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한살에 낳은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여덟살, 열살, 열 다섯살 세 아이 모두 학생이 된 것이다.
15년 육아 인생에 퍽이나 의미있는 날 이라고 할 만 하다.
첫째도 아니고 셋째, 그것도 여자아이다보니 입학식에 가는 마음이 몹시 느긋했다.
오빠와 언니를 겪었다는 여유와 병설유치원을 2년간 다니며 늘 기대 이상으로
잘 해 준 막내를 알기에 마음이 편했다.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남자아이 열 다섯에 여자 아이 열 한명, 모두 스물여섯명의 1학년 아이들이 모인 공간은
난리법석이다. 자기 이름이 적혀있는 책상을 찾아 앉는 것 부터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안 앉겠다고 고집 부리는 아이, 엄마보고 옆에 꼭 있으라고 당부하는 아이, 앉자마자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 아이, 뒤쪽에 서 있는 부모만 보고 있는 아이 등
처음 모인 1학년 교실은 아이들의 흥분과 불안, 부모들의 기대와 염려가 터질듯이
부풀어 있는 풍선처럼 꽉 차 있다.
둘째와 셋째를 입학시키는 엄마들은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지만 입학하는 아이가
첫 아이가 분명한 엄마들은 표정에서부터 티가 난다.
특히 첫 아들을 입학시키는 엄마들의 안절부절한 표정은 오래전의 내 모습과 닮아서
마음이 짠 했다.
아이들이 속속 도착하는 대로 자리에 앉고 교사가 아이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뒤쪽에 앉은 한 남자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 아이 엄마는 당황과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우는 아이를 안고 일어섰다.
근처에 서 있던 몇 몇 엄마들은 뜨악한 표정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경력 많은 엄마들 셋은 입을 맞춘 듯이 이렇게 외쳤다.
"정상!!"
"그럼, 그럼.. 이래야 1학년 교실이지. 누구 하나 울어주는 건 당연하고, 정신없고
어수선한거야 당연 정상이지"
우린 그런 얘기를 하면서 웃었다.
첫 아이 입학시킬 때에는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의 돌발행동에도 깜짝 깜짝 놀랐다.
애를 어떻게 키워서 저렇게 행동하나.. 놀랍기도 하고, 저 아이 때문에 1년이 힘들지
않을까... 의혹에 찬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안다.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낮선 상황과 장면에서는 누구든 저런 반응을
보일 수 있고, 자연스럽게 봐 주면 아무렇지 않다는 것도..
다목적실에서 진행된 입학식에서 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는 무엇보다 자연이 참 좋습니다. 여름에는 개구리도 만날 수 있고, 가끔은 뱀도
마주칠 수 있는 곳이지만 결코 위험하지 않습니다. 겨울에 학교 뒤의 사택에 놀러오면
교장선생님이 고구마도 구워줄께요."하며 웃으셨다.
그 맛있는 고구마를 병설유치원 다니는 동안 막내는 이미 대접받은 경험이 있다.
언제나 열려있는 교장실, 친구처럼 편안하게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는 아이들,
친절하고 열정적인 선생님들.. 그리고 동생들을 잘 챙겨주는 선배 언니, 오빠들..
두 반씩 밖에 없는 작은 학교지만 그래더 서로 가족같이 가깝게 챙겨주는 학교 생활이다.
참 좋다.
막내의 담임 선생님은 올 해 이 학교에 처음 오신 분이었지만 10년 이상의 교직 경력이 있는
베테랑이셨다.
직접 동요를 작곡 하시고 아이들과 함께 동요를 만들어 가는 일을 좋아하시는 멋진 분이다.
동요와 동시를 많이 접하고 부르고 읽는 활동을 소중히 여기시는 분을 만났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키워 나가는 교육을 하겠다는 말씀도 감사했다.
막내의 새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설레고, 기대에 찬 내 1학년 학부모의 날들도 시작되었다.
학교와 선생님을 믿고,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에 대한 철학들을 존중하며 막내가 열심히
새 생활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만큼 좋은 학부모가 되는 일에 몸과 마음을 모아 보자고
다짐한다.
막내야, 입학 축하해.
재밌고 신나는 날들이 펼쳐질꺼야..
같이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