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이 심한 뽀뇨.’
요즘 아내가 걱정이 생겼다.
지나가며 언니 오빠들이 보이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관심을 표시하다가도
언니오빠가 다가와서 이야기를 하거나 과자를 주면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눈을 내리깔고 입술이 튀어나온다.
심지어는 뒤돌아선다(뽀뇨, 남친이 생기다편 참조).
<친구 유담이를 보자마자 바로 돌아서는 뽀뇨. 아빠는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론 당황했다>
‘천상 엄마를 빼닮았다’라고 아내는 생각하는데
사실 나또한 낯가림이 너무 심해 어릴 때 찍은 사진 하나 없고
남녀공학인 중학교 다닐 때는 여학생 앞에선 고개만 숙이고 다녔다.
심지어 대학교 입학해서도 처음 몇 개월까지는 여자동기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못했으니..
몹쓸 낯가림이라는 말이 정확하겠다.
이러한 낯가림도 사회생활하며 얼굴이 점점 두꺼워져 사라지긴 했는데
요즘 뽀뇨가 하는 행동을 보면 옛날 내 모습이 절로 생각난다.
엄마, 아빠의 치명적 낯가림을 뽀뇨가 어릴 때부터 대물림하지는 않았다.
마을을 가거나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 가더라도 잘 놀고 잘 얻어먹었는데
어느 시기인가부터 낯선 사람에 대해 조금은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방송국에서 급하게 전화가 걸려와 출연제의를 받게 되었다.
아내는 사생활도 있고 낯가림도 있어 뽀뇨와 출연하겠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요즘 심해지는 뽀뇨의 낯가림을 고려치 않았다.
어제 마을에서 본 이모도 오늘 보면 조금은 거리를 두는데
촬영 온다는 아저씨들을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촬영을 한시간 앞두고 리어카 운전면허 2종 연습을 하는 뽀뇨 ㅋㅋ>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뽀뇨의 운전연습을 보실수 있어요.
촬영당일, 아빠는 마늘을 박스에 담는 작업을 하는데 주문량이 좀 많다보니 땀이 팥죽같이 나온다.
촬영한다고 렌즈까지 착용했는데 촬영팀 오기도 전에 스타일 망치는구나 하고 있는데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창고에 도착했다.
마늘 작업하랴 인터뷰하랴 정신이 없는데 신기하게도 뽀뇨는
촬영하는 내내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떼쓰거나 삐죽거리기는 커녕
장갑까지 끼고 마늘을 박스에 담는 것이 아닌가.
아빠의 도움도, 함께 일하는 이모의 도움도 없이 환한 웃음을 화면에 내비췄으니 신기할 노릇이다.
촬영을 끝마친 이모도 신기하신가 보다.
“뽀뇨가 평소에는 낯을 가리는데 오늘은 장갑까지 끼고 웬 일인지 몰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큰 웃음 줄려고 그랬을까?
생방송을 보고 창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뽀뇨가 장갑끼고 마늘 담는다고 난리데. 얼마나 웃었는지”
촬영은 아무 탈없이 자연스럽게 끝이 나고 아내와 나는 유투브 동영상을 다시 보며
뽀뇨의 낯가림이 왜 방송용 카메라앞에서는 거짓말처럼 없어지는지 생각해보았다.
예능해야될 팔자인가?
우리 뽀뇨?
<아빠와 촬영 끝마치고서.. 뽀뇨. 니가 고생이 많다 ^^>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뽀뇨와 함께 출연한 영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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