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 이사 와서 걱정을 많이 했더랬다. 제주도에 와서 이사를 무려 3번씩이나 하다보니 알고 지내는 이웃이 없었다. 그나마 알고 지내던 이웃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우린 새로운 곳에서 새로 이웃을 사귀어야 했다. 사람도 알고 지낼 겸 동 대표를 맡게 되었는데 회사도 멀고 가끔 회의가 열리다 보니 몇 년간은 이웃들과 인사만 하는 수준으로 지냈다.

지난해에 뽀뇨가 학교에 들어가고 유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 이런 걱정은 사라졌다. 아이들 엄마 모임이 생긴 것이다. 학부모 모임이다 보니 자연스레 이웃들도 알게 되고 친해지게 되었는데 어디까지나 엄마들끼리의 모임에 한정되었다. 제주는 학교의 주요행사에 할아버지, 할머니 등 많은 가족들이 참여하는 편이라고 하는데 아빠들끼리는 별로 모임이 없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의 가족 친지에 초등, 중등, 고등학교 선후배모임에, 농업 혹은 청년 단체 모임에, 마을 개발위원회 회의에, 심지어는 금연모임, 가족 내 막내아들 모임 등 없는 모임도 만들어서 뭉치는 것이 제주의 모임문화다. 물론 나 또한 모임이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 공부 모임이고 저녁 9시전에 헤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유현이 어린이집 엄마 모임이 저녁 늦게까지 있으니 늦어도 된다고 했다. ‘아빠만 쏙 빼고 엄마들과 아이들 모임이라니’. 그날 1년에 몇 번 안가는 대형마트에 가서 먹을 것을 무려 5만원어치나 샀다.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려놓았지만 왠지 자취생 느낌이 들어서 잘 넘어가지 않았다. 밤 10시가 다 되어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집에 돌아왔다. 그 이후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가끔 어린이집 엄마 모임을 했고 나는 그때마다 ‘아빠들은 그 시간에 다들 외롭게 지내며 동네를 떠돌겠구나’싶어 아내에게 제안을 했다.

 

“엄마들 모임도 좋은데 아빠들도 한번 모이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

 

제안은 했지만 아내는 시큰둥한 반응이었고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일부 아빠들은 육지에 있는 주말 부부였고 다른 아빠들은 다들 바빠서 집에 늦게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그 모임이 있을때 마다 고기를 구워먹거나 맥주를 원하는 만큼 먹었지만 아이들과 노는 시간만큼 즐겁지 않았다.

그 이후 아내는 아이들 모임을 하나 더 만들었다. 이번엔 뽀뇨친구들끼리의 모임이었는데 옆 아파트 단지에 수눌음육아센터(제주식 공동육아센터)가 생겨서 매주 특정일 저녁에 모였다. 새로 꾸민 ‘공동육아방’이었는데 이용료를 조금 내고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엄마들끼리 밥도 같이 해먹고 공동으로 체험이나 수업을 진행하는 형식이었는데 여전히 아빠가 빠져있었다.

매주 주중 하루,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정도 아이들과 엄마들이 모이는 공동육아방이 궁금해서 찾아가 보았다. 남자 아이들은 열심히 블록놀이하고 여자 아이들은 책을 보며 끼리 끼리 놀고 있었고 엄마들은 아이들 밥을 해먹이고 이야기 나눔을 하고 있었다. 맨 손으로 가기가 그래서 먹을거리를 조금씩 싸갔는데 내 아이들이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노는 걸 보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았다. 엄마들은 내가 가면 멋쩍은지 조금씩 자리를 피했다. 엄마들끼리 편하게 지내라고 내버려둘 수도 있지만 나 또한 아이들을 보고 싶기도 하고 추운 날 걸어오게 하는게 싫어서 매번 육아센터로 향한다.

엄마들이 육아모임을 한다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밖을 나갈 때 아빠들은 어떤 느낌일까? 집안이 조용해서 쉬기에 좋을까, 아니면 일하느라 늦어 그런 모임이 있는지도 모를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그 시간에 술을 먹고 있을까? 어찌 되었건 가족의 주요한 활동에 아빠가 빠진다는 건 왠지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처음엔 그런 일이 있었나 하다가 나중엔 그런 일에 빠지는게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가족 구성원에서 제외될 때 좋아할 만한 아빠가 누가 있을까? 처음에 빠지는 건 한 두 번이지만 자꾸 빠지면 가족에서 영원히 제외될 수 있다는 걸 아빠들은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엄마와 아이들 모임에 악착같이 따라가기로 했다. 만약 엄마들끼리 모이고 싶으면 아빠모임에 아이들을 던져두고 가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아빠들이 너무 바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아이들과 함께 놀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육아모임1.jpg » 아내가 아이들에게 놀이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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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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