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가고픈 곳을 골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라 해봐야 차로 채 1시간도 안되는 거리.

남들처럼 차가 막히기를 하나, 1박할 필요도 없는 당일치기다.

 

어제는 잘꾸며진 뒤뜰과 같은 공원을 다녀왔는데

시원한 동굴이 무려 2개씩이나 있어 대만족이었다.

오늘은 어디를 갈까 아내의 초이스를 기다리는데 ‘미로공원’으로 결정.

 

날은 더운데 에너지를 주체할 길이 없는 뽀뇨,

엄마아빠를 종일 치대는데 오늘은 미로숲에서 맘껏 뛰놀게 하기로 했다.

아점은 엄마가 햄버거 먹고 싶다고 만든 또르띠아피자로 간단히 해결하고

차로 사십분을 달려 김녕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시원하게 끙을 한 뽀뇨,

기저귀를 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미로입구에 섰다.

붉은 송이(화산암이 깨져서 만들어진 작은 돌)가 깔린 미로에서 길찾기가 시작되었는데

대체로 30분안에 길을 찾을 확률이 50%, 1시간안에 찾을 확률이 5%.

 

“우리가 그 5%는 아니겠지”하며 길을 걷는다.

 

<인생은 미로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뽀뇨의 길찾기 영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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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뇨가 이끄는 대로, 엄마가 이끄는 대로, 그리고 아빠가 이끄는대로..

굳이 길을 찾겠다는 생각없이 길을 헤맨다.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어.. 아까 온 길 같은데”라는 말들이 도돌이표처럼 돌고 있지만

마냥 즐겁게 엄마는 숨고, 뽀뇨는 찾고 하며 얼굴이 빨갛게 익어간다.

10분쯤 그렇게 뛰었을까?

앞서 가던 아내가

 

“어. 우리 벌써 다왔나봐. 계단이네”.

 

뭐가 이리도 쉬운 인생길이 있나 싶어 로또맞은 기분으로

올라보니 역시나, 종을 치는 곳이 먼 발치에 있고 올려선 곳은 가짜계단이었다.

 

이 순간,

종을 치고는 자랑스럽게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러운지.

'헐'하고 웃으며 계단을 내려서는데 바로 옆 길 통로로 5살 정도는 되어보이는 꼬마아이가

길이 아닌 나무 아래틈을 비집고 억지로 들어오려 안간힘이다.

 

‘정말 길을 찾고 싶었나보네. 근데 여기가 아닌데 어쩌냐’

 

아이를 돌려보내고 다시 길을 나선다.

5분쯤 더 걸었을까.

길을 찾으려 뛰어 다니고 가족들을 부르며 떠들썩한 사람들 사이로

진짜 계단이 나왔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도 딴 듯 차례차례 계단을 자랑스레 오르고는

종을 친다.

 

땡! 땡! 땡! 

 

<종이 울립니다. 잘 했어요 ^^>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땡땡땡 뽀뇨 영상을 보실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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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겠다는 생각보단 시간이 멈춘듯한 공간에서

아내와, 뽀뇨와 계속 머무르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던 길찾기.

 

우리 누구도 인생이란 미로를 선택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길에 던져졌을 뿐.

그리고 그 길을 갈 뿐이다.

 

누군가는 5분만에 길을 찾을 것이고 누군가는 5%가 되어 1시간만에 길을 찾을 것이다.

공평한 것은 인생길을 헤매더라도 누구나 종을 치기 마련.

 

땡! 땡! 땡!

 

그 길을 얼마나 즐기고 대화하며 걸어갈 것인가가 가족의 행복, 인생의 성공기준이 아닐까?

다녀오니 저질체력에 잠이 쏟아진다.

남편 생각에 땀흘릴 기회를 준 아내는 또 얼마나 고마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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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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