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내려오며 가족과 친구를 버리고 왔다.
비행기 타면 한시간 거리에 있으면서 무슨 말이냐,
서울살때 보다 여행지 제주에 있으니 더 자주 본다라고 하겠지만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이유때문인지 심리적 거리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들내미 하나밖에 없는 우리 엄마,
왜 하필 물 건너 섬으로 가냐며 안타까워했다.
“엄마,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할래?”,
“비행기 타면 한 시간 거리인데 뭐가 걱정이고”,
“비 많이 오고 바람 불면 못 온다 아이가”.
<가족을 두고 왜 제주로 왔을까? 이모와 숙모사이에서 찰칵>
*뽀뇨가 얼마나 많이 컸는지 한번 볼까요? 아래 사진을 클릭! 첫 딸랑이질을 볼 수 있어요.
아내가 뽀뇨를 낳을 때는 장모님이 다리를 다쳐
결국 우리 둘이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해야 했다.
젖을 어떻게 물리는지 몰라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밤을 새며
곯아 떨어지는가 하면
산부인과 원장님은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는 젊은 부부가 이상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어떤 무엇을 채우기 위해 제주로 왔지만
멀리 떨어진 가족들이 왜 그립지 않겠나?
결국 이러한 이유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내와 딸에게 조금 더 집중하게 되고
지금 이 글까지 쓰고 있다.
설추석때는 제주-창원-전주-제주 1000키로를 배와 자동차로 이동하며
친가와 처가에서 보낼 수 있는 최장시간은 각각 이틀정도.
이동시간 때문에 아버지 제사를 제외하고는 누나들 얼굴 제대로 본적 없고
처가에선 고스톱한판 제대로 쳐본 일이 없다.
"누굴 원망하겠어, 너희들이 선택할 것을."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떤 결정도 내린 적이 없는 뽀뇨는
억울할 수밖에.
친가와 처가 통틀어 첫 번째 손녀인 뽀뇨에겐
한 명의 할아버지와 두명의 할머니, 세명의 고모와 한명의 이모, 삼촌, 숙모, 네명의 사촌이 있다.
평소 휴대폰 음성, 영상통화에서나 접하던 외가 식구들을
이번 여름휴가때 보게 되었는데 어찌나 좋아하며 잘 따르는지.
평소 아빠와 엄마라는 역할과 관계 속에만 익숙해 있다가
다양한 관계들을 접하고 또 경험하면서 뽀뇨가 훌쩍 커버린듯 싶다.
<외할머니, 이모와 함께 해수욕장을 찾았다. 아빠와 단둘이 가던 해수욕장과 천지차이가 아닐까>
*추억의 장면중엔 이런 것도 있답니다..ㅋ 아래 사진 클릭
‘타요’도 보여주고 맛있는 것도 잘 사줘서 뽀뇨가 잘 따르는 이모,
울거나 떼를 쓰더라도 차근차근 자세하게 설명해주며 이해를 이끌어내는 숙모,
관심 끌려고 ‘부엉이’소리 내었다고 눈 흘김만 당하고 계속 거리를 유지하게된 삼촌,
이모에게 쏠린 뽀뇨의 관심에 질투가 나시는지 뽀뇨가 순하게만 있으면 좋겠다는 외할머니까지..
지척에 함께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욕심을 부리면 한정이 없다.
그 동안 비행기값 아낀다고, 뽀뇨가 피곤할까봐 등등의 이유를 대며 가족과의 만남을 줄였는데
뽀뇨와 가족 모두를 위해서라도 엄마아빠가 움직여야겠다.
그럴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지?
돈 벌려면 남들 쉬는 휴가나 연휴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아차, 그러면 언제 가족들 보러가지?
아, 돌고도는 인생이여.
우리, 블로그 밖에서도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