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의 지갑은 돈으로 채워 두둑하다. 기혼의 지갑은 가족사진으로 채워 두둑하다.”
가끔 미혼과 기혼의 차이에 대한 유머가 인터넷에 떠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 아이가 생겨 가족을 이루다보니
엄마/아빠 정체성이 더 강해져 생기게 되는 일들이다.
미혼일 때와 기혼일 때의 차이가 많은 부분에서 드러나겠지만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잠자리에 대한 부분이다.
이미 결혼을 한지 8년차가 되는지 한 이불 덮을 때의 어색함(?)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니 아내와 둘이 한 이불을 덮어본 지도 까마득한 옛 이야기가 되었다.
매일 혼자 잠을 자다가 둘이 잠을 잘 때에 불편함은 없었던 것 같다.
첫째가 태어나면서 아내는 모유수유를 하고 우는 아이를 돌보느라
밤에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나의 불편함이라면 자다가 잠시 깨는 것과 팔이 저리는 것밖에 없었다.
아내와 아이가 따뜻한 방바닥에서 자고 나 혼자 침대 위에서 자다보니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아이를 다치게 하지 않기위해)
팔 한쪽을 뻗어 기역자 형태로 잠을 자야 했다.
그렇게 몇 년을 자다보니 이제 혼자서 잠을 청할 때도
어깨죽지에 목을 올려놓아야 잠이 올 정도가 되었다.
이제 첫째가 커서 침대위로 올라오게 되었는데 언젠가부터
아빠가 아니라 엄마하고만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열심히 책을 읽어주고 놀아줘도 꼭 잠은 엄마와만 잔다고 하니 정말 밉상이다.
결국 내가 둘째를 보는 사이 아내가 첫째를 재운다.
얼마 전까지 돌 전인 둘째가 자다 깬다는 이유로 아내와 각방을 썼다.
‘가족끼리 이러면 안된다’ 싶어서 방을 합치게 되었는데
문제는 잠 들 때 아빠는 인기가 없다는 사실.
육아책까지 썼는데.. 아빠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엄마 옆에 아이둘이 있다보니 안방에 반을 차지한 퀸 사이즈 침대가 거슬린다.
버릴까 말까 하다가 결국 아이디어를 낸 것이 침대 메트리스를 침대옆으로 내리는 것이었다.
침대높이와 메트리스 높이가 같아서 생각해낸 거였는데 깔고보니 마음에 든다.
그렇게 해서 안방 잠자리 배치도는 나, 첫째, 아내, 둘째가 되었다.
첫째와 나는 사실상 한 침대를 쓰게 된 건데 6살 아이와 한 침대를 쓰는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몸부림이 심해 자다가 늘 수평이 되어 나를 밀어낸다.
매트리스 높이가 40cm가 될까 싶은데 여기서 아이가 떨어질까봐 자다 실눈을 뜨기 여러 번.
가끔은 자다가 꿈을 꾸면서 발로 차는데 혹시나 중요 부위를 차일까봐
조심스럽게 “해솔아, 아빠 옆에 있어”라고 이야기를 한다.
매일 매일 밤잠을 설치며 둘째를 돌봐야 하는 아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빠의 잠자리는 늘 부족하거나 불편하거나 불안하다.
어쩌다 아이가 심하게 울어 책상방 혹은 쇼파에서 잘 때가 있는데
뭉뚱한 양인형을 베고 자서 그 다음날 목이 아프거나 쇼파에서 떨어질까봐 내내 선잠을 자야 했다.
요즘 첫째에게 “내 딸 보아라”라고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아빠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잠자리에서 조차 얼마나 불편함을 겪고 사는지 말이다.
아이들이 컸을때 이 글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글을 쓰는데 거실에서 아내가 첫째에게 한마디 한다.
“해솔아, 동생한테 소리 지르면 못써. 엄마처럼 해봐. 개구리 뒷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