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실패 3년 만의 시험관 아기 도전기...해법찾기는 적극적으로 마음은 느긋하게






지난해 3월 초, 묵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임클리닉의 문을 두드렸다. (아이를 기다렸던 5년동안의 난임 사연은 지난 회 칼럼을 참조하시길)  아침 일찍 예약을 하고 갔음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동병상련이랄까. 눈인사도 안하는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함께 있으니 왠지 마음이 든든했다. 






임신 이후 자주 들어가 본 임신, 육아 카페에도 얼마 전 난임질문방이 생겼다. 올라오는 질문과 답들이 꽤 많았다. ' 남들 다 갖는' 아기 못가지는 게 나만은 아님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이런 고민들을 적극적으로 공유했다면 좀 더 일찍 용기를 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나팔관 검사, 호르몬 검사, 남편의 정자 활동성 검사 등 몇가지 기초 검진을 다시 하고 의사와 상담을 했다. 전에 인공수정 실패 경험이 있는데다 나이도 있는지라 성공확률이 40%로 높은 편인 시험관 시술을 기대했는데 의사가 과배란 인공수정 한번만 더 해보고 실패하면 시험관 가잔다. 결과는 실패.






그런데 확실히 변화가 생긴 걸 느꼈다. 몸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의 변화. 몇년 전 인공수정 실패하고는 남편 붙잡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인간인양 징징거렸는데 이번에는 담담했다. 끝까지 가보자,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마인드컨트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마음가짐이 갖춰진 내가 좀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6월 초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면서 회사에 양해를 구했다. 야근이야 어쩔 수 없지만 회식 열외야 말로 절박했던 문제. 난자채취는 몸에 무리가 가는 수술인데 그걸 술마시면서 할수는 없는 노릇. 팀원들에게 이메일로 그동안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쓰면서 양해를 구했다. 사흘 이상 휴가내면 큰일 날 줄 알았던 생각도 털고 시술 뒤에는 휴가도 내기로 했다. 나 혼자 괜히 제발 저렸던 거지, 동료들은 기꺼이 나의 '도전'을 지지해줬다.






역시나 시험관 아기를 만들기 위한 과정은 복잡했다. 불과 1년 전인데 지금은 기억도 희미해졌지만 호르몬 조절이 중요한 문제라 시간 엄수를 위해 밤 9시에 응급실 가서 주사도 맞기도 하고 또 난포를 키우기 위해 매일 주사를 두대 씩 직접 놓아야 했다. 누가 보는게 민망해서 친한 후배를 여직원 휴게실로 끌고 가 내가 주사를 놓을 동안 망 좀 봐달라(?)고 했는데 주사 놓는 모습을 보며 후배가 나를 안스러워했다. 괜찮아? 하지만 자기연민을 하지 말기로 굳게 마음 먹었던 터라 이 모든 과정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직접 놓는 주사는 그 용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제로 병원 주사처럼 바늘이 크지도 아프지도 않고 간단하다) .






그리고 난자채취날. 마취까지 하고 하는 수술이라 마음이 떨렸다. 힘든 건 둘째치고 잘 자란 난자가 많이 나와줄지 걱정됐다. 난자가 많이 나오면 수정란도 그만큼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 수정란이 많으면 추가 난자채취 없이 여러번 시술을 할 수 있으니까 몸도 덜 힘들도 비용도 절감되는 셈이다. 그런데 채취한 난자는 달랑 8개. 어떤 경우에는 한두개 채취도 힘들다고 하니 '달랑'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젊은 산모들은 30개 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던데 흠..8개라니..






시험관 시술을 통해 최종 완성된 수정란 배아는 4개. 위로인지 의사는 그래도 수정란 상태가 아주 좋다고 말했다. 4개의 배아면 최대치가 네쌍둥이. 물론 이식된 배아가 다 착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행여라도 4개가 다 착상되면 늙은 산모인 나에게는 과부하가 될 수 있으므로 3개만 이식하기로 했다.






이식 수술실에서 나이지긋한 여자의사는 나에게 종교가 있냐고 물었다. 비록 '나이롱' 신자지만 집안이 기독교인지라 얼떨결에 대답했더니 내 손을 잡고 짧은 기도를 해줬다. 세상에. 평소 같으면 딱 질색이었을 상황이었건만 내 평생 그때 만큼 절실하게 기도를 한 적이 있나 싶다. (근데 그와중에도 궁금하긴 했다.  환자가 불교나 이슬람교 신자였다면 그 교리에 맞춰 기도해주는 맞춤식 서비스일까? 아님 그저 의사가 기독교 신자일까?)






