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jpg

 

6월 4일 선거날... 온 가족이 투표장으로 출동했다.

나는 새로 머리를 감고 화려한 티셔츠에 치마를 입고 남편도 새 셔츠에 머리카락까지

살짝 힘을 주었다.

열두 살 아들은 멋진 베레모를 찾아 쓰고 여덟살 큰 딸은 시원한 여름모자를 골랐다.

막내 이룸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주 드레스를 입고 따라 나섰다.

근사한 곳에 나들이 가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

투표장에 가는 우리의 모습이 딱 그랬다.

 

투표하는 날은 늘 이런 행차를 해 왔다.

아이들 셋과 함께 온 가족이 투표장을 찾아 투표 과정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고

줄을 서서 투표하는 과정을 함께 한다.

어릴땐 기표소에 안고 들어가 투표를 한 적도 있지만  이제 아이들은 투표하는

부모 모습을 지켜보며 기다려 준다.

투표를 마치면 기념 인증샷을 찍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아이들은 '정치'와 상관없는 존재인것처럼 여겨왔다.

아니 그렇게 여겨지도록 애를 써 왔다. 그래서 광우병 파동때나

국가적으로 큰 사안이 있을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거리에 나오는

청소년들은 못된 어른들의 선동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이용당하는

세력쯤으로 치부했다.

정치적인 발언이 아이들 입에서 나오면 '학생들은 공부나 해야지,

정치는 어른들에게 맡기고..' 하며 나무라곤 했다.

도대체 그 어른들이 말하는 '정치'란 과연 무엇일까.

 

사전적인 의미에서 '정치'란 '국가를 다스리는 일,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연관되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어릴때부터 '정치'에 대한 바른 학습을 해야 한다. 제대로 배우며 커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모든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책임감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정치교육과 시민의식이 앞서있는 유럽에서는 초등학생들도

집회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자신들에게 관련있는

법안엔 직접 목소리를 내고 필요하면 단체행동에도 나서며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한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이전 나이에 이미 노동법을 배우고 노동현장에

나간다. 교육, 복지, 문화, 생활 전반의 모든 정책에 활발한 의견을 낼 줄 알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시각을 어릴때부터  배우며 자란다.

수없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면서도 균형을 찾고, 상대방의 다른 생각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며 자신의 의견을 갖도록 키워지는 아이들과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도록 키워지는 우리 아이들 중

과연 어떤 아이들이 더 책임감 있고 바른 성인이 될 것인가.

 

정치는 일상이고, 정치는 바로 우리의 삶이다.

어렵지 않게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정치'를 접해야 한다.

자기 수준에 맞는 언어로 세상의 모습을 이해하고, 건강하고

바른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본들을 배워야 한다.

그 첫걸음은 아이와 함께 투표장에 가는 것이다.

투표가 왜 중요한지, 선거란 무엇인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뽑을 수 있는지, 이런 모든 절차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부모와 함께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고, 공약을 지켜왔는지 확인해보고

우리 마을과 우리 동네에 꼭 필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어떤 후보가 그 일을 제대로 해 줄 수 있을지 함께

찾아보는 일도 아이들의 정치적 감각을 키워 줄 것이다.

큰 아이와는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을 열심히 찾아 보았다.

아이는 큰 관심을 보였다. 당연하다. 자신의 학창시절을 좌우하는

정책들이니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선거기간이 되면 아이들과 선거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문자로, 벽보로, 유세를 통해 내세우는 공약들과

그들에 대한 평가에 귀 기울여 보자. 아이들의 생각은 어떤지

물어보고 선거 과정이 공정하고 올바른지 함께 나누어 보자.

그리고 투표장에 함께 가는 것이다.

투표는 중요하고, 소중하며 귀한 것이라는 것을, 투표를 위해

잘 차려입고 정성을 들이는 모습부터 보여줄 수 있으면

이다음에 성인이 되어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통과하며 나는 더욱더 정치적인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옳지 않은 일에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필요한 정책을 주장하고, 정말 지키는지 지켜보고 확인하는 모든 과정들이

바로 정치적으로 사는 일이다. 대단할것도 없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일이 아니다. 내 삶에 영향을 주는 모든 일에

내가 나서야 한다.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고 싶다.

 

한차례 온 사회를 들끓게 하던 선거가 지나갔다.

이제 당선자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정말 공약을 이행하는지

행동과 말과 정책으로 확인하는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세상은 금방 바뀌지 않지만 분명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는 만큼 달라진다고 믿는다.

 

아들아, 딸들아.. 이다음에 꼭 투표하거라.

애인이 투표에 관심없다면 가르치고 이끌어서

반드시 '정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정치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가르쳐다오.

세상은 참여하고, 움직이고, 함께 하는 사람이 바꾸어 간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168521/bda/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수
1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울고 또 운 아이 이름 ‘숙명’ imagefile 신순화 2010-06-28 20354
9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동생 출산 함께 한 다섯살 아이 imagefile 신순화 2010-06-21 34544
8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남편과 함께 한 조산원 출산기 imagefile 신순화 2010-06-14 26658
7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병원은 환자 취급, 조산원은 사람 대접 imagefile 신순화 2010-06-07 28413
6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이룸이 이야기 imagefile 신순화 2010-05-30 19160
5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봄이 이야기 imagefile 신순화 2010-05-23 21518
4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연이 이야기 imagefile 신순화 2010-05-13 20336
3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아이 셋에 행복 셋, 그리고 무한사랑 imagefile 신순화 2010-04-30 30120
2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내가 병원이 아닌 곳에서 세 아이를 낳은 이유 imagefile 신순화 2010-04-27 36337
1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글을 열며... imagefile 신순화 2010-04-23 387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