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에게 우스갯소리로 자랑을 했다.

 

“수미씨, 나 뽀뇨를 말로 울릴 수 있어요”,

“어떻게요?”,

“오늘 하루 종일 어지르고 다니길래 ‘혼 좀 나야돼요'를 몇 번 했더니

막 울먹 울먹하는거에요. 어찌나 귀엽던지”

 

기고만장해진 아빠에게 복수라도 하려는듯 뽀뇨에게 이상징후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아빠와 뽀뇨 둘이 있는 어느 낮시간,

열심히 청소에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조용,

어찌되었나 하고 집안을 살피는데 냉장고 옆 틈새에 숨은 뽀뇨가 미숫가루를 쏟아서

먼지 낀 방바닥에 어질러 놓고 있는 것이다.

 

뒤돌아서서 또 어질고 있는 모습에 갑자기 분노 게이지 상승,

반성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역시나 “뽀뇨 혼 좀 나야돼요”하면서 잠시 빈 욕조에..

이어서 터져나오는 울음.

요 근래 듣지 못했던 깊이 있는 울음이다.

그런데 울면서 엄마까지 찾는다.

순간 살짝 미안해져 안아주었다.

사고는 그날 저녁에 터졌다.

책상위 내 지갑을 보니 중요하다고 챙겨둔 영수증, 카드 등이

또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었다.

그날 큰누나와 통화하면서

‘뽀뇨가 이제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했으니 얼른 어린이집 보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이제 알아듣도록 타일러야 겠다는 생각에 뽀뇨를 불렀다.

 

“뽀뇨, 이리와 보세요”

하고 달아나려는 아이를 붙잡고선

“아빠 물건을 함부로 만지면 돼요, 안돼요? 아빠 눈 똑바로 쳐다보세요.”

눈을 안 마주치려는 아이를 억지로 돌려세우고 기싸움을 시작했으니

이제 혼내는 것도 딱부러지게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내도 옆에서 “뽀뇨 아빠한테 잘못했다고 하세요”라고 힘을 실어주니

다시 목에 힘을 주면서 “이러면 돼요? 안돼요. 잘못했으니 손 번쩍 들고 벌 서세요”

하고 대미를 장식할려는 순간,

뽀뇨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터져나왔다.

“왜요~”

나름 잘 짜여진 ‘돼요, 안돼요’ 로직에서 “안 돼요”를 기대하고 물었는데

갑자기 “왜요~”라니.

순간 멈칫,

 

마치 궁지에 몰린 생쥐에게 짧은 잽을 맞고 어의상실한 고양이가 된 기분이랄까.

 

갑자기 터져나온 “왜요”에 그 이유를 대답하려니

말문이 막힌 아빠,

눈에 힘이 풀리고 웃음이 터진 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이렇게 아빠의 “돼요 안돼요”를 1분도 안되어 “왜요”로 KO시킨 뽀뇨.

얼마전 벽에 내몰려 두 손 들고 반성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하루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

 

<멘붕상태로 올린 글에 얼친들이 깨알같이 댓글을 달아주었다>

 

페북댓글.jpg

 

<요즘 아빠를 놀리는 돌림노래 "넨넨내요~ 넨넨내요~"와 도깨비 흉내가 한창이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뽀뇨, 곶자왈에서 소똥밝은 영상을 보실수 있어요 ㅋㅋ

도깨비뽀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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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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