이식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인공수정과정과 별다르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결심한 터라 과감하게 2주(10년 넘는 직장생활 중 처음이었다)나 휴가를 내고 집에서 가급적 활동을 자제했다.






열흘 넘는 시간동안 몸은 빈둥빈둥했지만 머릿 속은 복잡했다. 난자가 적게 나와서 이번에 실패하면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혹시 수정란 3개가 다 착상되면 어떡하지? 세쌍둥이를 낳는다는 말인가? 그럼 회사는 그만 두어야겠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리고 12일 후 아침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오늘은 전화로 피검사 수치 확인하는 날. 다시 말해 임신여부 확인하는 날. 남편과 집에 와있는 엄마에게는 내색 안했지만 초조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전화기를 가지고 방에 들어와 문을 꽉 닫았다. 수치 결과에 눈물이라도 뚝뚝 떨어진다면 가족들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일전에 시험관 시술받은 환자인데요. 피검사 수치 확인때문에 전화했습니다""등록번호가 몇번이시죠?"






수치와 그 수치의 의미를 듣고 꿈만 같았다. 정말요? 진짜요? 재차 확인했다. 대학이나 취직시험에 통과했을 때도 이렇게 기뻤었나? 오래 돼서 기억이 안나는 구나. 물론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할 때까지 수치가 계속 늘어나야 하고 또 초음파로 아기 심장소리를 들을 때까지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임신 4주와 6주, 8주를 확인하면서 아기집과 아주 조그만 심장이 팔딱팔딱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찾아오려고 그동안 엄마의 애간장을 그렇게 녹인거냐? 손톱보다 작은 아기의 궁둥이를 꼬집어 주고 싶었다.



나는 이제 엄마가 된다.... 참,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처럼 난임으로 마음고생해본 사람들에게는  눈물 찔끔나는 말이다.








신생아 » 시험관에서 만들어져 지난 2월 세상에 나온 우리 아기






앞에도 말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난임 때문에 고생을 한다. 열쌍 중의 한쌍이 난임이라지만 주변에서 첫째 낳고 둘째 안생겨서 고민하는 집까지 보면 저출산 대책 어쩌고 하기 전에 난임 문제만 국가가 해결해줘도(보험 적용 등) 인구 확 늘지 싶다.






어떻게 보면 나는 그렇게 운이 나쁘지 않았다. 자연임신과 인공수정은 실패했지만 힘든 체외수정(시험관 아기)은 첫시도에서 성공했으니 말이다. 이처럼 사람마다 처해진 상황과 해법은 다르지만 그래도 난임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하지만 느긋하게' 라는 형용모순같은 조언을 해주고 싶다.






나도 남편도 아이를 낳고 예뻐서 어쩔 줄 모르며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병원 갈 걸 그랬어' 말하곤 했다. 물론 병원이 능사는 아니다. 만약 이십대 중반에 결혼해서 4,5년 애가 없다면 그래도 삼십대 초반이니 좀 더 자연임신을 노력해도 괜찮을 지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예비엄마라면 병원 문 두드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먹고 기다리면 저절로 생긴다고 위로해주기는 하지만 신체나이를 무시하고 기다리기만 하는 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에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의 국가 지원폭도 꽤 넓다.)






단 마음을 단단히 먹을 수 있을 때 병원 문을 두드리길. 아마 3년 전처럼 한번 실패에 세상 무너진 듯 호들갑 떠는 태도였다면 이번에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얼마 전 본 이 사이트의 안현영 교수 칼럼에서 까칠하고 예민한 산모일 수록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을 봤는데 난자채취 등의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면서도 몸이 심하게 부대끼지 않았던 건 마음을 느긋하게 먹어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주변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길. 괜히 나처럼 회식 자리 빠지면 팀 분위기 초토화된다는 과대망상가지면 그만큼 힘들어진다. 주변에 다 떠들고 다녔는데 결국 안되면 어떡하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사실 남들은 내 사생활에 별관심도 없다.  






난임으로 고민중인 세상의 모든  예비엄마 아빠들이여, 화이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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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기자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은 팔랑귀를 가지고 있는 주말섹션 팀장. 아이 키우는 데도 이말 저말에 혹해 ‘줏대 없는 극성엄마가 되지 않을까’,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이라는 ‘꽉 찬’ 나이에 아이를 낳아 나중에 학부모 회의라도 가서 할머니가 오셨냐는 소리라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엄마이다. 그래서 아이의 자존심 유지를 위해(!) 아이에게 들어갈 교육비를 땡겨(?) 미리미리 피부 관리를 받는 게 낫지 않을까 목하 고민 중.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여주고 입혀주기 위해 정작 우는 아이는 내버려 두고 인터넷질 하는 늙다리 초보엄마다.
이메일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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