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이름.
지키기 위해서 물지만 또 지키기 위해 막아야 하는 숙명.
아빠에겐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 요놈의 모기다.
어떻게 우리의 투쟁이 시작했을까?
원래부터 몸에 해로운 성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한 아내이다보니
그 흔한 킬러도 향도 피워보질 않았다.
방충망 안의 방, 방안의 모기장을 쳤는데도
모기는 웽웽 거리며 모기장에 붙어 피를 빤다.
지켜줄 사람이 생겨서인지 웽웽거리는 것이 생기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전자 모기채를 들고 한 시간이나 잡으니
이건 본능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
천천히 어릴적을 복기해보면 내 아버지가 그렇게 잡았을 것이고
아마 그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아빠의 역할일 듯하다.
아이를 임신하고부터는 웽웽소리가 마치 데시벨높은 자명종소리처럼 들렸으니
여름부터 가을까지 새벽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잠이 부족하다보니 일하기도 너무 힘들어 결국 생각해낸 것이 재래식 모기퇴치법.
인터넷을 한시간 뒤져서 이스트에 계피를 넣고 여차저차해서 만드는 재래식 모기향은
모기가 싫어하는 냄새를 만든다나.
만들어 놓고 편히 발을 뻗고 잔다고 했는데
결국 두고두고 아내의 비웃음만 샀다.
뭔가 효과가 있겠거니하고 이사할 때도 부적처럼 챙길 정도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는 어떨까. 모기소리에 세상에 이런 무조건반사가 따로 없다.
엥하고 사이렌소리가 울리면 불을 켜고 어리맡에 둔 전자모기채를 들고
천장을, 벽을, 침대를 샅샅히 탐색한다.
걸리면 다행이고 걸리지 않으면 불을 켠채 사이렌소리가 들리길 기다린다. 선잠을 자며.
아이가 모기에라도 물려서 우는 날에는.
어릴적 엄마따라 산에 나무하러갔다가 땅벌에 쏘였을때 아버지 심정과 같다.
산에 불을 놓듯 화염방사기라도 있으면 불사르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이다.
아내는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으로 자고 있어 가끔 미울 때가 있다.
전자모기채가 없는 날에는 맨손으로 불을 켜고 잡아야 했으니
책임감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노동이 없다.
이제 아이 낳은지 29개월. 아빠도 슬슬 요령이 생긴다.
엥소리가 들려도 일단 잔다.
잠을 자고 있다가 귓전에서 사이렌소리가 들리면 바로 철썩.
왠만하면 다 잡는다. 이놈들이 여름모기다.
하지만 가을모기는 다르다. 우선 요놈들의 동선을 잡기 힘들다.
눈에 보인다 하더라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리한 놈들에겐 편법을 써야 한다.
사이렌이 울리면 마을 잔치때 얻어온 킬러로 장롱위는 살짝 뿌려준다.
물론 아내가 깊은 잠에 빠졌을때다.
그리고 유해를 찾는다. 찾지않는 이상 포기란 없다.
이것이 바로 가을모기를 대하는 아빠의 심정이다.
<백일아이를 무는 모기. 아빠는 무조건반사도 이런 무조건반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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