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함께 있고 친구처럼 지내는 아빠와 딸 사이어서 그런지

아빠임을 자각하는 일이 많지가 않다.

어릴 적부터 머릿속에 그려지는 아빠의 모습,

대중매체에서 부각시키는 아빠의 모습과 일상이

가정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지만 가끔 그런 아빠 모습이 그립기까지 할 때가 있다.

 

4살 뽀뇨와 함께 살아오며 내가 정말 아빠이구나하며 느끼는 되는 계기를 한번 꼽아보겠다.

첫 번째, 뽀뇨가 엄마몸에서 나와 아빠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쳤을 때였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뽀뇨”라고 불렀는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떴다.

정말 너무나 감격스러운 순간이어서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날마다 뱃속에 있을때 노래불러주고 이야기해준 보람이 있었구나.

 

두 번째를 꼽으라면 아마 모든 아빠들이 이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아빠”하고 처음 부르기 시작했을 때.

 “엄마”인지 “맘마”인지를 모르는 중간형태의 발음을 처음 말했을때

그때부터 ‘아~빠~’하며 말을 가르쳤다. 

아이가 처음 뒤집을때와 ‘아빠’라고 부를때 그 때의 감격또한 몸을 부르르 떨 정도일듯하다.

 

세 번째는 엄마들이 모르는 아빠들의 이야기다.

지난번 글에서도 썼지만 아빠들에게 목욕은 남다르다.

아빠와 아이를 더욱 친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우리는 한 팀이라는 소속감을 갖게 만든다.

“안 뜨겁다. 들어와라”라는 말에 속아서 탕에 들어가서는 금방 나오지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버지의 등은 또 얼마나 컸는지.

아마 대한민국 아빠들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 중에 반은 목욕탕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아이와 단둘이 집에서 목욕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는 개방적인 장소에서 둘이 목욕하는 느낌은

내가 드디어 아빠가 되었구나하나 스스로 자각하게 만든다.

 

네 번째는 대한민국 아빠들이 매일 느끼는 경험이나 나같은 육아아빠들은 흔한 일이 아니다.

바로 출근길에 “아빠, 다녀오세요”와 퇴근길에 “아빠, 집에 빨리 오세요”라는 말이다.

가끔 아내가 뽀뇨에게 “다녀오세요”를 시키게 되는데 몇 시간만에 얼굴이라도 까먹을까봐

1초이상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집을 나온다.

‘나의 엄마, 아버지도 나를 이렇게 생각했겠지’라고 떠올리면 늘 홀로계신 어머니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번 주에는 엄마가 제주에 오셨는데 뽀뇨에게 “아빠, 집에 빨리 오세요”를 가르쳐 주었나보다.

갑자기 엄마가 전화와서 받았더니 기어들어가는 뽀뇨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집에 빨리 오세요”.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운전 중에 전화를 끊고는 한참을 웃었다.

다른 아빠는 매일 받게 되는 전화여서 어여쁜 족쇄라고 하는데 처음 받은 전화가 어찌나 기분을 좋게 만드는지.

 

잠자는 아이의 숨소리며 목말을 타고 오르는 아이의 몸부림이며..

아빠를 가슴 뛰게 하고 살아있게 한다.

남편으로, 직장의 상사이자 동료 혹은 말단 직원으로, 예비군이자 민방위 아저씨로, 학부형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또 다른 이름이 붙겠지만 '아빠'만큼 아빠를 가슴뛰게 만드는 이름이 있을까? 

아빠가 아빠임을 자각하게 될 때 우리 사회 또한 가슴 뛰고 살아있지 않을까?

 

부디 아빠가 살아있도록 회사가, 사회가, 국가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보장해 주었으면 한다.

 

<바다가 돌아왔네요 ^^ 5월은 아름다운 달입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목마타는 뽀뇨를 만나실수 있어요.

바다가 돌아왔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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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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