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주말마다 나들이다.
아내가 밥상을 차려두고 아침부터 나가기 시작한 토요일은 특히.
교육을 핑계로 어딜 혼자 놀러다니나 싶어 나또한 뽀뇨를 데리고 나선 것이 오늘의 이 참사를 낳고 말았다.
지난 주말 제주에서 제법 큰 수족관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얼마나 큰 곳인지는 몰라도 공중파 3사에서 토요일 하루 공짜라는 방송을 하였으니
아마 눈 있고 귀있는 제주 사람들은 모두 보지 않았을까?
마침 잘됐다싶어 토요일 아침 8시 30분에 아내를 버스터미널인근에 내려주고(아내의 교육은 여행이 거의 반이다)
뽀뇨와 함께 차를 타고 나섰다. 목적지까지는 한시간 정도면 충분하겠다싶어 햄버거가게에서 드라이브인으로 주문하고 여유를 부리는데
동부산업도로 입구부터 뭔가 심상치않다.
<세개 차로가 막혀 출발부터가 심상치 않은 동부산업도로>
평소같으면 쌩쌩달렸을 대로가 초입부터 막히고 공사중인 도로까지 1시간을 넘게 막히는데 아차싶다.
아직 반밖에 못왔는데 뭐가 이리 막히나 싶어 샛길로 다시 달리길 30분,
목적지 몇 백미터를 앞두고는 대로가 주차장이 되었다.
어쩔수 없이 차를 대로변에 세우고 뽀뇨를 억지로 유모차에 태운채로 달리기 시작한 시각이 대략 10시 30분.
빨리 가서 입장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는데 오! 마이갓!
건물입구에서 늘어선 줄에, 주차하고 걸어오며 밀려서는 사람들까지.. 족히 500미터는 되어보인다.
우선 맞은편 대로로 유모차를 최대한으로 밀고 달려가 넓게 선 줄사이를 가로질러 새치기 ㅠㅠ
(정말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줄이 대여섯줄은 되다보니 사람들이 별 신경을 쓰질 않았다)
<뒷사람의 뜨거운 시선을 뒤로한채 새치기를 했건만.. 고개를 들어보니 ㅠㅠ>
이렇게 줄서서 버티기를 또 1시간. '희망고문'이랄까. 언덕빼기 20미터 정도 올라가는데 이 정도 걸렸다.
옆에선 사람들끼리 얘기한다고 난리다.
"난 고산(목적지인 섭지코지에서 정반대에 위치)에서 여기 온다고 아침 6시에 출발했수다",
"('아빠, 그냥 돌아가자'에 대한 대답으로) 뒤를 봐봐. 앞에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뒤에 서있어".
1시간이 넘어가길래 이거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지금까지 버텨온 시간이 아깝다.
"제주 사람 여기다 왔나봐. 이 중에 비왔으면 안올 사람이 반, 입장료 50%만 받았어도 안올 사람이 반..",
"여기 입장료 3만 5천원이래. 내 돈내고는 못올커라"
마음속에선 '고생하며 버텨왔는데 꼭 보고가야지, 입장료만 3만 5천원인데'하는 생각이 들었고
현실에선 뽀뇨가 "아빠, 더워. 아빠, 더워"하며 난리다.
남들처럼 우산을 쓴 것도 아니고 하필 아침에 나시까지 입고 나온 최악의 상황.
그나마 다행인건 아내의 챙이 넓은 모자를 챙겼다는 것. 이걸로 뽀뇨의 얼굴을 가리며 한창을 서있다.
<아침에 챙겨온 모자와 생수한병으로 버티고 있다. 뽀뇨는 물병을 꼭 쥐고 있다>
지금까지 기다려온 본전생각에 서있는 건가 아니면 입장료무료 때문에 서있는건가 판단이 흐려질 정도로 햇빛이 내려쬐는 상황.
줄은 입구 150미터 앞에서 몇십분째 꼼작도 않고 있다. 하필 바로 앞이 분수대앞이라 아이들 노는 소리가 요란하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갈수 있나, 아니나 다를까 뽀뇨가 아빠를 잡아 끈다.
2시간 넘게 기다려왔는데 누구 자리를 지켜줄 사람도 없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데 물에서 노는 뽀뇨는 나올려고 하지 않는다.
'이 작은 분수에서 놀려고 이렇게 멀리 왔구나. 그것도 동양최대의 수족관앞에서..'
하지만 뭐 어떤가.
뽀뇨가 즐거우면 아빠도 즐거운 것을.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바로 앞의 바다를 바라보니 동양최대의 수족관보다 더 넓은 성산앞바다가 우리를 돌아보고 있다.
온 사방이 아쿠아인데 무슨 아쿠아 구경이람.
하며 유유히 되돌아왔다.
<온 사방이 아쿠아인데 무슨 아쿠아 구경이람. 그지? 도도뽀뇨>
*결국 뽀뇨와 이러고 놀았다는.. 아래 사진 클릭 ^^
집에 여차여차하여 되돌아와보니 오후 5시가 넘어간다.
하필 나시를 입고 가서 두 어깨죽지가 벌겋게 익었다.
뭐 어떠랴..
<그대와 함께라면 '욕조도 아쿠아다'>
*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뽀뇨아빠와 뽀뇨가 출연한 따끈따끈한 kbs 프로그램을 보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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