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3581.JPG


아침에 일어나 내 생일인 것을 알았다.

이번 생일에는 이웃들을 초대해서 같이 밥도 먹고

초도 불어야지 했는데

당황스러웠다.

 

‘나한테 뭘 해주지?’ 생각하고 있는데

자고 일어난 바다가 눈을 비비며 내 방으로 들어온다.

바다와 이불 안에 다시 들어가 누워 있다가

이소라의 ‘생일 축하해요.’ 노래가 생각이 나서 틀고

같이 들었다.

 

“와, (음악) 좋다.”

“좋지? 오늘 엄마 생일이야.”

바다가 씩 웃으면서 눈이 커진다.

 

이소라가 불러주는 생일 축하 노래의 가사가

참 따뜻하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던 그날

온통 푸른빛은 더해가고

여린 하늘 아래 아름다운 그대

세상의 빛과 만났죠~♪

 

언제나 축복이 그대 곁에 있어주길

변함없는 모습으로.

영원히 사랑이 그댈 감싸주길.

생일 축하해요 그대~♬”

 

어머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

“어, 아침부터 웬일이야?”

“오늘 내 생일이야.”

“어머나! 오늘? 어떡하니~ 깜빡했다~”

“괜찮아. 나를 낳아주고 키워줘서 고마워요, 엄마.”

서른 살 생일부터 내 생일을 깜빡하시길래 내가 먼저 전화를 드리고

생일이라고 말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좀 서운했는데 올 해는 하나도 서운하지가 않다.

엄마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까.

 

자고 있는 남편에게도 가서 말했다.

“여보, 오늘 내 생일이야.”

“어...어......”

“알고 있었어?”

“어...어.....”

 

알고 있었다는 건지 몰랐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남편 이마에 뽀뽀를 한 번 하고

혼자 산책을 나갔다.

역시 서운하지가 않다.

늘 애써주고 도와주는 남편이니까.

 

그리고 내가 이렇게 나를 축하해주고 있으니까.

 

오래간만에 산책을 멀리 나오니

“와...” 탄성이 터진다.

여기 저기 싱싱한 초록이 시작되고

봄을 맞은 생명들이 이슬을 머금고 빛나기까지 하고 있었다.

세상의 축복이 내 마음에 전해지면서

‘내 생일!’이라는 생각에서 오는 흥분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우리 모두 너무나 소중한 생명이고

탄생일을 맞이한 주인공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산책로에 있는 바위에 앉아 글을 썼다.

 

‘우주의 딸, 지아. (지아는 나의 별칭이다.)

35년 전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빛을 본 날과 똑같이

오늘도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

 

나이가 들어 거칠고 마디가 많은 가지 끝에

봄이 되어 다시 맺히는 여린 봉오리처럼

지아도 그 여린 봉오리로 다시 시작한다.

순수와 사랑과 인내와 용서와 지혜와 평화의 마디를 가지고.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나의 부모님과 조상님들 그리고

우주에게 절 한다.

 

고맙습니다.

당신들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오늘의 생일이

참 기쁘고 경이롭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지아.’

 

아침 산책에서 받은 풍족한 행복감이

하루 종일 ‘해피’ 버스 데이로 살게 해주었다.

 

푸르스름하게 해가 지는 것을 보면서

“내 생일이 지나가는 게 너무 아쉬워...”라고 말하고 방에 들어가 아이들을 재우다가

저녁 7시에 그만 잠이 들어버린 나는

다음날 아침에 왜 그렇게 빨리 잤냐고 묻는 남편한테 말했다.

 

“그래서 나 오늘 하루 더 생일하려고.”

 

그리고 하루 더 생일을 보낸 후에 한 가지 결정을 했다.

매일 생일을 해야겠다.

다시 태어나는, 새 날로 살아야겠다.

 

요즘 매일 아침 ‘생일 축하해요.’ 노래를 들으며 다시 태어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피 버스 데이 투 미!”


DSC03464-1.JPG


- 제주는 요즘 동백꽃이 한창입니다. ^ ^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최형주
이십 대를 아낌없이 방황하고 여행하며 보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시골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두 딸 바다, 하늘이와 함께 네 식구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최형주'라는 이름을 쓰다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지아'에 부모님 성을 함께 붙인 '김최지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최형주의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31714915/1c9/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125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시대 흐름 역행하는 `출산주도성장' 발언 imagefile [4] 양선아 2018-09-11 7736
124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자전거 역설, 육아의 역설 imagefile [4] 정은주 2017-10-23 7730
123 [소설가 정아은의 엄마의 독서] 시시포스가 되어 날마다 산을 오르다: 엄마의 탄생 imagefile [1] 정아은 2017-12-28 7727
122 [너의 창이 되어줄게] 힘든 시절, 내 아이의 가장 예쁜 시절 imagefile [3] 임경현 2017-07-12 7704
121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뿌린 대로 거두리라 imagefile [3] 정은주 2018-03-16 7703
120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2017 아날로그 육아의 종착역 imagefile [7] 윤영희 2017-12-31 7696
119 [이승준 기자의 주양육자 성장기] 세련된 아빠이고 싶지만 imagefile 이승준 2017-04-12 7694
118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세상 속으로 등 떠밀기 imagefile [1] 정은주 2017-05-01 7686
117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수학꼴찌, 초등 2년 내 딸을 위하여 imagefile [6] 홍창욱 2018-03-25 7685
116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엄마 달 imagefile [2] 최형주 2017-05-31 7669
115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복 받아라! imagefile [6] 최형주 2016-04-01 7668
114 [이승준 기자의 주양육자 성장기] ‘깨어나라, 육아 동지들’ imagefile [1] 이승준 2017-05-18 7663
113 [아이와 함께 차린 글 밥상] [아이책] 한 아이 imagefile [3] 서이슬 2017-08-10 7636
112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가능하지 않은 걸 꿈꾸면 안되나요? imagefile [4] 윤영희 2017-07-25 7587
111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우리 가족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 방법 imagefile [9] 신순화 2018-01-01 7536
11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달콤 달콤, 아들과의 데이트 imagefile [2] 신순화 2018-08-31 7528
109 [즐거운아줌마의 육아카툰] [육아카툰51편] 4.13 꽃구경이나 가야지~ imagefile [2] 지호엄마 2016-04-07 7518
108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내와 빵 터진 둘째어록 imagefile [2] 홍창욱 2018-02-20 7516
107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너의 용기, 나의 두려움 imagefile [1] 정은주 2017-06-05 7510
106 [아이와 함께 차린 글 밥상] [어른책] 매일 먹는 놀이밥 imagefile [8] 서이슬 2018-02-20 7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