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규 26.jpg

 

드디어 오늘 7월 28일 둘째 윤정이까지 방학을 함으로써 3주에 걸쳐 1주일에

한명씩 방학을 하던 세 아이가 모두 방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제일 먼저 방학을 한 것은 큰 아이, 필규였다.

초등 대안학교에서 마지막 1학기를 보낸 아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한결 성장했다는

교사들의 평가와 함께 꽤나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스스로 세운 방학 계획을 보니 방학은 독서와, 야구와, 레고로 보내겠단다.

야구는 동네 야구 클럽에서 토요일마다 멋들어진 야구복을 입고 할테고

독서는 심심할때 마다, 그리고 레고는 더 이상 못 할때 까지 하겠다고 야무지게

써 놨다.

열세살, 6학년 사내 아이의 여름방학 계획은 이토록이나 찬란하다.

방학하자마자 3일간 서해안으로 캠프를 다녀온 녀석은 매일 오전 10시까지

푹 자고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뒹굴 거린다.

제가 맡은 개 밥 줄 때와 아랫집 개가 낳은 새끼 강아지들을 보러 가기 위해서

두어 차례 집 밖에 나올 뿐, 종일 집에서 꿈쩍도 않는다.

 

나는 이런 저런 일이 있어 외출을 해야 하는데 좋아하는 설렁탕으로 꼬셔도

집에 있겠단다. 맛난 간식도 사양한다.

흥.. 녀석.. 혼자 있는 집에서 컴퓨터를 할 생각이구만..

이제 맛있는 음식이나 시내 외출보다는 혼자 집에서 게임하는 것이 더 좋구나..

아주 정상적으로 잘 크고 있구나..

 

이룸 18.jpg

 

오빠보다 일주일 늦게 방학한 이룸이는 세 아이중 유일하게 방학하는 것을

퍽이나 아쉬워하며 친구, 선생님들과 인사를 했다.

방학식 하는 날, 몇 밤 자면 다시 개학이냐고 묻는 아이...

어린이집도 안 다니고 처음 들어간 병설 유치원 첫 학기를 이룸이는 정말 정말

즐겁게 즐겼다.

급식도 잘 먹고, 어떤 일이든 좋아했으며 무엇보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너무 너무 사랑했다.

담임 선생님은 이룸이를 데리러 간 내게

"이룸이가 한 학기동안 친구들을 정말 반갑게 맞아 줬어요. 매일 아침

친구들을 꼭 안아주면서요" 하며 웃으셨다.

잘 적응해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마음을 다해 친구와 선생님을 사랑한

아이라서 참 이쁘다.

막내는 뭘 해도, 정말 이쁘다.

 

윤정 8.jpg

 

그리고 윤정..

제 방학이 제일 늦다고 속상해 했지만 오빠와 동생이 방학 한 이후

엄마와 둘이서만 손 잡고 학교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딸이다.

수학도, 국어도 어려워졌다고 한숨을 쉬었지만 숙제를 스스로 꼬박 꼬박

챙겨 해 갔고 일기도 열심히 썼다. 우쿨렐레도 아주 잘 치게 되었고

2학년 올라가 배우기 시작한 오카리나와 리코더, 그리고 코바늘뜨기도

제법  익숙해졌다.

여전히 학교보다 집이 더 좋다고 말하지만 친구와 선생님을  참 좋아해서

뭐든지 열심히 한 딸..

방학을 앞두고 교실에서 열린 반 음악회때 사회를 맡아서 야무지고

또랑 또랑한 목소리로 친구들의 공연을 이끌어서 나를 흐믓하게 했다.

 

1학기 동안 이 셋은 징글징글하게 싸웠지만 그만큼 찐하게 붙어 다니며

함께 놀았고, 각자 많은 부분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서툴고 잘 안되는 것들도 많지만 그러나 조금씩 좋아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같이 걸어 주었다.

 

애쓰고, 힘들고, 많이 웃고, 노력했던 1학기가 지났다.

짧지만 여름방학은 언제나 기대가 많다.

강릉 할아버지 집에 다녀오고나면 옥상에다 수영장을 만들어

친구들을 초대한다고 야단들이다.

필규는 양주에 있는 사촌형아들과 어울리고 싶어 놀러 갈 때를 노리고 있고

윤정이는 친한 친구 여럿을 불러 하룻밤 같이 자는 파자마 파티 날짜를

헤아리고 있다.

이룸이는 매일 매일 친구들을 초대해 달라고 귀여운 투정이다.

 

너희들은 방학했지만 엄마의 특별 육아는 이제부터 개학이구나.

매일 늦잠 자려는 너희들 깨워 밥 먹이고, 빈둥거리려는 너희들

꼬드겨가며 집안일 시키려고 머리를 굴려야겠지.

그래도 미술관도 가고, 박물관도 가고, 이모네 집도 가고

신나게, 재미나게 보내보자.

 

한 여름 잘 놀고 나면 더 단단하게 잘 영글어서 2학기를 맞이할테니

엄마가 열심히 애써볼께.

 

한학기동안 무엇보다 크게 아프지 않고 열심히, 즐겁게, 잘 다녀주어서

고맙다.

이제.. 여름 방학을 함께 즐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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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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