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들이 끝나고 날도 좀 풀리기도 해서 일하는 곳이며 지인들 모임에 슬슬 뽀뇨를 데리고 나가는데

예상치 않은 반응에 놀란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처음 만났다고 돈 만원을 건네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은 벌써 이렇게 컸냐며 돈 만원씩을 건넨다.

엊그제와 어제 연이틀 동안 뽀뇨가 받은 돈이 무려 7만원.

 

뽀뇨가 100일도 되기 전부터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돈을 주니 참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나또한 어릴 적에 친척들에게서 돈을 많이 받아서 낯선 장면은 아님에도

친척도 아닌 분들에게서, 절친한 사이가 아닌 분들에게서,

심지어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게 되니

좋기도 하고 조금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처음에 돈을 받았을때 어떤 분들은

“제주에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돈을 주는 풍습이 있다. 그건 아이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으려고 주는 거다”라고

친절히 설명까지 곁들이는데 아이들에게 과자 사먹으라고 돈을 주는건

제주만의 풍습이 아니라 국내의 오랜 전통인 듯하다.

 

기억이 세세하게 나지는 않지만 어릴 적 나 또한

처음 보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받았을 것이다.

지금 내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돈을 받는 아이가 내가 키우고 있는 딸아이라는 것.

 결국 그 돈은 아이의 손에서 나의 지갑속으로 들어온다는 것이고

돈은 곧 부모인 나를 보고 주는 것이다.

 

이 낯선 돈을 처음에는 아이통장에 담아야지 생각을 하고 통장까지 만들었으나

생각지 않게 들어온 돈은 생각지 않게 나가게 되어서

어떤 날은 아빠의 고픈 배를 채우는 든든한 치킨이 되었다가

어떤 날은 아내의 기분전환용 쇼핑자금이 되었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혹은 아는 사람과 만나는데 뽀뇨가 동행을 하게 되면

돈 만원씩 생기게 되고 그것으로 가끔은 과자나 빵을 사주다 보니 대략 난감한 일이 발생한다.

아이의 경험이 무서운 것이 어떤 사람을 함께 만나게 되면 가만히 있다가 노골적으로

“아빠, 까까 사주세요”라고 조르기 시작하는 것.

옆에서 보고 있던 분들은 “그래, 맛있는 까까 사먹어요”하며 돈을 쥐어 준다.

두 번 정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빠는 얼마나 난감한지..

 

한번은 아내가 집에 있는데 집주인 할아버지가 찾아오셨단다.

아내가 할아버지께 집으로 온 편지를 건네주는데 뽀뇨가 본래 우리 것을 할아버지가 가져가는 줄 알고

 “가져가지 마세요”하며 떼를 쓰며 울더랜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이사올 때까지 본인 이삿짐도 안 뺀 구두쇠 할아버지가

선뜻 돈 만원을 건넸다고 하니 뽀뇨의 용돈벌이가 신기에 가까운 수준에 오르긴 했나보다.

 

뽀뇨의 신기한 수준과는 별개로 이쁜 딸을 데리고 다니는 아빠는

“왜 어른들은 아이에게 돈을 줄까”라는 머리아픈 생각을 접기로 했다.

결론은 생각지 않은 곳에서 나게 되었는데

나 또한 아는 사람의 아이에게 똑같이 돈을 건넸다는 것.

결국 ‘돈은 돌고 도는 것이다’라는 다소 뻔한 대답이 나오게 되었지만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긴 것은 ‘누가 그렇다면 아이에게 돈을 주기 시작했느냐는 것’.

 

아, 꼬리에 꼬리에 무는 질문이라니.

 

<유담이랑 신이난 뽀뇨>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신이난 뽀뇨를 보실수 있어요.

유담이랑 뽀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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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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