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산이 두 시간 정도 아이들을 봐준다고 내 시간을 가지란다.
오~ 리얼리?
나는 보려고 마음먹고 있던 영화가 들어있는 컴퓨터를 가방에 급히 때려 넣고
남방 한 장 걸치고는 바로 집을 나섰다.
집 앞 카페에 가서 앉았다.
아, 이런 세상이 있었지! 후우~!
컴퓨터를 꺼내 영화를 본다.
나를 위해 준비된 향기로운 차를 홀짝이며 편안하게.
빨리 보려고 점프시켜 넘기지 않고 그냥.
영화 음악이 카페 음악 때문에 잘 안 들린다.
주저 없이 카페 종업원에게 가서
“저기, 지금 제가 굉장히 오래간만에 자유 시간을 누리고 있거든요.
영화를 봐야 되는데 소리가 잘 안 들리네요. 음악 좀 꺼주실래요?“
하고 말하는 상상을 잠깐 하다가 영화를 계속 본다.
좋다.
진작 이랬어야했어.
진작.
2015. 5. 29
+
이 날 카페에서 본 영화는 ‘스틸 엘리스’.
여자 주인공의 연기가 살 떨리게 좋았고 셋째 딸 리디아의 캐릭터가 참 맘에 들더군요.
나에게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발견하고 집으로 왔어요.
하루 두 시간, 내 시간을 갖는 것.
아이들이 아닌 나를 생각하는 것.
짧아서 더 짙은 시간.
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