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보내기위해 온 가족이 동원되어 줄을 서고

추첨에 떨어지면 대학에 떨어진 듯 낙담을 하는 어느 부모의 인터뷰.

엊그제 뉴스이야기다.

 

유치원 보내는데 왜 그렇게 호들갑일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명문대학에 들어가려면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필요하니

떡잎일 때부터 신경 써야 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일 듯싶다.

 

태어난지 30개월이 지나고 있는 뽀뇨도 내년에는 어린이집을 보내야할 듯 한데

우리 부부는 한 없이 느긋한 편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옆집 아줌마는 뽀뇨 또래 막내를 두 살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데

잘만 다닌다고 연말 어린이집 원생모집에 지원해보라고 한다.

36개월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힘으로 돌보자고 아내와 약속을 했는데

땡깡과 장난이 점점 심해지는 뽀뇨, 힘들어 하는 아내.

아내는 한 엄마들 모임에서 '뽀뇨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될까'고민이라고 했는데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증거'라며 아이를 위해서도 엄마를 위해서도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조언 받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같은 또래 아이와 곧잘 놀고 관심도 보이는 뽀뇨를 보고 한 선배는

"부모가 집에서 아이에게 해주는 것보다 어린이집이 더 잘해준다.

집에서 아이랑 있으면 아이가 심심해 하지 않냐?"라며 되묻는다.

한편 "어린이집은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간만 떼우는 곳이다. 절대 보내지 마라"는

어린이집 담당 공무원이었던 처형 이야기까지 들으니 갈피를 못잡겠다.

 

'내가 과연 제대로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반성도 해보지만

막상 어린이집에 보내려니 걸리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또래 친구들은 기저귀를 차지 않는데 혼자 기저귀를 차면 선생님이 혼내지 않을까,

기저귀가 아니라 지정장소에서 용변을 보는 것을 가르치려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혹시 아빠랑 웃으며 놀다가 때리는 것처럼 친구를 쥐어박지나 않을까,

밥 먹는데 흘리고 먹어서 눈치주지 않을까,

학예회 준비한다고 몇 일동안 고생시키지 않을까등등.

어린이집 보육료까지 지원해주는데 보내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 본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 불필요한 것은 안하는 것이 맞다'는 아내.

결국 뽀뇨의 기저귀와 아내의 36개월 고집이 만나 내년까지 우리 부부는 뽀뇨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하기로 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요즘 세태로 보자면 무언가 부족하고 초라해보이는 이름.

 '부모 만한 어린이집은 없다'를 지키기로 한 것이다.

 

<수능시험을 마친 고3 사촌오빠와 가파도 올레길을 걸었습니다. 많이 컸죠? ^^>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부르르르~"하며 큰 웃음을 주고 있는 뽀뇨를 만나실수 있어요.  

가파도 뽀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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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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