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동안 사용하던 사투리와 흔히 듣던 언어환경에서 멀어진지 다른 20년이 얼추 다 되어간다.
그 동안 어떤 것이 변했나 생각해보니 다소 어눌해진 말투에,
서울말 적응할 때는 행동까지 어눌해졌으니 내가 철이 늦게 든 것이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언어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다보니 제대로 말 한번 못하고
여자동기 얼굴한번 못 쳐다보던 때가 바로 내 스무살 시절,
그때는 어눌하나마 사투리를 조금은 구사하였다.
서울이란 세련된 곳에서 된장냄새 풀풀 풍기는 듯한 내 언어를 이야기하려니 한없이 부끄러웠는데,
십년이 지나고도 서울말 제대로 못쓰고 그렇다고
시원하게 내 사투리를 내가 늘어놓지도 못하는 갑갑함이 지금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다.
이제 전주가 고향인 아내를 만나(아내도 전북 사투리를 전혀 쓰지 않는다) 제주에서 살다보니
사투리 쓸 일은 거의 없고 그나마 냄새라도 날라치면 하대하듯이 이야기를 해야 하나
우리 집은 상호 존대를 하는 것이 이제 굳어져버려 내 혓바닥은 경남 사투리를 점차 잊혀져가고 있는지 모른다.
아빠라는 존재가 참 재미있다.
무엇을 아이에게 남기려고 하는 것인지 자꾸 건네주고 싶은 어떤 것들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거세된 나의 언어를 생각해보니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 아이에게는 내 존재를 심어주고 싶다.
나이든 늙은이가 되면 그런 마음이 생긴다고 하는데 나는 벌써 그런 생각부터 드니 나조차 신기할 따름이다.
어찌되었건 아이 앞에서 무미건조하고 박제된 언어를 쓰고 있으니
조금 더 살아있는 언어를 경험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 첫 번째,
고향인 제주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제주어를 쓰겠지만
아빠의 모국어(?)인 경남어도 한번 맛 뵈고 싶은 것이 두 번째 이유가 되었다.
사투리교육이라..
다른 지역에서 이러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주에서는 제주어교육에 대해 언론에서, 공공기관에서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사투리가 값싼 언어라는 생각이 도대체 어디서 생긴 것인지,
어떻게 내 머릿 속에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값싼 언어가 살아있는 언어이고 서울을 제외한 전국 모든 곳이 자기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사투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뽀뇨 따라해봐. 뭐하노? 밥 문나? 어데 가노?”를 하고 있으니
아내가 웃긴다고 난리다.
아내는 뽀뇨가 거의 비슷하게 따라한다고 하는데
내 생각엔 아직 트레이닝이 더 필요할 듯하다.
뽀뇨의 덜 익은 경남 사투리를 듣고 있자니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이미 자리를 잡았고
아빠가 집에서 사투리를 쓰지 않으니 언어 교육은 맛배기로 그칠듯하다.
경상도 남자인 남편과 전라도 여자인 아내가 쓰는 언어가 달라 생기는 긴장감 때문인지,
오랜 서울생활에서 배운 말씨 때문인지는 알수 없지만
엄마 사투리도, 그렇다고 아빠 사투리도 쓰지 않고 국적 없는 말씨를 쓰고 있는 뽀뇨를 생각하니
왠지 미안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오늘은 “뭐하노? 밥 문나? 어데 가노”를 반복하며 하루 종일 웃고 있다.
언젠가는 이 세 문장의 억양을 그대로 구사할 날이 올 것이라 보고,
웃으며 또 하루가 지나간다.
<요즘 언어구사능력이 부쩍 늘고 있는 뽀뇨. 사투리 구사능력도 키워주마 ^^>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요리놀이를 하고 있는 뽀뇨를 만날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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