
206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내가 병원이 아닌 곳에서 세 아이를 낳은 이유 imagefile 신순화 2010-04-27 48069
2059 [김미영 기자의 공주들이 사는 법] 예상치 못한 세 딸의 수두 전쟁 imagefile [1] 김미영 2013-12-11 47942
2058 [김태규 기자의 짬짬육아 시즌2] 스마트폰 '요리 혁명' imagefile [10] 김태규 2012-01-16 47762
2057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동생 출산 함께 한 다섯살 아이 imagefile 신순화 2010-06-21 47754
2056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젖, 마르고 닳도록 imagefile 신순화 2010-07-25 47488
2055 [최형주의 젖 이야기] 젖 팔아요~ 엄마 젖~ imagefile [20] 최형주 2013-08-18 47438
2054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돌잔치는 할 수 있는 만큼, 딱 그 만큼만 imagefile 양선아 2011-08-17 47369
2053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안 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imagefile [8] 홍창욱 2011-11-14 47356
2052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imagefile [9] 신순화 2011-12-05 47311
2051 [김연희의 태평육아]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 imagefile [9] 김연희 2012-02-15 47246
205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남편보다 아이가 더 편한 불편한 진실! imagefile [7] 신순화 2013-02-26 46569
2049 [동글아빠의 육아카툰] [육아카툰] 장래희망 imagefile 윤아저씨 2010-10-21 46306
2048 [송채경화 기자의 모성애 탐구생활] 덜컥 임신, 큰 일 났다! imagefile [1] 송채경화 2015-09-17 46254
2047 [즐거운아줌마의 육아카툰] [육아카툰42편] 워킹맘 7년차, 임파선염이 오다 imagefile [6] 지호엄마 2014-11-06 45828
2046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아들의 여자친구가 자고 간 날 imagefile [14] 신순화 2012-05-01 45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