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야, 이 그림의 이름은 ‘지아 달’이야.
엄마가 엄마를 그린 거야.“
“예쁘다, 엄마 달.”
바다가 이 그림을 '엄마 달’이라고 불렀을 때
내 가슴은 기쁨으로 울렁거렸다.
며칠 전에 1년 동안의 표현예술치료 공부를 마무리하며
각자가 그린 자화상을 걸고 공연을 했는데
이 그림이 바로 그 때 나온 자화상이다.
나는 나의 자화상인 ‘지아 달’ 에
나의 신성과
나의 눈물과 웃음과
나의 긴장과 이완과
나의 떨림과 부드러움과
나의 어두움과 빛을 담았다.
그리고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비참함과 텅 빔과 무너짐을 담게 되었고
공연을 한 후에는
나를 일으키는 섬세하고 단단한 힘과 감싸는 사랑이 담기게 되었다.
비참함과 텅 빔과 무너짐은
그림을 그리다가 쓰러진 일에서 만나게 된 나의 감정인데
최근에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고
아픈 관절과 힘이 없는 몸을 움직여 겨우 그림을 그리다가
순간 정신을 잃고 바닥에 놓인 그림 위에 얼굴을 부딪치며 쓰러진 것이 그 일이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옆에서 나를 본 친구가 있다는 것이 너무 싫었고
나의 그런 비참한 모습이 나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텅 비고 힘이 없는 내 몸에게
아직 더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몰아 부쳐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공연의 중심에 그 감정을 담았다.
무너짐의 시작인 출산 장면을 표현했고
출산 후에도 쉬지 않고 수유하고 청소하고 바쁘게 일 하는 나를 표현했다.
더 많은 것을 더 잘 하기 위해서 바쁘게 뛰던 나는 결국 무너지듯이 쓰러졌고
어렸을 때 내 이름을 행복하게 부르던 부모님의 목소리를
다시 회상하듯 들으며 정신을 차리고
두 분의 보이지 않는 손을 잡고 쓰러졌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뒤를 돌아 신성의 그림을 발견하고 신성과 함께 춤을 추었다.
공연을 하고 나서
나의 비참함과 텅 빔과 무너짐에 대한 인정과 위로 위에
아주 큰 사랑과 우주의 보살핌이 소복하게 쌓였다.
그래서 지금도 두 아이를 돌보는 것이 힘들고 때로는 너무나 버겁지만
나를 몰아세우거나 나의 힘든 상태를 비참하게 느끼지 않는다.
힘들면 쉬고 나에게 필요한 걸 해주려고 애쓴다.
고민이나 힘든 일이나 행복한 일이 있을 때 지아 달과 대화하고
밤새 꾼 꿈에 대해서도 지아 달과 대화한다.
지아 달은 내 안에 있는 신이고
그 신은 지혜와 순수와 유머러스함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의 친구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런 공부를 하고
이런 자화상을 그리고 공연을 한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모른다.
이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을 것이고
공연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렇게 사랑받는 존재인지 몰랐을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서서히 잃어버리고 있는
나의 가장 신성하고 빛나는 존재의 부분을 꺼내어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그림으로 만들고
그 그림을 매일 보고 만지며 확실히 느낄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고 기쁘다.
바다와 하늘이도 이 달과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
엄마의 신성을 느끼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난 가장 빛나는 나의 신성, 지아 달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