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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입학이 다음주 월요일로 다가왔다.

둘째 윤정이에겐 정말 정말 고대하고 고대하던 입학이다.

이미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나지만,  설레며 입학한지 2년 만에 제도권 학교를 나와서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 까닭에, 다시 일반 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를 지켜보는 마음은 남다르다.

둘째로 태어난데다 딸아이라서 뭐든 오빠보다 빨리 배우고 익혔던 딸아이는 세살터울로 여동생이

태어난 후 엄마품을 가장 빨리 떠난 아이가 되야 했다.

드센 오빠와 여전히 엄마품은 제 것인줄 아는 동생 사이에서 서운해하며 속상해하며

제 일을 혼자 해내던 가슴 짠한 둘째는  태어나서 지금껏 유치원도 다니지 않고

엄마와 동생과 함께 지내면서 무엇보다 학교를 동경해 왔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를 하고, 놀이를 하고, 급식을 먹고, 방과후 프로그램을 하는

모두가 윤정이에겐 한 없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첫 아이 입학때는 남편도 휴가를 얻어 입학식에 참여했건만

윤정이 입학식때는 올 수 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 속상해 하기도 했었다.

강릉 폭설에 고립되어 계시던 아버님을 뵙고 오느라 월요일 휴가를 얼마전에 썼던

남편이 며칠 안 되어 또 다시 휴가를 쓸 수 없는 까닭이었다.

둘째의 출발이란 뭐든지 첫째 때 보다는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음만큼은 첫 아이 때 보다도 더 설레고 더 기대하며 더 큰 격려를 보내고 있다.

둘째 만큼은 일반 학교에서 행복한 배움을 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탓이다.

 

며칠전에 윤정이가 학교에 매고 갈 가방을 세탁했다.

여섯살때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던 벼룩시장에서 500원을 주고 산 가방이다.

학교에 너무나 가고 싶었던 윤정이는 그 가방을 산 후에는 어딜 가나 매고 다녔다.

외출을 해도, 도서관엘 가도, 산책을 가도 그 가방을 매고 다녔다.

입학이 다가오면서 주변에서 그래도 가방 만큼은 새것으로 사주라고 조언들을 했지만

잠시 망설인 후에 안 사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가방값이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이다.

가방과 신발주머니를 셋트로 사면 7만원에서 10만원 사이를 오가는 비싼 값을 치루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정말 놀랐다.  가방을 사러 가면 저렴한 것보다 더 화려하고 근사해 보이는

비싼 것에 아이들 마음이 가는 것은 당연할 듯 했다. 그래서 아예 아이들과 그런 곳을

가지도 않았다.

필규는 입학때 바퀴가 달린 근사한 가방을 선물 받았지만 시골 학교에서 바퀴달린

가방은 어울리지도 않았다. 그냥 만원주고 사준 베낭을 내내 쓰다가 요즘엔

사촌 누나가 쓰던 가방을 물려받아 쓰고 있다.

 

윤정이 가방은 벼룩시장에서 산 것을 쓰고, 신발주머니나 기타 1학년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은

동네 학교 앞 문방구가 폐업을 할때 80% 할인을 이용해서 이미  사 둔게 있었다.

윤정이가 갈 학교에선 기본적인 학용품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지급을 하고 있어서

많은 준비는 필요 없었다. 동네 언니들에게 물려받아 둔 것들도 있다.

그래서 입학을 앞두고 크게 돈 쓸 일이 없었다.

 

뉴스를 보니 입학 준비를 위해 학부모들이 가방이며 학교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장만해 주느라 적지 않은 돈을 써야 한단다. 아이들 가방이 왜 그렇게 비싸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자녀도 하나나 둘 정도 낳아 기르는 상황에서 아 이의 첫 출발을 좋은 것으로

해 주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학부모의 마음을 이용해 품질에 비해

비싼 가격을 메기는 기업들이 야속할 따름이다.

 

윤정이도 아주 잠깐 동안은 가방과 신발주머니가 셋트가 아닌 것을 서운해 했지만

금방 털어 버렸다. 가방을 정성껏 빨아서 건네 주었더니 새것과 똑같다며 좋아했다.

'이 가방 쓰던 아이는 조금만 쓰다가 맘에 안든다고 팔았나보다요.

나는 오래 오래 아껴줄래요' 하며 웃었다.

'그래, 그래.. 몇 년 쓰다가 고학년 되면 좋은 새것을 사자' 그렇게 말해주며

나도 함께 웃어 주었다.




윤정이와 가방 2.jpg


태어나서 지금껏 아이들 입히고 신기고 사용하는 물건들은

비싼 거 안 사고  대부분 얻어입히거나 물려입고, 벼룩시장과 바자회를

이용해서 해결해 왔다. 아이들과 동네를 돌아다녀보면 정말 비싸고 근사한

옷과 물건들을 지니고 다니는 아이들도 많이 있지만 윤정이는 아직 브랜드도

모르고 제가 입는 옷들이나 신발, 물건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매년 근처 학교에서 열리는 바자회나 벼룩시장을 설레며 기다리고, 그런 곳에서

산 물건들을 자랑스럽게 지니고 다닌다. 값비싼 옷을 입지 않아도

늘 방글거리는 표정과 자신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윤정이는

그 자체로 환하고 곱다.

예쁜 옷 입고 비싼 가방 메고 학교에 가는 것 보다 편한 옷 입고 즐겁고

신나게 학교를 오가는 그런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아빠도 못 오고, 오빠도 못 오는 입학식이지만 누구보다 기쁘고 행복하게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윤정이를 진심으로 축복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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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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