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케이티의 몸에 또 하나의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갈기 위해 눕혀 놓으면 가끔 오른쪽 사타구니 부분이 볼록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매번 그런 것이 아니고 어쩌다 한 번씩 나타났기 때문에 혼자서는 확신할 수가 없어서 저녁 목욕 담당인 남편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며칠간 잘 살펴보자고 당부했다. 며칠 뒤, 남편도 같은 증상을 확인했다고 알려왔다. 자, 그럼 이게 뭘까?
영어로, 한국어로 검색을 시도했다. 증상이 나타난 부위와 빈도, 만져봤을 때의 느낌을 키워드로 넣고 검색해서 나온 결과는 '탈장(hernia)' 검색으로 나온 관련 사진을 보니 '서혜부 탈장(inguinal hernia)'이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우리 선에서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필 그 부위가 오른쪽 사타구니였기 때문이다. 오른쪽 등부터 발끝까지 케이티를 갖고 있는 아이이기에, 오른쪽 하반신에 뭔가 문제가 생긴다면 십중팔구 이 신드롬과 관련된 증상일 터였다.
며칠 뒤, 신생아 때 우리 아이를 한 번 본 적이 있는 소아비뇨기과 의사를 찾아갔다. 그로부터 '탈장이 맞는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지만, 그 역시 케이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신중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이 신드롬 때문에 주로 보게 되는 혈관전문의에게 넘어가서 의견을 구했다. 그는 MRI 사진상 오른쪽 사타구니에도 혈관/림프관의 복합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탈장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MRI와 초음파 판독을 전문으로 하는 방사선과 의사를 만나보라고 했다. 그리고 지난 주, 이 방사선과 의사와 부분 초음파 촬영을 한 결과.. 탈장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탈장, 이란 쉽게 말해 '장'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데로 삐져나오는 걸 의미한다. 남아의 경우 고환이 제 위치로 내려오고 나면 출생을 즈음해서 그 고환이 내려온 길이 자연스레 막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로 태어나면 그 통로로 장이 빠져나오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보통 울거나 짜증내거나 변을 보는 등의 이유로 배에 힘이 들어가면 장이 빠져나와 사타구니 한쪽이 불룩 튀어나오게 되는데, 그러다가도 다시 장이 제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증상이 항상 눈에 보이는 건 아니라고 한다. 특별히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양육자가 아이 기저귀를 갈다가, 혹은 목욕을 하다가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어떤 이들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하기도 한다고.
특별히 다른 문제를 유발시키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자연스럽게 막혔어야 할 어떤 통로가 열려 있어서 증상이 반복되는 거라 그 부분을 막아주는 수술을 해야 완전히 그 증상이 없어진다고 한다. 증상이 오랫동안 반복되다가 장이 더 이상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상태가 되면 그 상태에서 장의 일부가 괴사하기도 한단다. 수술은 간단해서 외래로 접수하고 들어가 두어시간만 병원에서 보내면 된다고 했다. 케이티는 아마 8월이나 되어야 수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다행이다.
사실 탈장이 아니면 어쩌나, 차라리 탈장이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탈장이면 간단히 수술로 해결할 수 있지만, 탈장이 아니라 케이티 신드롬 때문에 생기는 거라면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원인도 치료법도 없는 미지의 무언가를 안고 사는 아이이다 보니 새로운 증상이 나타났을 때 곧바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 부모 마음을 가장 힘들게 한다. 동네 병원, 동네 응급실 의사들은 듣도 보도 못한, 10만분의 1 확률의 불치병. 의사들이 도리어 우리에게 이것저것 묻고 검색하며 배워가야 하는 아이러니. 불안감을 안고 동동거리며 이 의사 저 의사에게서 이중, 삼중으로 확인을 거쳐서야 진단명을 내릴 수 있는 현실. 그런 현실 속에서, 나는 그저 '탈장이라서 다행이야!'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